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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

평화,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by 어린이어깨동무 2018. 7. 3.

평화,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북아일랜드 평화교육학자 데릭 윌슨 초청강연-


 

6 29일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폭염이 도시에 가득했던 오후, 평화를 향한 한국사회의 열망을 가늠하게 할 만한 인파가 작은 강의실로 모여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며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북아일랜드의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온 활동가이자 평화교육학자인 데릭 윌슨 교수의 강연을 듣기위해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습니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고민은 있었으나 막상 평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남과 북이 함께 마주해야할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한국사회는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군축과 평화체제를, 누군가는 철도를 연결하고 경제협력을 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모두 남북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민들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어깨동무는 20년 전 첫 마음으로 돌아가 어떻게 하면 남과 북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분단으로 인해 생각의 차이가 커진 채 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공존도 함께 고민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민을 한 발 앞서 진행했던 북아일랜드의 경험과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온 데릭 윌슨 교수가 새로운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하는 한반도에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다시는 그 때로 되돌아가지 않겠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비핵화를 두고 불가역성을 이야기하지만, 데릭 윌슨 교수는 평화의 불가역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평화교육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시는 (적대적이던) 그 때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서로 다르지만 소중한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상호의존을 증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문화가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위해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경계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일종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서로 개방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공간이 생겨야 진정한 평화교육의 기회, 평화의 공간이 생겨난다고 이야기합니다.

 

회복적 실천, 일상의 실천으로 평화 구축하기

평화교육은 평화문화의 정착을 위해 매우 필요하지만, 대체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국한되어 진행되고 마치 기성세대는 반목을 멈추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치부되어왔다는 것이 데릭 윌슨의 북아일랜드에서의 평화교육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이는 한국사회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데릭 윌슨 교수는 회복적 사회를 위한 회복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회복적 실천은 일종의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비난하기 보다는 서로 책임지는 것, 서로를 정당하게 대하는 것, 타인과의 차이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그러한 차이를 소중히 여길 뿐 아니라 축복하는 것, 우리와 소원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완성해가는 것, 안전한 사회를 창출하는 것,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평화만남이라는 새로운 사건 속에 발전한다

이러한 회복적 실천은 결국 인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평화교육은 이러한 인간관계의 강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만남은 평화로운 구조를 만들고 다시 그 구조 안에서 평화로운 만남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배타적인 공동체에 대한 생각 때문입니다. 신념, 정치적 지향 등의 동질적인 정체성에 기반 한 공동체는 타자들에게 배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내부자와 외부자를 가르는 분열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면 만남을 이룰 수 없고, 평화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데릭 윌슨은 평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으로 시민사회 내부에서 보다 활기차고 다양한 대화를 해보라고 권합니다. 이를 통해 협소한 당파성을 넘어설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구성원들이 당파성 이전에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실천하기

데릭 윌슨 교수의 이러한 제안에 토론을 맡은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한반도에서는 어떠한 만남을 통해 합의에 이르러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서울교육대학교 윤철기교수는 한국사회에서의 교육이 평화보다는 적을 만들고 재생산하는데 기능해왔음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사회와 통역을 맡은 트리니티 칼리지의 김동진교수는 북아일랜드 사회와 한국사회의 상호이해를 위한 첨언을 통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와주었습니다. 이날 강의실을 가득 메운 참여자들은 극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 내부의 대화의 필요성과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사회에서의 다양한 평화교육 시도에 대한 경험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회복적 사회를 위한 평화교육

이날 평화교육 콜로키움에서 함께 나눈 고민의 핵심은 서로 다른 생각, 혹은 다른 역사적 경험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을 열어놓고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러한 만남을 통해 서로의 삶을 끈끈하게 연결하는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 사회는 보다 더 평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바로 평화교육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함께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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