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17.10.30 15:15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통통이 이야기

 

심은보





나는 ‘MR.심슨과 행복한 아이들’의 반에서 스무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 교실 앞 벽면에는 ‘이 곳에 귀하지 않은 삶은 없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첫 날 아이들과 함께 글자를 나눠 모자이크로 만들어 교실 앞에 붙여 두었다.   



교사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유난히 힘들고 아픈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많이 생활해왔다. 그러던 어느 해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전하는 이 글귀를 만나며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어 일기장에 적어 두었더랬다.  



교육이란 '너는 특별하단다'를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니라 '너는 소중하단다'를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두에게 특별하기를 강요하는 대한민국 사회, 그 속에서 받는 특별하지 않는 아이들의 피로는 어찌 해야 할까? 특별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상품성을 부여하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영재라 불리는 아이들도 영재가 아닌 아이들을 학원을 통해 영재인양 찍어내고. 자신이 특별한 척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생존해내야 하는 아이들의 처지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삶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 그 절망감은.... 아이들에게 '너는 특별해'라고 이야기 하는 어른들의 말은 참으로 큰 폭력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너는 특별하지 않단다. 하지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너무 소중하고 귀한 존재란다. 내 몸, 내 생각과 느낌, 어느 것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게 없어. 내 옆에 있는 친구도 마찬가지야. 그 친구의 몸, 생각과 느낌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단다. 이 귀한 사람들끼리 한 곳에 모여 생활하는 만큼 서로의 귀함을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함께 부대끼며 서로 다른 귀함을 나누고 서로 힘을 모아 성장해 가는 곳이 학교란 곳이란다.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너는 특별해야 돼. 너만 특별해야 돼."라고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2013. 3. 17)



올해도 역시 다양한 빛깔의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 중 유난히 강한 빛깔을 지녔던 통통이는 우리 반 아이가 되었다. 아니, 통통이 녀석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내가 이 반을 맡았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덩치가 큰 우리 통통이. 녀석은 작년에 다른 학교에서 상처를 받고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커다란 덩치 탓에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고, 또 큰 덩치 탓에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도 억울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과 날마다 갈등의 연속이었으며 또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도 무척 심했다. 학기초 아이들은 ‘통통이가요~’, ‘통통이 때문에~’로 시작되는 말을 수시로 하곤 했다. 부모님들의 불편함과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와 비슷한 강도로 통통이와 통통이 어머니의 피해의식과 불만 역시 만만치 않아서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불안함을 안고 새 학기를 시작했더랬다. 나의 고민은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 상황 아래 숨어있는 이들의 익숙한 불편함을 깰 수 있는 고리를 찾는 일이었다. 



아이들을 만난 첫 날. ‘이 곳에 귀하지 않은 삶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건네 주며 우리 모두 나의 특별함을 드러내며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나의 귀함을 지켜갈 수 있도록, 동시에 너의 귀함도 지켜줄 수 있도록 행동하며 살아나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더하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던졌다. 


첫 날 두 친구가 새로 전학을 왔다. 이 친구들에게 다른 친구들을 소개도 할 겸 하여 조용히 실뭉치를 준비했더랬다. 실뭉치 끝을 잡고 ‘나는 OOO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한 후 다음 친구에게 실뭉치를 건네면, 건네 받은 친구는 ‘나는 OOO과 연결된 ㅁㅁㅁ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한 후 또 다른 친구에게 건네 주면 마지막 친구는 결국 열 여덟 친구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으로 활동을 엮었다. 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누군가의 문제와 불편함들은 내 문제가 아닌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모두가 내 문제라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내게 어떤 문제가 있거나 불편함이 있을 때 옆에 있는 친구들이 그 문제와 불편함에 대해 함께 고민해줄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는 왜 이렇게 한 교실에서 모여 공부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첫 한 달 참으로 많은 갈등들이 벌어졌다. 통통이가 어떤 문제 상황을 만들면 아이들은 통통이 탓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통통이 때문이라고 힘을 보탰다. 작년부터 만들어 온 아이들 사이의 익숙함들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통통이 때문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이상한 소리들을 크게 내서 수업을 방해하곤 하였다. 수업 시간에도 통통이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그 아이들의 시선들은 고스란히 어른들의 시선으로 옮겨가며 통통이에 대한 편견과 불편함이 얼키설키 통통이를 바라보는 시선들로 녀석을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었다. 



몇 일을 지켜보았을까. 갈등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그 상황을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가며 풀어갔다. 그러면서 유심히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관찰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정도면 되었다 싶어 어느 한 시간을 택해 아이들과 그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통통이에게 오늘 이 시간 통통이와 친구들 사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좀 솔직하게 나눴으면 좋겠다고 동의를 구했다. 선생님을 믿고 함께 조금 불편한 이야기들일지라도 나눠봤으면 좋겠다고. 



다행히 동의를 해줬고, 먼저 특정한 상황에서 통통이가 하는 말과 행동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 통통이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또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듣다보니 통통이의 말과 행동에는 억울함이 많이 묻어 있었다. 현상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의 책임이 통통이에게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앞 부분에는 통통이가 가진 억울함을 어느 누구도 들어줘본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통통이에게 너의 억울함들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언제라도 충분히 들어줄 거야. 니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친구들에게 네가 끼친 불편함들에 대한 부분은 너의 책임이 클 수 밖에 없는 거야. 억울하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



그 이야기들을 나누는 한 시간이 너무 컸었던 모양이다. 이후 갈등 상황이 발생했던 몇 차례 녀석의 억울함을 읽어주는 동시에 그 억울함이 표출된 행동이 주는 불편함을 구분하여 짚어가는 형태로 이야기 나눠갔다.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울면서 대응하던 모습이 어느새 사라졌다. 수업 시간의 방해 행동도 그렇고, 문제 상황을 만나는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중간놀이 시간이면 운동장으로 달려 나가 별 문제없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뛰어논다. 언제나 옆을 맴돌며 갈등을 일으키곤 하던 통통이는 어느 새 친구들 속에 자신의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제 자리와 역할을 되찾아 주는 일 역시 우리 학교가 해야 할 노릇이지 않을까. 친구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통이는 9월 우리 학급 자치활동 시의회 의장에 선출되었다. 언제나 수업을 방해하고 선생님께 혼나야했던 자리에서 이제는 조금 서툴지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학급 회의를 진행하는 자리에 서 있다. 물론 여전히 우리가 여러 문제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허나, 그 문제들과 마주하는 일에 통통이도, 우리 아이들도, 나도 모두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 모든 것이 우리가 멈춰서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부거리가 되었다.



요사이 여러 갈등 문제를 둘러싸고 학교 안에서 시스템화되어 펼쳐지는 모양들을 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학교 폭력이라는 용어도 그렇지만, 그걸 해결한다는 명분하에 절차와 매뉴얼, 시스템을 학교 안으로 들이밀고 난 다음 학교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이상스럽게도 교육을 해야 할 학교란 공간에서 교육을 소외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느낌이다. 갈등과 문제상황을 끊임없이 만나가며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나가야 할 아이들에게 꼭 배우고 성장해야할 배움거리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학교에 대해 언제나 불안하고 불편했던 통통이 어머니도 이제는 여유가 좀 생기셨다. 1학기를 마무리하고 고맙다고 하셨다. 내게도 통통이와 한 교실에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도 또 우리반 다른 친구들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오늘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심은보 ㅣ 일곱 해 된 경기도 혁신학교 평택 죽백초등학교에 여섯 해 째 행복한 배움터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학교에서 맡은 일은 희망을 일궈가는 우리 선생님 한 분 한 분 응원하며 함께 가고자 뜻과 마음 모아가는 죽백초 희망부장이다. 아이들 속에선 심슨으로 살고 있으며 좌충우돌 모두에게 의미있는 나날 가꿔가기 위해 4학년 아이들과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