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_3 정경화_인(仁): 사랑으로 일구는 화평한 사회를 꿈꾸었던 공자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4. 24.

[시선 | 평화를 이야기하는 철학자들]


(): 사랑으로 일구는 화평한 사회를 꿈꾸었던 공자


정경화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상이나 기사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신조어가 헬조선이다. 젊은 층들이 주로 사용하는 말로 지옥을 뜻하는 영어 ‘hell’과 한반도 마지막 왕조국가 조선이 합쳐져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의 사용이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그 빈도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 ‘헬조선은 더 이상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잠시 통용되다가 사라지는 비속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국어사전에 실려, 2016년 즈음의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오랫동안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것은 헬조선을 뒷받침하는 온갖 자조 섞인 표현들이 끝임 없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갑질’, ‘수저론은 우리사회의 근본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종 인간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인 이 약자인 에게 안하무인격으로 행하는 폭력이 갑질로 표현되고 있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금수저 대 흙수저로 표현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팍팍한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담 속에서, 일부 특권층이 부당하게 누리는 부와 권력행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려 있다. 조선시대와 같은 세습사회에서 지배계층의 폭정과 착취 아래에서 고통 받았던 평민의 삶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영화 내부자의 대사를 인용하여 국민을 상위 1%와 하위 99%로 나누고 99%, 돼지로 천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가 정말 이민을 생각해볼 정도로 살기 싫은 나라, 2세 갖기가 불안한 나라, 99%가 불행한 헬조선이 되어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 볼 문제이다.


만약 공자가 살아 돌아온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조선왕조는 유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고, 이후 내내 유학의 전통에 입각하여 나라가 통치되었던 역사를 생각했을 때, 조선시대 유학자들 그리고 유가의 시조인 공자는 각종 사회 문제로 멍든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것에 아마도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공자가 그리고 그를 따른 이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지옥 같은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잦은 전쟁과 사회적 혼란으로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했던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사람으로, 그의 사상에는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평화를 되찾아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인류애가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공자의 사상 중에서 후대에 주로 강조되었던 것, 그리고 실제로 유가 전통의 핵심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은 ()’이다. 유교사회에서는 가족 사이, 친구 사이, 군주와 신하 사이 등,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상황에 맞는 각자의 역할과 처신이 무엇이지, 그리고 어떤 법도를 지켜 제사 등의 예식을 치러야 하는지 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구절을 통해 ()’는 어디까지나 ()’을 담기 위한 형식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인()하지 못한데 예()는 무슨 소용이며, 사람이 인()하지 못한데 음악은 무슨 소용인가?”

 

공자 사상의 핵심은 ()’으로 우리말로는 어질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는 한자이지만, 공자는 그 의미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이라는 글자가 원래 두 사람(二人)’을 의미하는 표의문자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사랑의 바탕 위에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데 예를 갖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했던 것이다. 예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으로서 강조되었던 것이며, 효제충신의 강조도 가족과 가까운 이에 대한 기본적 사랑을 충실히 할 때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으로 키워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공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가 다음의 구절에서 명확하게 나타나있다.

 

()자는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남도 서게 하며, 자신이 도달하고자 함에 남도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비추어 다른 이를 이해할 뿐 아니라 다른 이도 함께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나의 행복과 남의 행복이 모두 중요하게 되는 것, 자신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곧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행복, 더 넓게는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평등사회를 실현하려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공자가 꿈꾸었던 세상은 인자가 많아져서 이들에 의해 사회 전체의 행복이 잘 돌보아진 세상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책임 있는 지위가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세상인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1%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1%만을 위한 일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뭣이 중헌지또렷이 알 것이고, 공자의 다음과 같은 말씀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내가 듣기를, 나라와 집안을 경영하는 자는 백성이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분배가 균등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며,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되지 못함을 걱정한다고 한다. 대개 균등하면 가난이 없고, 화합하면 부족이 없으며, 안정되면 위태로움이 없는 법이다.”

 

 

정경화 | 대학에서 때때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세상에 정착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녹록하지 않아 늘 궁시렁대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소망은 꼭 쥐고 살아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