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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_6 강주원_압록강과 두만강은 열린 강이자 교류의 강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4. 24.

[팩트체크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압록강과 두만강은 열린 강이자 교류의 강


강주원


압록강과 두만강은 휴전선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공유 하천인 한강 하구를 DMZ 영역으로 예단하곤 한다.(피스레터창간 준비 2호에서 다룸) 이런 경향이 반복되는 강이 한국 사회에 더 있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의 렌즈로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각은 한 학자의 칼럼에 압축되어있다.

 

간도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지척이었으나 가뭄에 한껏 말라붙은 강은 도강(渡江)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른 강은 국경이었다. …… 지금은 막힌 강, 헐벗은 강, 초라한 능선만 드러낸 불임(不姙)의 강이 되었다. 분단 70년 동안 그랬고,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늘도 그러하다. 간도 이편에서 바라본 저 강은 오랫동안 건널 수 없는 강, 국경이었다.

-《중앙일보2015713일자-

 

이처럼 한국사람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하나의 넘어갈 수 없는 단절의 국경 즉 휴전선의 이미지와 동일시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강의 폭 전체를 압축된 하나의 선으로 생각하는 통념이 강화된 채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삶의 모습과 방식을 외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휴전선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북 만남의 역사와 현재를 놓치는 모양새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공유한다

 

1960년대 초반 북한과 중국이 맺은 국경 조약들이 현재의 중·조 국경의 큰 틀이자 바탕인 것이 현실이다. ·조 국경은 양 국가가 비공개 형식으로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196210월의 국경조약국경문제합의서그리고 19643월 국경에 관한 의정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내용 가운데 핵심은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국경 넓이는 어떤 때를 막론하고 모두 수면의 넓이를 기준으로 하고 양국 간의 경계하천은 양국이 공유하며 공동 관리하고 항행, 어렵, 하수 사용 등을 포함하여 공동 사용한다고 하였다.

-박선영, 2005, 秘密解剖: 조선과 중국의 국경 조약을 중심으로」 『중국사연구38-

 

때문에 압록강변 사람들은 강 너머 신의주(단둥)에 발을 올려놓아도 배에서 손만 놓치지 않으면 상대방 국경을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이를 등안(登岸)은 했지만 월경(越境)은 하지 않았다라는 문구로 정리한다. 단둥사람과 신의주사람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압록강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그들에게 압록강은 양 국가를 연결하는 경제적 삶의 수단이 되고 있다. 단둥사람의 삶의 영역이 국경으로 제한 혹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국경 너머의 북한사람과 교류하고 공유한다. 단둥사람들은 압록강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 압록강을 삶의 터전으로 여긴다. 압록강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국경은 단절의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에 국경과 관련된 압록강과 두만강의 핵심은 공유이다. 두만강 발원지에 가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2015) Ⓒ강주원


 단둥과 신의주 사람들은 압록강, 물안개 그리고 해와 달만을 공유하지 않는다. 한국사람이 포함된 그들은 압록강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다(2013)  Ⓒ강주원


압록강은 황해에서 대동강 그리고 한강의 물길과 섞인다

 

2016년 초 대북제재 이후, 압록강을 휴전선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고 생각하는 글과 말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압록강은 경계의 국경선이 아니다. 때문에 이쪽과 저쪽, 단둥과 신의주,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압록강은 새들만이 넘나들 수 있는 장벽이 쳐진 국경이 아니다. 사람들 또한 공유하는 강이고, 그들에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사는 방식을 제공해주는 강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전후부터 단둥에서 터전을 일구고 있는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그리고 한국사람은 압록강에 발을 담그고 삼국이 공존하는 삶을 살아 왔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압록강의 물결과 마찬가지로 20년이라는 세월 넘게 그런 삶의 흐름은 멈춘 적이 없다.

지금도 네 집단의 관계맺음의 결실이 녹아 흐르는 압록강은 흐르고 흐르다 황해에서 대동강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인다. “있는 그대로의 압록강을 보면 남북이 연결되어 더불어 살아오며 일군 경제 교류와 평화의 강줄기가 보인다. 한국 사회의 희망적 사고와 달리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강주원 |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부터 중·조 국경과 연을 맺고 있다. 주 연구대상은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이다. 이들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의 길을 걸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저서는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2013)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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