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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5_1 이주영_2017년, 한국사회와 어린이 평화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2.

[이슈]


2017, 한국사회와 어린이 평화


이주영


작년 연말부터 토요일이면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섭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손바닥 헌법책을 홍보하고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르는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을 보면서 온 국민이 헌법을 읽고, 헌법을 알고, 헌법대로 운영하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르는 헌정파괴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 첫걸음이 바로 건국절 논란이지요. 19488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주장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거니까요.


헌법 전문 첫줄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곧 헌법으로 대한민국 시작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에 두고 있습니다. 19194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선서문 첫줄 역시 대한민국 원년 31일 우리 대한민족이 독립을 선언했다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3·1독립선언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군주제에서 민주제로 바꾼 출발점입니다. 대한제국이라는 군주국가를 버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를 세웠기 때문에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3·1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3·1혁명 시작은 어른들이 했지만 실제 그 진행 주체는 젊은 학생들이었고, 유관순처럼 15세 전후 어린이들이 나섰습니다그런데 3·1혁명으로 건국한 대한민국임시정부 헌장 제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으며, 일체 평등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평등권에 대한 개념이 빠져 있습니다. 남녀남녀노소가 되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현행 헌법에도 어린이 평등권에 대한 개념은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불평등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불평등은 평화를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우리 사회가 평화롭게 살 수 있으려면 어린이들이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100년 전 3·1혁명에 자극 받아 어린이운동을 전 사회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시작한 1923년 제1회 어린이날선언문을 보면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밝혀 놓았습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19615.16군사반란 이후 독재정권에 의해 어린이에 대한 억압과 압박이 점점 더 광범위하고 교묘하게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윤리적 억압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을 통해서 모든 어린이에게 강요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누리과정 어린이집으로, 이제는 갓난아기 때부터 아예 부모로부터 격리시켜서 국가에서 통제하려고 합니다. 마치 랑랑별 때때롱(권정생)에 나오는 보털이네 별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습니다. 어린이들은 최소한 세 살까지는 부모 품에서 평화롭게 자랄 수 있어야 합니다. 10살까지는 학교가 끝나고 또래들하고 마음껏 놀아야하고, 저녁은 집에서 부모와 같이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은 어린이에 대한 경제적 억압과도 얽혀 있습니다.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출비율은 너무 높고, 국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예산비율은 너무 적습니다. 이 때문에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고, 정유라 사건같은 온갖 권력형 비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국민으로서 평등하게 국가경제를 분배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 문화, 예술, 고요하고 즐겁게 놀고 공부할 수 있는 각양의 사회 시설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법률로는 18세 미만을 아동이라고 했고, 17세면 주민등록증을 주면서도 겨우 18세까지 선거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조차 논란이 많은 어처구니없는 사회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정치는 모든 국민이 참여해야 합니다. 어린이도 국민입니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국민인 어린이들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나 참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자체가 억압입니다. 어린이들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권리 주체로 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2017, 촛불혁명에서 요구하는 참된 민주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윤리적, 경제적, 정치적 억압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해방은 평등을, 평등은 평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어린이가 평화로운 사회가 되어야 모든 어른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고, 늙은이들도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주영 | 경민대학교 독서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서울마포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퇴임했고,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한다>와 어린 시절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 <아이코 살았네> 같은 책을 썼다. 계간 <어린이문학> 발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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