피스레터(글)2018.08.19 20:50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빈틈을 잘 살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심은보


이후 이야기가 많이들 궁금하셨을 우리 1빠 선생! 결국 녀석은 나에 의해서여섯 번째 학교로 가버렸다. ‘학교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스스로 녀석의 담임을 맡았던 나에 의해서말이다. 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마음을 썼고, 또 많은 이들이 응원을 했다. 나 또한 나의 온 삶을 통해 응원하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담임이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부모님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그런 담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 아름다운 상황이 결과마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목표는 녀석을 이 속에 잘 녹아들게 해서 졸업시키는 게 목표였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과 함께 다른 아이들, 특히 상처를 많이 받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그 상황을 통해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보이질 않았고, 또 녀석에게 이 공간이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보았을 때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그 상황을 돌파할 녀석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하나라도 엿보였다면 아마도 모든 걸 다 걸었을 것이다. 치유를 넘어선 치료의 영역까지 학교가, 담임이 홀로 어찌할 순 없는 일이었다.

 

담임인 나의 신고를 통해 학폭 절차를 밟았고, 결국 녀석은 전학을 갔다. 학폭 절차는 녀석을 내치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공간을 분리해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한 절차였다.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아팠지만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진된 몸의 기운 만큼 마음의 기운마저 소진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전학 이후 교육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교와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회의를 열었고, 또 교육청 위센터1)에서는 녀석을 위한 정기적인 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는 것과 함께 그저 업무적인 일처리에 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리 될 수 있을 진 모르겠다. 우리 학교에서도 도움을 주셨던 상담 선생님께서도 정기적으로 녀석의 삶을 살피며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일도 맡아 주셨다.

 

주석1) 위센터(Wee)는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의 통합지원 서비스망을 말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두어 달 흘렀다. 그 사이 녀석은 세 차례 학교에 아침 일찍부터 갑작스레 찾아오곤 했다. 전학 간 학교가 녀석을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두들 환대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테고, 또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곳을 떠나고 보니 학교가 주었던 따스함이, 또 자신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함께 놀아주었던 친구들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담임의 입장에선 녀석을 잘 설득하여 돌려보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반 친구들은 다시 분위기를 추스르고 잘 지내고 있다. 학기 말 즈음 몇 차례 집단 상담을 통해 나머지 학급 아이들에 대한 점검과 진단을 해보기도 했다. 2학기 시작할 즈음 두 차례 가량 더 진행하며 다시 새로운 학기를 열어갈 생각이다.

 

들려오는 이야기엔 ‘1빠 선생이 잘 지내고 있진 못하는 것 같다. 학교에선 겉돌고 있고 녀석이 바깥에서 일으키고 있는 사건들 이야기도 귀에 들려온다. 참으로 내게는 아프고 또 아픈 이야기들이다. 아니, 녀석은 우리 교육과 사회의 빈틈이 만들어 낸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모습이다. 우리 지역와 옆의 지역까지 녀석에 대해선 알 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데도 이 학교 저 학교 돌리는 일 말고는 학교도, 지역 사회도 녀석을 돌보고 지원할 변변한 시스템하나 없는 우리 사회의 빈틈 말이다.

 

요사이 온 나라 곳곳에서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난도질하고 아이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 짓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으나, 가해자인 아이들의 삶의 결을 바꿔 내거나 갈등의 교육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에는 별로 다가가고 있지 못하는 현실은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네 학교를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은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 빈틈들로 인해 또 다시 겪게 되는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은 듯싶다. 우리 1빠 선생 역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꺼내놓았던 정책들이 오히려 녀석을 더욱 더 안 좋은 쪽으로 강화시켰고, 그를 돌볼 다른 장치들이 하나도 없는 빈틈들 속에서 녀석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요사이 뜨거웠던 평교사도 지원 가능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 이야기도 그러하다. 서울의 두 학교가 내부형 교장 공모 심사를 놓고 어려움이 있었던 듯하다. 네 해 전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지라 그 빈틈들을 잘 알고 있다.

 

2013년이었을 게다. 학교 안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를 추진하기 위해 의견을 모아 가는 데 지역 교감단들의 방해가 무시무시하게 심했다. 우리는 학교를 좀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승진해야 할 본인들의 자리 중 한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무사히 내부형 공모제를 신청했고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정하는 두 학교 중 한 학교로 선택을 받아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계속 발생했다. 지역 교감 중 한 사람이 후보로 들어왔고, 학교 심사 이후 지역 교육청 심사 과정에서 눈에 띄게 편파적인 심사가 이루어졌다. 결국 학교 심사 결과 1,2등 순위를 뒤집히도록 심사를 해서 도교육청으로 추천을 올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스럽게도 도교육청에서 다시 순서가 뒤집혀 우리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교사가 교장으로 4년을 함께 했다. 그 결과 학교는 나날이 더 민주적인 곳으로 거듭 변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게 된 교육을 둘러싼 지역 승진 그룹들의 일사분란함과 그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가능할 수 있는 빈틈들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지역교육청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하는 그 과정이 그러했다. 이번에 서울 학교들의 경우에도 지역교육청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무사히 평교사형 내부형 공모 교장을 선출한 학교들도 아마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이 펼쳐지고 또 그에 따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빈틈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지혜들을 모아가며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좀 더 평화롭고, 민주적인 학교에서 아이들이 삶을 통해 배우며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자란 세상은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민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새로운 기운은 언제나 틈새에서, 사이에서, 경계에서 새어 나오는 법이다. 어쩌면 지금 이 곳 저 곳에서 보여지는 틈들에서 세상을 더욱 더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역사를 쓸 수 있는 기운들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번 교장공모 과정에서 시끌벅적하게 우리가 마주하게 된 이 틈들을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1빠 선생의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두 손 모아 빌며 이야기를 마무리 할까 한다.

 



심은보8년차 혁신학교 죽백초등학교에서 행복한 배움터를 일궈가며 일곱 해 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심과 함께’ 6학년 1반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혁신교육을 생각하다2’,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교과서를 쓰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