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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21

피스레터 No32_7 김지혜_마음껏 슬퍼하고 울어도 된다 [살아가는 이야기] 마음껏 슬퍼하고 울어도 된다 김지혜 얼마 전, 우리 반 모두가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었다. 교실 한 가운데가 커다란 흙구덩이로 뭉텅 꺼져 버린 느낌이었다. 눈앞이 깜깜한지, 머리통이 깜깜해진 건지, 세상이 어둠으로 덮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3시까지 교실에 남아 나와 같이 시를 썼던 한 아이가 갑작스레 하늘의 별이 되었다. 빨간 패딩에 새하얀 얼굴을 드러내고 배시시 웃던 아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선생님’ 부르고 슬쩍 내 눈치를 보던 조그마한 아이의 책상에는 한동안 국화꽃과 편지와 생전에 좋아했던 간식들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고, 우리는 추모를 해야 했다. 이 일을 숨겨 아이들에게 돌아갈 충격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른들이 속인다고 해서 아이들.. 2022. 11. 18.
피스레터 No31_1 김영환_한일관계의 파탄, 수백조 원의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99엔’ [한반도 이슈] 한일관계의 파탄, 수백조 원의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99엔’ 김영환(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강제 동원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 채 온갖 노동을 강요당했던 피해자인 원고들은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그 실상을 조사·확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청구권협정을 체결한 것일 수도 있다. 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책임은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피해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201.. 2022. 8. 18.
피스레터 No31_2 김양희_북한이 민족음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음식으로 읽는 북녘] 북한이 민족음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김양희 ‘버드나무 잎이 코로나를 예방한다?’ 북한이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코로나 예방법으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민간요법을 장려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북한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약품들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의약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2년여 동안 국경을 폐쇄하고 무역을 최소화하다 보니 일반적인 물자들도 부족하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북한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금은화를 한 번에 3~4g씩 또는 버드나무 잎을 한 번에 4~5 g 씩 더운물에 우려서 하루.. 2022. 8. 18.
피스레터 No31_3 데이빗 벤바우_친애하는 한국의 친구분들께 [여우굴에서 온 편지] 친애하는 한국의 친구분들께 데이빗 벤바우 편집자주 이번 호부터 한국에서 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데이빗 벤바우씨가 한국의 시민들에게 전하는 평화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연재 제목은 ‘여우굴에서 온 편지’입니다. 여우굴이 뭘까요? 야전에서 군인 두세 명이 전투를 하기 위해 파는 구덩이를 보통 참호라고 합니다. 여우굴(Foxhole)은 군인 한두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만 판 참호로 주로 미군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벤바우 할아버지는 한국 DMZ에서 근무할 때 이 여우굴에서 해 질 무렵에서 동이 틀 때까지 보초를 섰습니다. 1968년 당시 DMZ 지역은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벤바우 할아버지는 밤에는 여우굴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주변 숲에서 관측되는 움직임이나 소리 때.. 2022. 8. 18.
피스레터 No31_4 임재근_국민을 믿지 못한 정권, 국민을 죽인 정권 [기억과 평화] 국민을 믿지 못한 정권, 국민을 죽인 정권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하다! 임재근 국민을 믿지 못한 정권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 제주4·3사건은 분단을 고착화하는 5·10단독선거를 거부하면서 증폭되었고, 여순사건은 제주 4·3 진압 출병 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되었다. 불안한 미래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대가는 참혹했지만, 그들의 거부는 항거였고, 항쟁이었다. 제주4·3사건의 여파로 군법재판을 받고 여러 육지 형무소로 이감된 제주 사람 중에서 7년 형을 선고받은 300여 명이 대전형무소로 이감되었고, 수백 명의 여수 제14연대 군인들이 대전으로 압송되어 임시군법재판소에 재판을 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948년 6월 18일, 제주.. 2022. 8. 18.
피스레터 No31_5 김지혜_만나고 돌아보고 부끄럽게 다시 만나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1] 만나고 돌아보고 부끄럽게 다시 만나고 김지혜 때려놓고는 사랑한다는 주말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난 그 자리에서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았을까? 지난 금요일, 우리 반 아이들은 ‘외국인에게 우리글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연극’을 했다. 며칠 전에 ‘초정리 편지’라는 책을 함께 읽으며 한글이 없던 시대의 불편한 삶을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글의 필요성을 간단한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책 ‘초정리 편지’는 한글을 반포하기 전에 세종대왕이 평민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는 판타지 역사 소설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우리 반 어린이들은 이번에도 삼삼오오 꼬물거리며 연극 준비에 정성을 쏟는다.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교사는 ‘국어(나) 9단원에 한.. 2022. 8. 18.
피스레터 No31_6 주예지_마라탕 맛 평화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마라탕 맛 평화 주예지 평화란 대체 무엇일까? 참 어려운 -누가 나에게 물으면 어색한 미소와 애매한 대답으로 교묘히 피해버리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침을 떼고 아이들에게 슬쩍 던져 보았다. 3년 전, 처음 평화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체험 행사 위주로만 몰아쳤던 시행착오를 기억하면서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평화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4~5월에는 평화와 관련된 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읽은 후에, 발표 및 토론 활동을 진행했고, 6월에는 유네스코에서 진행하는 평화열전을 썼고, 7월에는 1학기 활동을 마무리하며 2학기 활동을 기획했다. 1학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활동지에 쓱 넣은 질문이 바로 ‘평화란 대체 무엇일까?’이다. 이전에 .. 2022. 8. 18.
피스레터 No30_1 정영철_다시 평화를 향한 신발끈을 조여매고 [한반도 이슈] 다시 평화를 향한 신발끈을 조여매고 정영철(서강대학교 교수·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다. 새 정부의 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후보시절의 발언,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 그리고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의 발언을 살펴보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라는 총적 구호에서 보이듯이, 새 정부의 공약은 지금까지의 평화와 공존을 기반으로 하던 대북-통일정책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기존의 화해와 협력을 대신하여 ‘힘에 의한 평화’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한미동맹 강화, 한미군사훈련의 정상화, CVID 방식의 비핵화, 사드 배치, 쿼드 참여 등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의 강한 편입, 힘을 통한 북의.. 2022. 5. 18.
피스레터 No30_2 심은보_삶을 위한 교육이 되길 바라며 [한반도 평화교육] 삶을 위한 교육이 되길 바라며 심은보 5월 첫 주부터 밖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5월 첫 출근날, 한 시간 남짓 마스크를 벗고 걸어서 학교에 갔다. 오랜만에 콧속을 파고드는 아침 내음이 참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쩐지 어색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갇혀 사는 동안 우리 삶에 아로새겨진 무늬들이 참 오래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 분주하게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수업 과정에 모둠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현장학습도 떠나는 학교들이 늘었다. 또, 5월의 앞자락에 운동회를 하는 학교의 모습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모처럼 학교에 활기가 돌고 있다.. 2022. 5. 18.
피스레터 No30_3 김양희_새 정부는 북한의 배고픈 아이들에게 정치를 말할까? [평화의 눈으로 읽는 북녘] 새 정부는 북한의 배고픈 아이들에게 정치를 말할까? 김양희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리아 이 둘의 공통점은? 2년 넘도록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의 위세가 많이 꺾인 것 같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그 흔한 밥 한번 먹자는 인사조차 쉽게 건넬 수 없었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매일 수만 명 이상이 코로나에 걸리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지만, 이제는(22년 4월 22일 현재) 전 국민의 코로나 3차 접종률은 64.4%, 2차 접종률은 86.8% 수준일 만큼 국민들의 백신접종률이 높아 코로나의 치명률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하니 그래도 많이 안심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어떨까,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2022. 5. 18.
피스레터 No30_4 임재근_산내 골령골과 여순항쟁 [기억과 평화] 산내 골령골과 여순항쟁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 군인과 부당한 명령에 순응한 군인 임재근 제주 4·3항쟁에서 여순항쟁으로... 제주 4·3항쟁은 고립된 제주 섬을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1948년 4월 28일 제주도 주둔 국방경비대 9연대장 김익렬과 인민유격대장 김달삼 간의 평화회담이 이른바 ‘오라리 방화사건’을 핑계로 파기되었다. 당시 윌리엄 딘(William F. Dean) 군정장관은 5월 5일 직접 제주도로 가서 안재홍 민정장관, 송호성 경비대 총사령관, 조병옥 경무부장, 제주도 군정관 맨스필드 중령, 유해진 제주도지사, 9연대장 김익렬 중령, 최천 제주경찰감찰청장 등이 참석한 ‘9인 최고 수뇌회의’를 주재했다. 제주도에서 돌아간 다음 날인 5월 6일, 딘 장관은 평화협상을 주도했던 김.. 2022. 5. 18.
피스레터 No30_5 김지혜_어린이들과 체험한 무한경쟁의 잘한당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1] 어린이들과 체험한 무한경쟁의 잘한당 김지혜 “안녕하세요, 기호 1번 잘한당입니다.” 6학년 선배들이 반에 찾아왔다. 반에서 대통령선거를 하니, 각 후보들의 공약을 듣고 투표를 해 달라고 한다. 4학년 어린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인다. 1번당은 ‘잘한당’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보상을 줘서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보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하여 모두를 잘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1번 후보님, 그런데 열심히 노력했는데 수학이 어려운 건 어떡해요?” 수학 시간마다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의찬이가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질문한다. 생활 속에서 나온 날카롭고 고민스러운 질문일게다. “그건 노력을 덜 해서 그래요. 열심히 수학 공부를 많이 하면 수.. 2022.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