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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_1 이기범_우리사회의 비전과 평화교육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4. 24.

[이슈]


우리사회의 비전과 평화교육


이기범


우리의 삶이 어떤 가치를 향하여 나아가야 할지를 정말 진지하게 찾아야 할 때입니다. 아동과 자녀의 학대와 살인, ‘갑질횡포, 취업 희망자에 대한 착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와 방치, 청년층과 노년층의 높은 자살률 등 생존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들이 일상에서 반복되고 악화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생명에 대한 사회적 무기력과 무관심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와 재해에 대한 안전장치는 여전히 부실합니다. 인간, 사회, 자연에 의하여 삶의 안전과 존엄성이 망가지는 정도와 범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므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론이 활발해야하고 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삶이 피폐해지는 현상이 걱정스럽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그런 현상의 원인을 따져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여기지 않는 무심입니다. 공론을 위한 시도조차 또 터지는 사건과 사고에 의하여 파묻히고 잊혀져갑니다. 우리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사회를 어떤 학자는 세계 없음’(worldless)이라고 표현합니다. 과장되었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세계를 원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탐구가 빈약함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사회는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다시 세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삶의 비전을 새로 세우려는 시도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남북 갈등에 의하여 또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 실험으로 안보 위협이 촉발되어, 남북 간에 말 폭탄이 오가고 있고 언제 핵폭탄이 오갈지도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분단 이후 북한은 우리 일상사에서부터 국내외의 주요 사안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요 변수라는 뜻이 남북의 갈등이 격화되어서 일상의 폭력도 격화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남북 관계에 평화가 정착되면 자동적으로 남한 사회에도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여기서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 가능성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론과 비전을 덮어버리고, 국론 통일과 국민 역량 총동원의 요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경향을 일컫는 것입니다. 날로 첨예해지는 북한과의 대치 국면은 해소되어야 하지만, 그로 인하여 우리 삶의 안전과 존엄성을 증진하기 위한 논의와 시도가 무시되거나 억압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우리 삶의 안전과 존엄성을 증진할 수 있는 비전과 방안에 대한 의견이 단일화 되어야 남북의 대치 국면이 해결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남북 갈등 감소와 아울러 삶의 안전과 존엄성 증진 방안에 관하여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소통되어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절한 정책이 선택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직면한 두 가지 큰 현안의 지향점을 논의하는 과정에 자유, 인권 등의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유용할 것입니다. 직면한 현안이 단순하지 않으므로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 보아야 대안이 보일 것입니다. ‘어린이어깨동무1996년 단체를 설립하면서부터 평화를 활동의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어린이들이 분단과 사회 폭력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여, 더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평화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서 열심히 교육한다고 하였지만 지금의 현실은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한 단체가 열심히 활동한다고 바뀔 정도로 비평화의 구조와 문화가 만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다짐합니다. 우리사회가 평화롭지 않고 남북 관계가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다시 평화교육의 문을 더 활짝 열어서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 피스레터창간호를 선보입니다. 여기에서 더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11월에는 평화교육센터의 문을 엽니다. 시민이 될 어린이들 뿐 아니라 현재의 시민들과 만나고 실천하고 평화의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기획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다시 힘을 내어 함께 나아가면 평화로운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기범 | 어린이어깨동무 설립에 참여하여 초대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일했고 올해 6월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남북의 어린이들이 교류하며 한반도 평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함께 가기를 소망한다. 숙명여대에서 교육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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