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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1_6 강주원_또 하나의 휴전선, 북한식당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4. 24.

[팩트체크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또 하나의 휴전선, 북한식당


강주원


▲ 한국 언론은 대북제재의 효과로 단둥의 북한식당들이 폐업을 하였다고 보도한다


▲  폐업을 했다는 북한식당은 불과 100여 미터 장소이전을 한 뒤 영업을 하고 있다 


남북 만남의 공간을 하나 더 잃었다

 

나는 2000년부터 중·조 국경 지역을 다니면서 수없이 북한식당에 갔고, 그 곳에서 다양한 남북 만남을 목격하였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화는 남북 젊은이 사이의 전화 통화이다. 2013년 나는 압록강에 발 담그고 과일을 먹자라는 주제에 동참한 일행들과 함께 중·조 국경을 여행했다. 마지막 날, 대련 공항에서 지인이 중국 단둥에서 북한식 냉면을 먹으면서 북한 여성 종업원과 함께 손잡고 합창을 했던 북한식당에 전화를 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전화 내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궁금했습니다. 북한식당에 전화를 하면 너무나 노래를 잘하던 그 여성 종업원과 통화가 가능한지. 그런데 너무나 쉽게 바꾸어 주더군요. 그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프지도 말고 늙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그래서 저도 그러자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해 그는 단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 눈인사를 나누었지만 거기까지였다.


1년 뒤, 나는 그에게 그녀가 북한으로 돌아가자마자 시집을 갔고 딸을 낳았다고 전해주었다.

북한식당에서 남북의 만남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국 여행자들은 남북의 특별한 만남에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북한식당에 간다. 기대와는 달리, 차가운 그녀들의 태도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넉살 좋은 한국사람은 그곳에서 대접을 받기도 한다. 가이드의 상술에 메뉴판보다 비싸게 음식을 먹기도 하고 한국 소주 가격에 익숙한 그들은 술값이 비싸다.”고 말한다. “원래 중국에서 음식값 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온다.”는 현지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냥 기대했던 냉면은 그 맛이 아니다.”라고 이구동성 이야기를 하면, 나는 사실은 대부분의 북한식당 요리사는 중국사람이다.”라는 말을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을 한다. 북한 여종업원의 공연을 본 뒤, 한국사람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린다.

 

 

단둥에서 북한 종업원들이 일하는 식당은 북한식당이자 중국식당이다

 

이처럼 중국의 북한식당은 한국사람들에게 그동안 남북 만남을 통해서 애증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런 공간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2016년 대북제재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식당을 주목했고, 한국 언론은 대북제재 효과가 어떻게 북한식당의 영업에 부정적으로 미치고 있는지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개성공단에 이어 북한식당도 또 하나의 휴전선이 되기를 희망하는 모양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해외식당 130여개를 운영해 연 평균 1,000만 달러(135억원) 정도를 상납 받고 있다.”며 

현재 절반 이상의 식당이 상납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2016410-

 

정부가 해외 북한식당의 이용 자제를 권고한 후

북한식당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국 동북 3성의 북한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10곳 중 1곳이 폐업했고 다른 식당들도 손님들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 

단둥의 북한식당 15곳 중 이 곳을 포함해 3곳이 폐업했습니다. …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 국면 속에 현지인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KBS 9시 뉴스> 201647일-

 

2016년 대북제재 이후, 나는 단둥에 네 번 다녀왔다. 북한식당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내가 알고 있는 단둥의 북한식당 현황과 너무나 다름에 당황스럽다식당 수도 틀리고 폐업을 했다는 북한식당들은 건물을 옮겨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이전 식당 자리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똑같은 식당 이름을 내걸고 있었다. 한국 언론이 겨울철 문을 닫은 모습을 취재하면서 폐업을 했다고 보도하던 K식당은 여행 성수기를 맞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H식당은 중국 손님으로 가득했고 어림잡아 손님은 천여 명이 넘었다. 그 이외에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가 모르고 있고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단둥의 북한식당의 규모는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약 15개가 아니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일하는 약 25개의 식당이 있고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 아니고 중국 사람이다. 주 요리는 중국 요리이고 북한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그들은 보통 한국사람 보다 몇 배의 요리를 주문한다. 때문에 매출에서 한국 손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천여 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두 개의 식당 가운데 하나는 단둥에서 북한식당이 아닌 중국식당으로 명성이 높다. A호텔은 중국사람이 사장이지만 식당과 조식 서빙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담당한다. 이처럼 북한식당은 중국 자본과 북한 노동력이 결합된 형태이다. 단둥사람들은 북한식당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중국식당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다.” 라는 말을 한다.


2016년 단둥의 북한식당의 현주소는 대북제재의 효과가 미치지 않고 있고 미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북한식당을 만남의 공간에서 또 하나의 휴전선으로 만들면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나는 간판이 사라진 식당을 찍은 뒤, 100여 미터를 걸어서 똑같은 식당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식당 앞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강주원 |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부터 중·조 국경과 연을 맺고 있다. 주 연구대상은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 그리고 탈북자이며, 이들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저서는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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