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17.08.01 15:56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나 그리고 친구


이영근


나 색연필이 필요한데.”

내 건 안 돼.”

둘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건 안 돼.’ 하는 말이 아쉽다. 하루 종일 함께 앉은 짝에게 색연필 하나 안 빌려주려니.

일부러 크게 말했다.

○○, 색연필 필요하니?”

.”

여러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짝과 같이 쓰면 돼요.”

그래? 그럼 ○○, 그럴 수 있니?”

.” 하고 선뜻 빌려준다. 그러면 웃으며 함께 한다.

 

우리 참사랑땀 반에는 스물여덟의 아이들이 있다. 일곱 모둠이 있고, 모둠은 둘씩 짝을 지어 앉는다. 7주에 전체 모둠을 바꾸고 모둠 안에서 주마다 짝이 바뀐다. 모둠으로 함께 앉는 짝과는 3, 4주는 함께 앉는다나와 함께 앉는 친구와 관계를 맺게 해야겠다.’

 

도덕 시간을 한 시간 냈다. 칠판에 아이들 이름이 써 있는 자석을 이곳저곳에 붙인다. 아이들은 뭐 할 건데요?” 하며 궁금해 한다. 칠판에 이름이 다 붙었다. “여기 여러분 이름이 다 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럼 뽑힌 학생은 나와서 나와 관계있는 친구에게 선을 긋도록 하세요. 그리고 선 옆에는 낱말로 선 그은 관계를 써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면, ‘3학년하고 써요.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서는 글똥누기 수첩에 그 친구와 어떤 관계인지 문장으로 써 보세요. 그럼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러며 서너 명을 차례대로 뽑는다. 한꺼번에 한다. 자석에 작은 글씨로 이름이 써 있는데도 자기 자석이 어느 것인지 안다. 그러며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선을 그어오면 씩 웃는다. 쓴 아이는 자리로 들어가서 글똥누기에 그 친구 이름을 쓰고, 쓴 까닭을 쓴다.


 

한 번씩 모두가 돌아가며 썼다.

, 한 번 더 할게요. 다른 친구를 찾아가세요.”

!”

아이들에게 이 활동은 벌써 놀이가 되었다. , 하는 대답이 그렇고, 친구 이름을 찾아가는 선이 그렇다. 바로 가서 만날 수 있는데도 아이들은 일부러 비뚤배뚤 돌아 돌아 친구 이름으로 간다. 두 번째 선도 모두 그었다. 세 번째까지 한다.

 

지호

소연 : 지우개 파기로 더욱 친해진 관계이다 .

시은 : 2학년 때 자주 같이 놀던 친구

예린 : 어제 예린이네 집에서 놀았다.

 

나연

시언 : 나랑 교회를 같이 다닌다 .

지호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주혁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현지

주아 : 3학년 때 나누리반에 데려다줬다.

소연 : 4학년 때 그림을 3번 같이 그렸다 .

지호 : 미술 지우개 판화를 같이 했다.

 

도형

서준 : 같이 야구를 한다 .

두언 :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윤우 : 술래잡기를 같이 했다.

 

희성

원준 : 3학년 때 같이 맨날 놀았다.

문현 : 게임하면서 같이 놀았다.

민준 : 축구를 같이 했다.

 

승재

태건 : 3학년 같은 반이었고 친하게 놀았다 .

시언 :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닌다 .

나연 :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다.

 

칠판 가득 선으로 연결이 되었다.

, 복잡해. 저기 내 꺼 있다.”

더 신비로운 건 자기가 그은 선이 자기 눈에는 띄나보다.

그게 보이네.”

!” 모두 한 목소리다.

이렇게 나와 친구가 선으로 연결되었다.

그럼 우리 느낀 점 말해볼게요.”

모두가 느낀 점을 발표한다.

 

아이들의 느낌 중 일부

- 복잡하다.

- 친구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 친구끼리 우정을 확인해서 좋았다.

- 칠판에 산과 강 모양 같아서 신기하였고

  친구랑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서 친구랑 사이가 더 좋 아진 것 같다. 또 재미있었다.

-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좋았다.

- 친구들과의 추억을 알 수 있어 좋았다.

- 재미있고 원준, 문현, 민준이와 더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고 다음에 또 하면 좋겠다.

- 친구에게 선을 그으니 친구와 이어지는 것 같다.


둘이 서로 그은 아이도 확인한다. 서로 눈을 보며 좋아한다. 아이들 느낌에도 이런 말은 있다.

- 친구들이 나한테도 가니까 좋다.

- 친구와 노는 걸 해서 기분이 좋고, 친구들이 나를 많이 해주어서 좋았다.

 

나는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안 그은 사람도 있죠?”

.” 하며 웃기도 하지만 이런 학생은 말이 없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선을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오지 않으면 실망하기 나름이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도닥거리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 이런 말 또는 노래 들어봤나요?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말. 사랑은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요.”

재미있었다는 느낌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때요?”

. 재밌어요.” “다음에 또 해요.” “. 또 해요.”

그럼 달에 한 번씩 할까요?”

.”

다음에 할 때는 오늘 그은 친구를 그대로 가는 게 좋을까요? 다른 친구와 선을 그을까요?”

다른 친구로 해요.”

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하는데, 다른 친구 셋에게 가는 걸로.”

 

이 활동은 5월 중순에 했다. 6월에 했어야 하는데, 내가 놓쳤다. 곧 방학인데, 방학 전에 아이들과 꼭 해야겠다. 한 시간 친구 생각하며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 2학기 때도 달에 한 번씩은 할 테다. 그러면 4학년을 마칠 때면 스물이 넘는 친구들에게 선을 연결하게 되겠다.

난 혼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함께 있어요. 우린.”

사실 이 말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PDF)2017.08.01 12:04


평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피스레터> 합본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016년 7월 창간 시기부터 2017년 6월까지 발간한 통권1호~통권7호의 내용을 묶어 발간한 이번 합본호를 통해, 깊이 있는내용과 쉬운 글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글을 주제와 필자별로 보다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합본호의 용량이 커서 분할하여 업로드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1.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2.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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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6.19 14:34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글로 끝까지 싸우기


이영근


국어시간, 모둠이 책상을 돌려서 이야기 나누도록 했다. 앞뒤로 앉은 남학생 희문이와 여학생 수민이가 옥신각신 말다툼하는 모습이 보인다.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스스로 풀길 바라며.


선생 자리에 있으면 아이들 모습이 한 눈에 보일 때가 많다. 둘이 말다툼할 때 그렇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말다툼이 있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앞자리에 앉은 희문이가 모둠 활동을 하기 위해 책상을 돌리려고 일어선다. 일어서는데 뒷자리 책상 위에 올려둔 수민이 물통을 건드려 넘어뜨렸다. 물통이 넘어졌으니 수민이는 화가 나서 한 마디 한다. 희문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맞받아친다. 둘 모두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희문이가 미안해.” 하고 말하거나, 수민이가 그럴 수 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길 바라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이고야, 오래 가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희문이와 수민이, 둘 모두 자기 고집이 있는 아이들이다모둠으로 함께 활동해야 할 아이 둘도 난처한 표정으로 둘을 보고 있다.


"너희 둘은 둘이서 이야기 좀 나눌래.”

그리고는 둘에게 희문이와 수민이는 글똥누기에 다투는 까닭을 글로 써 오세요.” 했다. 있었던 일을 자기 처지에서 썼다.


 

수민 희문이가 돌면서 제 물병을 치고 제가 화를 내어서 수업시간에 말다툼을 하였습니다.

희문 뒤돌아서 회의하려는데, 물병을 실수로 넘어뜨리니 화부터 내고 짜증내서 화가 나서 싸웠다.

 

, 둘이 바꿔서 보세요. 그리고 아래에 있었던 일과 다르거나, 다른 할 이야기가 있으면 또 쓰세요.”

 

희문 답글 실수로 쳤는데 다짜고짜 화부터 내잖아.

수민 답글 근데 왜 사과를 안 하냐. 니가 사과했으면 나도 사과 받아주는데.

 

답글을 써 왔다. [물통이 있었으니] [넘겼으니 사과해야]로 생각이 여전히 맞선다.

또 보고 쓰세요.”

 

수민 화가 나는데 화를 안 내냐!

희문 어차피 사과해도 그럼 내가 자존심 상하잖아.

 

희문이와 수민이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이제는 둘이 풀릴 때까지 서로 주고받으세요.

국어 시간 남았던 10분이 다 지났는데도 계속 서로 주고받더니 쉬는 시간에도 주고받는다. 다음 사회 시간이 되었는데도 둘은 역시나 글을 주고받고 있다.

선생님, 이제 다 됐어요.”

그래? 글똥누기 가져와볼래?”



[같이 동시에 미안하다고 말하자]로 결정이 났다. 알고 보니 둘은 유치원 때부터 올해 4학년까지 계속 같은 반(올해 4학년은 여섯 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둘이 참 많이 싸웠으면서도 친하다고 서로 말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싸우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빨리 양보하면 좋겠다. 서로 잘 알고 있으니.


마침 사회 수업은 [도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짝과 함께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짝을 지어 하고 있었으니 둘이 함께 해야 한다.

, 그럼 이 종이 가져가서 둘이 함께 해라.”


짝 활동을 같이 하게끔 종이를 줬다. 둘이 함께 앉더니, “우리 이거 할까?” 하면서 함께 한다. 언제 싸웠냐는 듯 머리를 맞대고서 함께 한다. 함께 하는 활동이 재밌는지 웃으면서도 한다. 그 웃는 모습에 보는 나도 웃고 만다.


웃는 아이들 모습에 1학년을 가르치던 때가 생각난다. 1학년 남학생과 여학생이 콧물까지 흘리며 울며 다툰다. 내 옆 바닥에 앉은 채 싸운 까닭을 쓰게 했다. 다 쓴 글을 둘에게 주며 읽고 밑에 글을 쓰라고 했다.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이 글자 뭐야?” 하고 물으니, 무슨 글자인지 말해준다. 이어지는 말, “고마워.” 한다. 그 말 듣고는 둘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물론 그날 둘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우리 아이들이 한 곳에서 지내니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싸웠을 때 그 정도를 따져 이렇게 글로 쓸 때가 많다. 쓴 글을 서너 번 만 주고받으면 대부분 풀리곤 한다. 싸우며 흥분했던 마음이 글로 싸우며 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험으로 봤을 때, 첫 번째는 시간이 흐르며 화났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억울한 이야기를 글로 다 풀어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친구가 쓴 글을 보며, 친구 처지에서도 생각해 봤기 때문이다.


작은 다툼은 또 일어난다. 그럼 나는 또 , 둘은 왜 싸웠는지 써 보자.” 한다.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5.09 04:57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7:93


이영근


우리 반은 경기도 공립학교로 일반학교이다. 우리 반은 4학년으로 참사랑땀 반이라 한다. 올해가 열여덟 번째 제자들로, 참사랑땀-18기이다



▲ 참사랑땀-18기 교실 모습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밥은 질서를 지켜 차례대로 받아야 해요.” 하며 말은 다 맞는데, 밥 받을 때면 차례를 안 지키는 아이들이 있다. “군포는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있겠죠.” 하며 말로 장난하기를 즐기는 아이가 있다. 자기 요구를 말하고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제 말이 맞잖아요?” 하며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지난 토론 때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을 뭐라고 했죠?” 하며 칠판에 이라 쓴다.

설득이요.”

맞아요. 설득.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면 그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하며 칠판에 설득감동을 쓴다.

 

 

7: 말이 가진 힘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말을 해요.” 하며 동그라미를 크게 그린다.

여러분은 친구가 하는 을 다 들어주나요?”

아니요.”

그럼 이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데에는 얼마나 힘이 있을까요?”

대답이 없다.

설득되는 걸, 100으로 나타낸다면 은 어느 정도 차지할까요? 그리고 말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까요?”

아이들은 여러 숫자를 말한다.

, 예를 들어 볼게요. 작년에 선배가 학급회의 시간에 이런 말을 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 반의 아쉬운 점으로, ‘복도에서 뛰는 사람이 많아 아쉽습니다.’ 하고 말했어요. 내가 봐도 복도에서 뛰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러면 이 선배가 한 말은 맞나요? 맞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 선배의 말이 맞는데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어요.”

왜요?”

왜냐면 그 선배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네가 더 뛰어.’ 했거든요.”

하하하.”

학생들이 웃는다.

그 선배가 한 은 맞는데, 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까요?”

말한 선배가 뛰었으니까요.”

동그라미에 조금 그리고, ‘7’을 썼다.

사람이 하는 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93: 사람이 가진 힘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 여러분, 이런 경우가 있나요? 주말에 집에 있다가 점심 때 텔레비전을 보며 거실에 드러누워서는 청소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요. ‘엄마, 짜장면 시켜 먹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안 돼. 엄마는 청소하는데 네 방 청소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서 하는 말이라고는.’ 하고 짜장면을 시키기는커녕 꾸중만 들었어요. 그럼 이때 여러분 같으면, 짜장면을 시켜먹기 위해 어떻게 하겠어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해요.”

맞아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하며, 엄마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그러며 내 방 청소도 미리 해 둬요. 엄마가 내 방 청소하러 왔다가 깜짝 놀라기도 하죠. 이럴 때 엄마~ 청소한다고 힘든데, 우리 짜장면 시켜먹는 거 어때요.’ 하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엄마가, ‘아유, 잘했다. 그러자.’ 하며 짜장면을 먹을 확률이 커지는 거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우리 반의 예를 든다.

오늘 아침에 노래할 때, 함께 따라 부르지도 않던 친구가 노래 끝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해 줘요.’ 하면 선생님이 노래를 더 불러줄까요?”

아뇨.”

그럼 다른 예를 들어봐요. 어제 ○○는 수학익힘책 문제를 풀 때 여러 번 틀려도 친구들 답을 보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칭찬을 받았어요. 알죠? (.) 만일 ○○가 그 다음 시간 수업을 시작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하고 수업해요.’ 하고 예의를 지켜 말해요. 그러면 선생님은 아마도 마음이 흔들렸을 것 같아요. 노래를 한 곡 더 했을 것 같아요.”

동그라미 나머지 부분에 자세‘93’을 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7’이지만, 그 사람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93’이라는 거예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나도 보여주려 한다

 

선생님도 그래요. 여러분에게 책 읽자고 하니까, 책을 함께 봐요.”

내 책상에 놓여 있는 책받침에 책을 보인다.

맞아. 선생님 책 많이 봐.”

그리고 여러분에게 날마다 일기 쓰라고 하니, 나도 써요.”

내 기록지를 보여준다.

날마다 쓰세요?”

날마다 쓰려고 하는데, 못 쓸 때도 있지만 거의 날마다 써요. 어제도 썼고요.”

청소도 그래서 같이 하려고 해요.”

맞아. 선생님은 여기 둘레 자주 쓸어.”

 

 

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토론하는 건,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함이에요. 듣기의 4단계에서도 대답하고 질문하는 게 제일 좋다고 했어요. 오늘 이야기는 여러분에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말도 중요한데, 말과 함께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 거예요.”


▲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참사랑땀 반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5.09 03:23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 정강이를 걷어찬 나


최관의


종오! 이리 와라.”

1학년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점심시간. 미경이 배를 걷어차면서 거친 욕을 해대는 종오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얼른 이리 오란 말이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우리 종오 눈빛에 날이 섰어요.

왜요?”

뭘 잘못했다고 그런 말투로 날 부르냐는 거지요. 사춘기 6학년 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몸짓을 1학년 녀석에게서 보게 되다니. 자존심이 확 상하면서 화가 치고 올라왔어요. 순간 자존심 상한다는 느낌이 올라오는 걸 우아하게 억누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솟아나는 화만은 어쩌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종오! 너 이리 안 올래!”

왜요? 뭘 잘못 했다고 그래요. 미경이가 먼저 욕했단 말이에요.”

세상에, 녀석은 오라는데도 꼼짝 안 한 채 한쪽 다리를 옆으로 삐딱하게 하고는 짜증과 화와 원망이 가득 찬 얼굴로 이렇게 투덜대며 발을 굴렀어요.

! 짜증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도 거친 혼잣말이 튀어나왔어요.

저 자식이, 저게 뭐 하자는 거야.”


그럼과 동시에 당장 종오에게 달려가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뜨겁게 휘감았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심호흡을 했지요. 그러고는 잠깐 그 자리를 떠나 다른 반 아이들이 밥 먹고 있는 곳을 한 바퀴 돌아보며 감정을 다스렸습니다.

아이들과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화를 치밀게 하는 일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럴 때 감정을 자제하지 못 해 후회할 일을 저지른 게 적지 않았어요. 또 그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그 자리를 피한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지난 해 제가 저지른 잘못이 떠올랐어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부끄러워집니다.


그 때도 점심시간이었지요.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밥 먹는 걸 어느 정도 살핀 뒤 옆 반 담임과 함께 밥을 받아 한두 숟가락 떴을 때였어요.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6학년 남자 아이가 의자를 발로 차며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 소리가 아주 귀에 거슬리고 지나가는 아이가 다칠 위험도 있어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더 이상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줬어요.

멈출 거라고 믿고 밥을 먹는데 또 그 소리가 들려요. 밥 먹다 말고 다시 녀석과 눈이 마주쳤어요. 이번에는 손을 들어 엑스 자를 그렸지요. 녀석도 알았다는 표정을 짓기에 그야말로 이번에는 멈추리라 생각하며 막 숟가락을 드는 데 또 그 자극적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발로 녀석 정강이를 걷어찼지요. 그것도 두 번이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녀석은 밥 먹다 말고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옆에 있던 아이들마저 놀랐어요. 녀석 눈에서는 눈물이 솟아오르고 내 머리에는 아차! 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꼭지가 돌고 말았어.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 폭력을 휘두른 거야.’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솟구치던 화는 후회와 자괴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미움과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이 녀석 마음에 상처가 클 텐데, 주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텐데.’, ‘그 동안 내 몸과 마음에 배인 나쁜 습관 고치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내가 이게 무슨 꼴이야.’하는 뼈저린 후회와 뉘우침이 올라왔어요.


이런 생각은 순식간에 내 머리와 가슴과 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 엄청난 사태를 수습해야 했지요. 놀라서 울고 있는 녀석을 안아주며 말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많이 놀랐지.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아이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고, 손도 떨리고 있었어요.

아니에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한 거예요.”


차라리 대들기라도 하면 마음이 덜 힘들 텐데 괜찮다는 거예요. 자기가 잘못 한 거라고 하니 더 마음이 무겁고 힘들더라고요. 녀석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자리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밥맛을 모르겠더군요. 옆 반 담임이 굳어진 제 표정을 보면서 위로해줬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몰라서 아이들에게 못 하는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하지만 이게 뭐냐? 속에서 올라오는 화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 해 아이에게 상처를 줘? 아이고 그러면서 교육이 어떻고 아이들이 어떻고 입으로 말은 잘 한다.’


밥 몇 숟가락 떠 넣다 고개 들어 보니 녀석은 함께 먹던 아이들과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올라갔더군요. 저도 서둘러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이 녀석을 만나 한 번 더 사과하고 마음을 달래줘야지. 아이를 찾아 교실, 복도, 화장실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못 만났어요. 결국 그 다음 날 다시 만나 어제 내가 한 짓에 대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마음의 상처를 덜어주려 했지만 엎어진 물이요 시위 떠난 화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요. 그 뒤로 졸업하는 날까지 녀석에게 마음을 쓰고 농담도 하고 하면서 아이 가슴에 뿌린 어둠을 걷어내려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날의 아픈 기억이 자꾸 올라옵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난 지금 이 순간 또다시 종오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다는 충동이 또 솟아오르다니! 섬뜩했어요.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아이를 발로 차려는 이 충동은 도대체 어디서 오고 왜 되풀이하는 걸까?’하는 안타까운 물음이 떠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그 무서운 충동에 휘말리지 않은 게 고마웠어요. 치솟는 화와 충동을 마주 바라보고 조절하는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종오에게 하던 잔소리를 멈췄어요. 이런 감정으로 종오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느낌이 들었거든요.


종오야! 들어가 밥 먹을 준비하거라. 지금 미경이랑 부딪치는 거는 멈추고 더 이상 하지 마라. 미경이가 욕한 건 따로 말 하마.”

그렇게 들여보내고 나니 빠르게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담임 가슴에서 한바탕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오와 미경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장난치며 밥을 먹네요. 그 모습을 보며 솟구치는 화와 충동을 잘 추스른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실로 올라와 종오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했어요.

종오야! 아까 그러고 들어가서는 미경이랑 웃으며 밥 먹더라.”

미경이랑 서로 사과했어요.”

그래. 잘 했고 큰 공부했다. 멋지다.”


솔직히 이 날 큰 공부한 사람은 종오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인권, 평화교육 어쩌고 하면서도 그 동안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와 있는 틀과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날이니까요. 그게 얼마나 어렵고 큰 공부인지도.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5 12:32

[시선 |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놀고 삐지고 놀고


최관의


남자 애들이 놀려요.”

그래? 뭐라고 그러디?”

바보래요. 자꾸만 그래요. 그러고는 도망가요.”

지원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요. 지원이를 아이들이 자주 놀리는 터라 이번에는 마음먹고 끼어들었지요.

지원이 울린 사람들 이리 와 보거라.”

순간 몇몇 남자 아이들 눈이 담임에게 확 쏠리는 게 보이네요. 저 녀석들이 이 일과 상관있겠지요.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는가 하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이도 있고 슬그머니 자기 자리에 가 앉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시치미 뚝 떼고 수업 준비하는 녀석도 있네요. 아무리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성질이 확 올라와요.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가 커졌어요.

일단 이리 나오란 말이다! 지원이가 우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 다 나와! 얼른.”

여기저기 궁시렁댑니다.

난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어요.”

준석이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웃기만 했어요.”

몇 명이 일어서 나오는 동안 지원이를 힘들게 한 게 확실해 담임 앞에 나와 있던 준석이가 의기양양해서 큰 목소리를 내요.

선생님! 민재도 그래 놓고 안 나와요. 민재 너 나와라.”

자리에 앉아 힐끔힐끔 눈치 보던 민재가 소리를 지르네요.

내가 뭘? 난 안 했다고.”

눈치를 보니 불안해하는 게 보여요. ‘자식, 내가 선생 생활 몇 년인데 눈빛만 봐도 안다고.’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화가 나네요.

민재 너도 나와.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지원이가 울면서 담임에게 하소연한 뒤로 즐겁던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지원아! 다 나왔지? 이 아이들 맞아?”

그새 눈물 그친 지원이가 생기 도는 목소리로 말하네요.

성욱이는 아닌데요. 그냥 보기만 했고 아이들 보고 그러지 말라 했어요.”

나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아냐. 너는 나 놀렸잖아?”

이제 지원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에서 아이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 목소리와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자꾸 목소리가 높아져요.

이제 시작하자. 누가 먼저 이야기해볼까? 이야기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마. 아무리 내 생각이 달라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끼어들지 않기, 할 말 있으면 이야기 다 듣고 말하기. 그리고 되도록 자기 처지에서 내가 잘 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상대방 생각도 하면서 이야기해보자. 지원이부터 이야기해볼까?”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지요. 지금 상황은 한 명의 아이를 여럿이 힘들게 하는 경우인데요, 이럴 때는 담임이 안 끼어들 수가 없어요. 까닭이 어찌 되었든 한 쪽이 너무 약해 담임이 끼어들지 않으면 자칫 한 아이가 너무 힘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지만 대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대부분 풀려요. 잘못도 잘 인정하고 사과도 금방 받아주지요.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즐겁게 어울립니다. 그야말로 다투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부를 하지요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 다툼에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부모님 가운데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집에서 지낼 때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부모나 어른들하고 지낼 때보면 문제행동이 보이질 않아요. 그런데 왜 학교에만 오면 아이가 거칠어지고 욕하고 싸우고 그럴까요?”


아이가 놓인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아이가 어른과 함께 있을 때는 어른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주지요. 부모는 아이가 옳지 못 한 행동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더라도 기다리면서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고 그럽니다. 그러나 또래끼리 어울릴 때는 상황이 달라져요. 또래는 어떤 한 아이에게 맞춰 놀아주지 않는데요, 이 말은 그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어른들이 대해주는 방법과는 달리 또래들은 각자 자기 생각과 처지에 따라서 날것 그대로 반응을 보이고 행동해요. 물론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부를 하지만 또래들끼리 어울릴 때는 부모나 어른의 논리와는 다른 아이들만의 논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하던 방식으로 자기 욕구나 뜻을 이루려 하면 부닥치고 깨지기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자주 다투고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아주 힘들고 어렵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스스로도 고달프지만 곁에서 보는 부모도 안쓰럽고 그렇지요.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 속도가 늦은 아이에게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지식 공부가 부족하면 난리를 펴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가 늦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들을 안 써요. 말로는 사회성, 사회성 하지만 실제로는 지식 공부에 들이는 노력에 견주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지요. 그러다 심각한 폭력이나 따돌림이 일어나고 아이가 눈에 띄게 힘들어하면 그 제서야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힘, 사회성을 키우는 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이에 맞게 배워가지 않으면 나중에 억만금을 주고도 배울 길이 없어요. 부족한 지식 공부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만은 그 나이 그 공간에서 하지 못 하면 나중에 인공으로 만들어 할 수 있는 그런 공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 중요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어른의 논리를 강요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어요. 다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단 말입니다.


저는 교실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가능한 아이들 힘으로 풀어가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이들 다툼에서 손을 떼지는 않아요. 과제를 줄 때 적절하게 난이도를 조절하듯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할 때도 아이의 능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다툼과 갈등을 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만한 상황인지 관련된 아이들의 특성과 앞뒤 사정을 살피고 결정하는 데요, 바로 이 때 교사의 교육적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상황처럼 한 쪽의 힘이 너무 강하거나 한 아이와 여럿 사이의 문제, 기가 약한 아이와 강한 아이,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거나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힘이 너무 부족할 때는 끼어들어 아이들 사이의 흐름에 변화를 줍니다. 흐름에 변화는 주지만 그렇게 끼어드는 가장 큰 까닭은 다툼을 풀어가는 과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툼을 멈추게 해서 학부모 민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툼이라고 하는 골치 아픈 배움의 기회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이기 때문이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7:39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욕 대장 종오가 질투를?


최관의


민준아! 과제 갖고 나와라. 다른 애들 다 끝났다.”

민준이는 앞을 못 봐요. 약시 정도가 아니라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요. 국어공책을 꺼내 들고 아이들 책상 사이로 더듬더듬 나오는 걸 보고는 몸을 돌려 수업 준비를 하는 데 종오 목소리가 들려요.

앞도 못 보는 게 저리 꺼져. 장애인 새끼가.”

칠판 쪽을 보며 수학책을 꺼내고 있다가 놀라 뒤돌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종오가 민준이를 밀치며 한 말이었어요. 앞이 안 보이니까 민준이가 더듬다가 종오 몸을 더듬은 겁니다. 순간 화가 욱하고 솟구치는 걸 참았어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동안 해온 것처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잔소리했다가는 부작용이 크겠다는 감이라고 할까 느낌이 떠오르는 겁니다. 입을 콱 다물었지요. 속을 삭히는 새 종오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준이한테 사과해라.”

거친 말을 해 놓고는 자기도 아차 싶은지 잘못을 인정하고 얼른 사과하네요. 더 이상 아무 말 안 하고 민준이 과제를 살피고 수업도 했어요. 잔소리를 안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입으로 잔소리하고 야단쳐서 본전도 못 건진 경우가 많거든요. 더구나 종오처럼 거친 행동이 지속되고 있는 아이일수록 효과는 그만두고 부작용만 더 크더라고요.


놀이 시간이 다가오네요. 아이들 우유를 먹일 시간입니다. 우유 상자를 들어다 칠판 앞에 놓고는 털썩 주저앉아 우유를 나누어주기 시작했어요.

놀이동산 입장권 받아가세요.”

우유 먹고 놀러 나가란 뜻입니다. 민준이가 우유 가지러 나오다 또 종오 자리로 들어서는 겁니다. 안 보는 척 종오가 어떻게 하나 날을 세우고 귀 기울였어요.

여긴 내 자리야. 이리와 나랑 같이 우유 갖고 들어가자.”

차마 1학년 아이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거친 말을 하더니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담임이 바로 코앞에 앉아 우유를 나누어주고 있어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와 몸짓을 보며 아까는 순간 화가 나서 그랬나 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뒤 민준이 보조 선생님이 종오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 겁니다. 담임 모르게 민준이한테 욕하고 밀치기도 한다고요. 어쩌다 한 번 그런 거라면 모를까 되풀이 된다면 이건 작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 뒤로 며칠 동안 종오를 살피고는 이 모든 일의 일차적인 원인은 민준이에 대한 질투라고 결론 냈어요. 그 뿌리를 더 파고들면 수많은 까닭이 있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난 건 질투라는 거지요.


앞을 못 보다보니 입학한 날부터 담임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민준이에게 관심을 주고 우리 반 아이들도 마음써주는 게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어요. 그렇다면 종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게 뭐지? 드러내 놓고 관심을 줄 만한 게 뭐가 있지? 아 맞다! 민준이는 앞을 못 보고 종오는 밥을 차분히 못 먹어. 자기가 좋아하는 수학이나 그림 그리기를 할 때는 집중을 잘 하는데 밥 먹을 때만은 전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잠시도 못 앉아 있어. 돌아다니고 수저로 식탁을 치거나 의자를 들었다 놨다 하고 밥 한 번 먹으려면 거짓말 안 보태고 열 번은 넘게 수돗가를 오가고. 다른 아이들 건드리고 뛰어다니고. 이걸 건드려 보자.


하루는 밥 먹다 종오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어요.

종오야! 오늘만 꼼짝 안 하고 밥 먹어줄래?”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눈빛으로 대답했어요.

밥 남기면 안 돼요?”

그냥 더 이상 묻지 말고 오늘만 그렇게 해줄래? 제발 부탁이다. 하루만 나 봐줘.”

대답도 안 듣고 급히 서둘러 종오 맞은편에 있는 자리로 가서 밥을 먹는데 녀석이 뭔가 감을 잡았는지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요.

왜요?”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턱으로 달 반 담임샘을 가리켰어요. 녀석은 더 구미가 당기는지 웃음 띤 얼굴로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짓네요. 다시 종오에게 다가갔어요.

달 반 샘하고 내기했다니까. ‘니가 한 번도 안 움직이고 밥 먹는다.’에 걸었어.”

이기면 뭐 있어요?”

몰라. 그건 말 못 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눈치가 빤한 저 녀석이 관심을 보일까 싶었지만 안 먹히더라도 담임과 옆 반 샘이 관심 갖고 있다는 건 느낄 테고 잔소리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이 적겠다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 재미있어 죽겠다는 웃음 띤 얼굴을 보니 저도 재미있어지네요. 이 내기에서 종오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날 종오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꼼짝도 안 했어요. 다만 온 몸을 비비 틀고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툭툭 차고 난리를 쳤지만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성공을 하고 집에 갔어요.


다음 날 아침 어제 한 내기를 잊었는지 하루 종일 물어보지도 않더군요. 그 날은 점심 먹을 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다른 날과 똑같이 돌아다니고 밥 남기고 그랬지만 간섭 안 했지요. 아이들을 모두 하교 시키고는 교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들렸어요. 인사하고는 교실 앞문을 나서는 걸 불러 세웠지요. 제 앞에 온 종오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실실 웃기만 했어요.

관샘! 왜요?”

…….”

태권도 차 기다려요. 말 안 하면 그냥 갈래요.”

이거 먹어라.”

제주도 초코크런치라는 과자를 한 개 내밀었어요.

너 먹어.”

별로 안 좋아해요.”

먹어 둬. 어제 네가 점심시간에 번 거야. 내기에서 번 거라고. 나도 하나 먹고 너도 하나 먹자.”

그제서야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집니다. 담임이 껍질 까서 입에 넣어주니 싫다고 하던 녀석이 맛있게 먹고는 신나서 나갔어요.

요즘 우리 일학년 샘들은 종오에게 자주 말도 걸고 밥 먹기 내기도 해요. 힘들어 죽겠다고 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종오 이 녀석은 그걸 즐기고요. 오늘 장보러 시장에 갔다가 종오에게 줄 과자를 샀지요.

종오 이 녀석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조금이라도 감싸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그저 이렇게 해볼 뿐입니다. 막말 자꾸 해서 남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 상처받고 거칠어지는 일이 줄어들도록 약효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6:48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싫어! 싫어! 미진이랑 앉기 싫다고!


최관의


자리 언제 바꿔요?”

자리?”

3교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맨 앞에 앉은 달룡이가 짝 바꾸는 이야기를 하네요.

맞다. 오늘이 630. 자리 바꾸는 날 맞네요.”

자리 바꿔요.”

지금 자리 바꿔요.”

공부하기 싫은데 잘 됐다는 듯 소리소리 지르네요. 그 가운데 가장 목소리가 큰 환종이한테 말을 걸었어요.

환종아! 너 지금 짝이 싫구나. 정아가 그렇게 싫어?”

순간 녀석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보여요. 나랑 둘이 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관샘! 이거 비밀인데요, 정아 좋아해요. 애들한테 말하면 안 돼요.”

당황해하는 녀석을 그냥 놔둘 제가 아니지요.

그런지 몰랐는데, 싫어하는 구나.”

아니에요. 좋아해요. 좋아하는데 그냥 자리 바꿀 때가 돼서.”

좋아해?”

. 좋아해요. 정말이라니까요!”

애들이 난리가 났어요. 비명소리가 나고. 그런 상황에서도 정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기만하고 환종이 얼굴만 울상이네요. 장난이 너무 심했나 싶어요.

난 또 싫어한다고 하면 어쩌나 했다. 알았다. 자리 바꾸자. 이번 달은 남자가 여자 뽑는 거 맞지?”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새로 정해진 짝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새 짝 이름표를 뽑고 있을 때였어요. 환종이가 짝 이름표를 뽑아 들더니 얼굴색이 싹 굳어지면서 울상이 되는 겁니다. 그러고는 이름표를 확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겁니다.

싫어! 나 싫다고. 미진이랑 앉기 싫다고.”

별 부담 없이 웃으며 짝 뽑기를 진행하던 저는 순간 당황했어요. 6학년이라면 짝 바꾸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 시작했을 거지만 그 동안 자리 바꾸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아이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표정으로 환종이를 쳐다보는 겁니다. 이럴 땐 환종이 마음을 알아줘야 했고 그게 맞지만 순간 거친 말이 나오고 말았어요.

환종아! 그만! 네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어떻게 앉냐. 그러고 그렇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막 해! 멈추라고.”

환종이는 담임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지 뒤돌아서 발까지 구르네요.

안 앉아. 미진이랑 안 앉는다고. 이게 뭐야!”

발을 구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소리 지르더니 마침내 욕까지 섞네요. 그대로 더 놔두었다가는 환종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제 가슴에서 확 올라오는 불덩어리가 느껴져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환종이 손을 잡았지요.

환종아! 네가 속상한 건 알겠는데 일단 복도로 나가자. 나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오자고.”

세상에! 꼼짝 안 해요. 화가 어찌나 났는지 얼굴까지 하얘져서 온 몸에 힘을 주고는 꼼짝 안 하는 겁니다. 환종이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화내고 강제로 빼앗고 밀치는 모습을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화내고 소리소리 지르며 얼굴까지 하얗게 되는 건 처음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나요. 환종이와 미진이가 자주 다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싫다고 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되지요. 제 가슴 속에 올라오던 불덩어리가 머리끝까지 와서 터지기 직전이 되고 말았어요. 흔히들 하는 말로 뚜껑이 열리려는 순간입니다. 몸을 숙여 환종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줘 말했지요.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복도에서 바람 쐬고 있거라. 내가 데리러 나가마.”

말을 끝내고도 환종이 눈을 계속 바라봤어요. 담임 눈빛에 눌렸는지 아무 말 없이 복도로 나가더군요.


녀석을 내보내고는 얼른 미진이 눈치를 살폈지요. 그런데 걱정한 거와 달리 편안한 얼굴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울거나 하다못해 골이라도 났으려니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흔들림이 없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 누가 놀린다고, 귀찮게 한다고, 같이 안 놀아준다고 이르고 울고 하는 녀석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라니!


흥분한 마음도 가라앉히고 반 분위기도 바꿀 겸 해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게 하고는 복도로 나가 보니 환종이가 구석에 앉아 있어요.

좀 기분이 나아졌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풀죽은 모습이네요.

그만 들어가자.”

손잡고 교실로 들어가다 잠깐 서서 물어봤어요.

지금 와서 짝을 바꿀 수는 없어. 어떻게 할래? 들어가서도 미진이한테 계속 그럴 거야?”

아니요. 그냥 앉을래요.”

그래. 수업도 해야 하고 그만 들어가자.”

글씨 공부를 하려고 열 칸 공책을 꺼내고 있는데 환종이 얼굴이 어둡고 굳어 있네요. 저러다 활발하고 거침없는 미진이랑 한 판 붙지 싶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 순간 미진이가 환종이를 툭툭 치면서 얼굴을 가까이 대며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거는 겁니다.

환종아! 기분 풀어. 내가 잘 해줄게.”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자기주장이 강해 툭하면 울고 골내고 삐지고 이르기를 밥 먹 듯해 하루에도 몇 번씩 담임을 귀찮게 하는 녀석이 저런 의젓한 말을 하다니. 환종이는 앞만 보고 아는 척도 안 하네요. 그런 환종이 등을 엄마들이 하듯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치면서 미진이가 또 말을 걸어요.

환종아! 기분 풀어.”

겸연쩍은지 대꾸는 안 하지만 환종이 표정이 풀리는 게 보여요.

미진이 너 대단하다. 자기 싫다고 저 난리치는 녀석을 품어주다니. 네가 나보다 낫다.’ 속 좁게 환종이에게 버럭 화낼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긴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오늘 미진이는 큰일을 해냈습니다. 미진이에게 더 살갑게 대해야겠어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2:23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욕 대장 종오 이야기


최관의


선생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되려나 모르겠는데요, 글쎄 얼마 전에 보니까 우리 아들이 욕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적이 없는데.”

그래요? 1학년인데 아직 욕을 한 적이 없어요?”

통 욕을 안 하던 애가 그러기에 얘기 해보니 우리 반에 욕 잘 하는 애가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누군 지 금방 알아듣겠네요. 종오라고 욕 잘 하는 녀석이 있거든요.

누굴 말하는지 알겠네요. 이름은 말씀 안 드릴게요.”

다른 부모와 상담하다 좋지 않은 뜻으로 다른 아이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 아이가 욕하는 걸 듣고 자기도 욕을 했다는 거예요. 이걸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왔어요.”

아드님이 욕하는 걸 처음 들었으니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 이해는 되네요. 그런데 정말로 민수가 욕을 처음 했을까요?”

?”

어머니 표정이 흔들려요.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않는 앤데 다른 아이가 욕을 해서 그걸 따라한 거다, 그러니 그 아이가 욕을 못 하게 막아 달라, 교육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판에 아들 민수가 처음으로 욕한 거라고 자신할 수 있냐고 물으니 당황할 수밖에요.

글쎄요. 제 귀로는 처음 들은 거라.”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어갔지요.

아드님 입에서 거친 욕이 나오는 걸 보고 가슴 철렁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제 아드님이 유아기에서 아동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 있어요. 욕이 귀에 들어올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민수 어머니는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시더군요. 더 솔직하게 밀고 들어갔어요.

야한 동영상이나 그림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언제부터 야한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까요? 한두 살이나 서너 살 때에도 야동은 있는데 그게 아이 눈에 안 들어와요. 주변에 야한 게 널려 있어도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변화가 아이 안에서 일어나야만,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어머니 찻잔에 차가 비었기에 더 따라드리고 제 찻잔에도 찻물을 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욕은 민수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방에 널려 있었어요. 그런데 어려서는 그게 귀에 안 들어왔고 지금은 그게 들어와요. 우리 반에 어느 아이가 욕을 잘 한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중요한 건 민수가 욕하는 게 그 아이 탓만은 아니라는 거지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민수 어머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상담하는 기간에 부모님 여럿이 우리 반 그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런 말씀 드렸어요. 그 녀석은 좋은 점, 밝은 점이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녀석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자칫하면 그 눈에 띄는 걸로만 그 사람을 결정짓고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도요. 그 아이가 욕하고 다른 아이들 귀찮게 하고 수업 흐름에 어려움 준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그런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모님들이 지금 당장 자녀들이 그 아이 때문에 학교에서 힘들어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어떻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더구나 우리 모두 자식 키우는 부모 아니냐. 그러니 같은 처지에서 함께 이해하고 믿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는 거지요. 자칫 그 아이는 욕 하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부모님들의 흐름이 우리 반의 대세로,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건 그 아이와 부모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믿어요. 그 아이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매우 심각한 일이 되고 말지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어머니! 저를 믿고 힘들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그 녀석 부모님과 손잡고 남을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믿고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날 민수 어머니께 고맙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어요. 사실 민수가 종오 녀석 때문에 운 게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민수가 워낙 참을성이 많고 다른 아이에게 싫은 소리 못 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안 그랬으면 싸워도 크게 여러 번 싸웠을 겁니다.

상당수의 부모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담임과 그 아이의 부모는 뭐 하고 있냐고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해요. 속상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지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동감해요. 하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을 고치자!’하고 마음먹고 노력하는 순간 확 달라지던가요? 하다 못 해 물을 끓여도 기다려야 끓고 과일도 겨울, , 여름을 견디어내야 열매를 맺는데 사람 변하는 건 말해 뭣하겠어요.

종오가 워낙 아이들에게 힘들게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로부터 항의 전화 여러 번 오리라 각오하고 있는데 봄이 다 가도록 단 한 분도 말씀이 없었지요. 요즘 종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다른 아이들 책상에 낙서하기, 사물함에 오르내리면서 위험한 행동하기, 욕하기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요. 믿고 기다려준 학부모님들 도움이 커요.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 늦고 뭐 하나를 가르치려 해도 안 하고 버티며 아이들 못 살게 구는 아이들이 사방에 넘쳐요. 그런 아이들 보면 속이 터져도 저 녀석이 남 모르는 사정이 있나보구나.’ 믿고 기다리며 도와줘 밝은 기운이 솟아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반 부모님들이 욕 대장 종오가 변할 거라 믿고 기다리 듯 우리 사회 부모가 그런다면 우리 아이들 얼굴이 더 밝아지겠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