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17.12.20 03:10

[시선 | 평화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남북 관계사]


하늘길, 바닷길, 땅길 열어 평화로! 통일로! : 우리는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정영철


우리에게 분단-통일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가 있다. 분단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통일은 곧 가족과의 만남이자 고향의 회복일 것이다. 분단 때문에 총을 들고 적과 마주했던 사람들에게 통일은 곧 평화와 화해를 의미할 것이다. 분단으로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에게 통일은 곧 새로운 번영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우리 세대에게 분단, 그리고 통일은 무엇을 의미할까? 분단으로 억눌린 삶의 자유와 평화를 의미할 것이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미래의 설계일 것이며, 평화로운 한반도에서의 희망을 의미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 그것은 바로 ‘꿈’일 것이다. 우리는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막연하게 ‘통일’이라는 꿈이 아니라 분단이 만들어놓은 불안, 걱정, 억압, 전쟁 등으로부터 해방되어 평화와 번영과 공존과 화해와 협력을 꿈꾸는 것이어야 한다. 


분단이 서로를 향한 불신과 적대감을 의미한다면, 통일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대를 의미한다. 2007년 정상회담은 이러한 꿈을 한 발 더 진전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다. 정치-경제적인 합의를 넘어 그 이듬해 열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이 공동으로 응원단을 만들어 부산-서울에서 개성-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넘어 베이징까지 철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분단 이후 단절되었던 철길을 놓고, 도로를 놓기로 했다. 이제야 ‘갇힌 나라’가 아니라 대륙으로, 바다로 ‘열린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2000년 정상회담 때부터 남북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를 구상했고, 2007년 정상회담에서는 그것을 더욱 구체화시켜 TCR(Trans China Railroad, 중국횡단열차)과 TSR(Trans Siberian Railroad)을 연결하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현실화하기로 합의했다.    



마침내 2007년 5월 17일 경의선 구간 중 남북이 끊어진 지점에서 철도가 연결되었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1, 2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되었던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이 진행되었고, 북의 핵실험 등으로 미뤄졌다가 북의 개성과 남의 문산을 잇는 27.3km 구간에 대한 복원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5월 17일 경의선 연결 철도 시범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2007년 10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철도 운행을 정기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북의 봉동과 남의 문산을 잇는 철도가 12월 11일 개통되어 정례적으로 운행하게 되었다. 이 철도는 개성공단을 오가는 철길로 주 1회씩 정기적으로 운항하였지만, 결국 2008년 12월부터 중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는 현재 끊어져 있는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등을 연결하면 곧바로 대륙과 연결된다. 남북이 힘을 합쳐 끊어진 구간을 복구하고 북의 철도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한다면 언제라도 연결할 수 있다. 끊어진 구간이라야 이미 연결되어 있는 경의선 구간을 제외하면 경원선 약 25km, 그리고 동해선 약 110km이다. 만약 금강산까지 철도를 새로 놓는다면 약 100km의 구간이 추가될 수 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 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익부터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철도와 도로의 연결이 멀리 돌아가던 길을 단축시켜서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경제적 이득만이 아니라 여전히 해체되지 않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냉전을 해체하고, 군사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을 제고하는 핵심적인 사업의 하나이다. 특히, 이 철도와 도로를 통해 사람이 다니고, 화물이 다니고, 시베리아의 천연자원이 유통된다면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북방의 영토를 개척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고,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서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머나먼 일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끊어진 철로 한편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낡은 기차는 철길이 아니라 남북의 정치–분단의 정치–로 인해 정차하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철길과 도로의 연결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시간만큼 더 큰 분단의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며, 더 중요하게는 우리의 꿈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소련(러시아)도 가고, 달나라도 가는데 평양만 갈 수 없는 데서 오는 우리의 미래 희망의 쪼그라듦이다.


부산 어귀 한 곳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를 거치고 시베리아를 지나서 유럽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상상을 해보자. 우리 학생들이 배낭을 메고, 어깨동무하면서 평양을 내려, 신의주를 내려, 만주를 내려, 시베리아를 내려, 유럽을 내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바다로는 오대양육대주를 누비고 있으면서, 대륙으로는 왜 이런 상상을 하지 못하는가 생각해보자. 그 한복판에 분단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을 넘어, 하늘길, 땅길, 바닷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미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는다. 비록 실행은 되고 있지 않지만, 남북이 주춤거릴 때 중국이 중국 단둥과 북의 신의주, 평양, 개성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놓겠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의 분단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한다. 남북이 힘을 합쳐 해야 한다. 분단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족의 미래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이유다.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한다. 이런 꿈들이 모여 현실이 되었을 때, 그때 우리는 지금의 꿈이 한낱 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꿈이 아닌 평화의 꿈, 통일의 꿈을 꾸어야 할 때다. 

피스레터에 지금껏 다양한 주제로 연재했지만, 이제 연재를 끝내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 열어 평화로! 통일로!


<참고한 글>

통일노력 60년 발간위원회, 『하늘길 땅길 바닷길 열어 통일로』, 서울:다해, 2005. 

전상봉,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서울:시대의 창, 2007.


<사진출처>

정영철・정창현, 『어린이어깨동무 교양시리즈1 - 남북관계사 20장면:평화의 시선으로 분단을 보다』, 서울:유니스토리, 2017.


정영철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서울로 상경해 공학을 전공하다 진로를 바꿔 사회학을 공부하였다북한통일평화에 대한 연구가 관심사이며지금은 서강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한반도 평화가 곧 어린이의 미래라는 생각에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에 발을 들여놓고 일하고 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