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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21

피스레터 No37_1 정영철_위기의 평화, 희망의 평화 [한반도 이슈] 위기의 평화, 희망의 평화 정영철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 신년 벽두부터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말 북은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기존의 동족관계로부터 청산하고, 교전국 관계로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남북의 ‘민족’에 토대를 둔 관계가 정리되고,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변화되고 있다. 이어 1월 15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는 남북 교류의 모든 흔적들까지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임을 선언하였다. 지난 80년간의 남북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대남정책으로의 변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단지 남북관계의 변화만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전쟁’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유사시 남을 완전히 평정하고.. 2024. 2. 19.
피스레터 No37_2 카테리나 안토니우_평화구축 관광의 정치적 효과 [글로벌 리포트] 평화구축 관광의 정치적 효과 카테리나 안토니우 Katerina Antoniou (사이프러스 센트럴랭커셔대학교 교수) 평화구축 관광은 평화 관광의 한 종류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평화지향적인 여행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Antoniou, 2022). 다시 말해, 평화 연구자와 평화지향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업무를 위해 다른 지역을 방문할 경우, 평화구축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23년 9월, 어린이어깨동무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에 연사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직접 평화구축 관광객이 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4일 동안의 한국 여행에서 저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 참가자들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현장에서 한국인들과 .. 2024. 2. 19.
피스레터 No37_3 김지혜_평화를 만들어낸 이야기, 사람 [한반도 평화교육] 평화를 만들어낸 이야기, 사람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 후기 김지혜 오~~오오오~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지구 저 반대편에 북아일랜드가 있고, 그 곳에 '코리밀라'라는 평화 공동체가 있다는데, 거기가 그렇게 좋답니다. 뭐가 좋으냐 물어보면 박00선생님은 '기네스' 얘기만 하고, 심00선생님은 바다 풍경이 끝내준다는 기가 막힌 정보만 알려줍니다. 바다 풍경이 끝내주는 곳에서 산책하고 맛난 기네스를 마시기 위해 17시간이 넘는 비행 티켓을 결제했습니다. '산책을 하려면 든든한 패딩과 목도리가 필수다, 코리밀라에 가면 정작 기네스를 마실 시간은 없다'라는 중요한 정보는 알지 못한 채 말이죠. 피부색도, 언어도, 상황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이 궁금하고 중요하여 우리는 그 먼 곳까지 가야 .. 2024. 2. 19.
피스레터 No37_4 이경수_북녘 농민 이야기 [평화의 시선으로 보는 북녘] 북녘 농민 이야기 이경수 현재 북에는 4,000여 개의 농장이 있다. 이제 북에 협동농장은 없다. 모든 협동농장은 농장으로 개칭되었으며, 농장의 과거 역사를 설명할 때도 (당시)협동농장으로 지칭한다. 북의 대표적인 ‘본보기’ 농장인 황해북도 사리원 미곡협동농장 이름이 미곡농장으로 지칭되는 것이다. 농장 일을 총괄해 온 협동농장관리위원장은 농장 경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농장관리위원회-작업반-분조로 이어지는 농업관리체계는 동일하다. 북에는 200여 개 군이 있으며, 매 군마다 군농업경영위원장을 두고 있다. 군 산하 리에 농장이 자리하며, 리인민위원장이 협동농장관리위원장을 맡아 왔다. 협동농장은 없다? 북의 소유체계는 전인민적 소유, 협동적 소유, 개인 소유로 나뉘어 왔다. 협동.. 2024. 2. 19.
피스레터 No37_5 김경민_잃어버린 서울의 봄을 찾습니다 [문학으로 읽는 나의 평화감수성] 잃어버린 서울의 봄을 찾습니다 김경민 원조 쿠데타 ‘맥박수 챌린지’라는 생소하고도 재미있는 유행이 생겨날 정도로 꽤 오랫동안 열풍을 일으켰던 은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그 유명한 명언(?)이 탄생한 그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재현한 영화다. 어처구니없는 저 말을 전두환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반역이 혁명으로 둔갑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2・12 군사 쿠데타의 훌륭한 롤 모델이자 참고문헌 역할을 했던 5・16 군사 쿠데타가 바로 그것이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하룻밤에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키는 영화 속 상황을 보며 그나마 덜 당황했던 이유는 (물론 실제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기.. 2024. 2. 19.
피스레터 No37_6 최연진_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최연진 유치원 어린이 6명을 보태야 학생 수가 겨우 100명이 될까 말까고, 한 학년에 한 반씩, 6학급인 작은 학교. 학교 뒷산이 온통 숲이라 아이들은 언제나 숲에 가서 놀 수 있고 학교 운동장은 계곡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5학년 스무 명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실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믿음이 없는 관계는 안전하지 못합니다.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말과 행동이 움츠러들고 생각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따뜻한 교실 문화가 자리 잡아야 온전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학기 초 우리 반 아이들 관계는 .. 2024. 2. 19.
피스레터 No36_1 강영식_민간 남북협력사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 [한반도 이슈] 민간 남북협력사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 강영식 20여 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남북협력사업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북한 동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인간 존엄성 보장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러한 민간의 협력사업은 대결과 반목으로 얼룩진 분단사에서 보기 드문 민족화해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민간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통해 형성된 남북간 신뢰 기반은 남북한의 긴장 속에서도 의사소통 통로로 기능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형성에 기여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대북지원운동은 ‘모금’이라는 행동을 통해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중운동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을 넘어선 ‘일상에서의 통일운동’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2023. 11. 17.
피스레터 No36_2 이정필_기후정의 활동은 평화운동이다 [평화 이슈] 기후정의 활동은 평화운동이다 이정필 *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가 주최한 토론문을 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이미 바뀐 기후에, 그리고 앞으로 바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재난은 생태·환경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복합적 시스템 위기이며, 이것은 지구 행성에서 국제-국가-지방의 다중 스케일로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이론적으 로, 실천적으로 화두가 됐다. 그러나 파리협정이나 그린뉴딜 등 전환계획과 정책들은 현상 유지 추세를 바꾸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기후분쟁이나 기후전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일찍이 2009년, 유엔은 ‘기후변화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적, 국제적 갈등을 증가시키고,.. 2023. 11. 17.
피스레터 No36_3 이경수_북녘 농촌 마을의 변화 [평화의 시선으로 보는 북녘] 북녘 농촌 마을의 변화 이경수 몇 년 전 답사 차 북중 접경지역을 찾았을 때 중국 지린성 십삼도구촌¹ 작은 식당에서 식사할 일이 있었다. 10위안 내외의 음식 2-3가지만 파는 식당이었으니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곳이었을 게다. 주변에는 페인트칠하지 않은 단층집 사이로 차 한 대보다 조금 넓은 폭의 비포장도로, 한 사람이 지날 만한 집 사이의 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구 십삼도구촌을 포함한 3개 행정촌을 둔 십삼도구향 전체 인구는 4,500명, 농촌 인구는 1,500명 내외다. http://baike. baidu.com/十三道沟乡 함께 동행한 북한이탈주민 출신 연구자는 중국과 북의 마을 모습이 거의 비슷한데, 북쪽 거리가 훨씬 깔끔하다고.. 2023. 11. 17.
피스레터 No36_4 김경민_분단된 대한민국에 출몰하는 좀비 [문학으로 읽는 나의 평화감수성] 분단된 대한민국에 출몰하는 좀비 김경민 K-좀비의 원조, 빨갱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 전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황당한 뉴스가 밀려들어 어지간한 뉴스에는 놀라지도 않는 요즘이지만, 이 뉴스를 듣는 순간만큼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는 역사 시간 내내 졸았던 학생들조차 다 아는 것인데, 이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린 이들은 설마 이 사건들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이들은 왜 갑자기 홍범도 장군을 소환해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가 ‘빨갱이’였기 때문이다. 휴전선 너머의 사람들 또는 그들의 정치체제.. 2023. 11. 17.
피스레터 No36_5 최관의_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최관의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낼 날이 이제 사십이 일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해온 서른아홉 해. 참으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으며 지나왔다. 올해는 육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주변을 거친 말과 행동으로 긁으면서도 베풀고 품고 이해하는 초보 사춘기 아이들과 지내니 밝고 힘찬 기운이 올라온다. 대신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잠이 쏟아지지만 잠깐 쉬고 나면 만났던 수 많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지난 인연 속 아이들 가운데 안타까운, 미안한, 애잔하고 슬픈, 보람있는, 뿌듯한, 아쉬운 같은 온갖 색깔과 진하기의 느낌이 드는 아이들 이야기를 짧게 짧게 하려 한다. 밥은 먹었냐 “오늘도 늦었구나. 일찍 다녀라... 2023. 11. 17.
피스레터 No35_1 김성경_전쟁을 살아가는 것 [한반도 이슈] 전쟁을 살아가는 것 김성경(어린이어깨동무 이사・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평화는 상투적’ “놀러 온 김에 숙모 책 좀 읽어 봐줄래?” 출판사에 단행본 최종 교정지를 넘기기 직전, 소설가를 꿈꾸는 조카에게 슬쩍 원고를 내민다. 똑똑하고 예술적 감수성이 충만한데다 예술가들이 모여든다는 예술학교에서 서사 창작을 공부하고 있는 조카에게 마지막 점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북한 여자들이 이렇게 살았다니 놀라운 데요! 지금까지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몰랐는데 신기해요.” 구성이나 가독성과 같은 글쓰기 전반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던 나에게 조카는 의외의 반응을 내비친다. “숙모가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했을 때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나도 제 또래 친구들도 북.. 2023.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