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6_3 김소울_전쟁에 반대한 르네상스 화가, 자크 칼로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9.

[시선 | 평화를 그리는 화가들]


전쟁에 반대한 르네상스 화가, 자크 칼로


김소울


역사적으로 전쟁에 관한 그림들은 왕이나 지배자가 말 등에 타고 많은 군인들을 뒤로한 채 영웅적인 모습으로 전쟁의 승리를 예찬하는 영광스러운 장면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전쟁화의 모습에 반대한 최초의 화가가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하였으니, 바로 프랑스의 판화가 자크 칼로(Jacques Callot)이다. 그는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벌어진 유럽의 30년 전쟁에서 일어났던 끔찍했던 모습을 <전쟁의 비참함>이라는 동판 연작을 통해 고발하고 있으며, 칼로의 대담한 반전 작업은 그를 그의 시대에서 예외적인 예술가라 불리게 하였다.


30년 전쟁은 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그를 지지하는 신교와 구교인 가톨릭 사이의 갈등상황에서 구교를 강요하는 로마제국에 신교가 반기를 들며 일어난 전쟁이다. 서구세계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벌어진 최대이자 최후의 종교전쟁으로 말 그대로 30년간 전쟁이 지속되었다.


▲ 자크 칼로, 전쟁의 비참함 4번 여관의 약탈(1633)


칼로의 작품 <여관의 약탈>30년 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약탈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살인은 극악한 범죄로 규정하여, 최근의 전쟁법은 이를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나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은 민간인들이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왔다. 이는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전쟁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칼로는 처음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작품을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거지, 꼽추, 심지어 프랑스의 루이 13세의 승전을 축하하는 작품들도 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인 낭시에서 프랑스의 국왕군들이 도망친 신하들을 처참하게 살육한 사건을 목격한 후, 전쟁에 반대하는 대담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전쟁 승리의 영광과 왕권위상에 대한 그림을 주문한 왕명을 거부한 채, 군대의 잔인한 학살을 그려낸 <전쟁의 비참함> 연작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가 그린 연작은 그 어떤 반전서적보다 호소력 짙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칼로는 판화에 직접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만 <전쟁의 비참함>이라는 연작의 제목만을 붙이고 그저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장면들을 스냅샷을 찍은 것처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이었다. 현재 알려진 제목들은 차후에 어느 신부가 그림을 기반으로 이름 붙인 것인데, 18개 연작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모병’, ‘전투’, ‘군인들의 약탈’, ‘농가 약탈’, ‘수도원 파괴’, ‘촌락의 파괴와 방화’, ‘마차 습격’, ‘범인 발견’, ‘매다는 형벌’, ‘교수형’, ‘총살형’, ‘화형’, ‘태형’, ‘병원’, ’교외의 사자’, ‘농민의 복수’, ‘보상의 분배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전투의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약탈과 파괴, 처형장면 등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이 가진 이면의 폭력성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 자크 칼로전쟁의 비참함 中 11번 교수형』 (1633)


위 작품은 전쟁의 비참함 시리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교수형>이다. 넓게 펼쳐진 나무 줄기에는 수많은 군인들이 파노라마 식으로 매달려 죽어있다. 끔찍했던 집단 교수형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죽은 시체의 아래에는 매달린 시체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군인들을, 그림의 오른쪽 앞에는 그저 각자의 일을 하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을 그렸다. 칼로의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참혹함을 반영한 시대의 거울이었다.

 

 

김소울 |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의 심리상담학과 특임교수로 재직중이며, <아이마음을 보는 아이그림>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현재 미술 작가이자 아이캣 미술치료연구소 대표로서, 치유적 활동과 미술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