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18.10.18 20:32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극도로 예민한 중2 스물아홉이 모였다.

그중 담임이 가장 예민할 때 생기는 일들에 관하여.

너의 눈, ,

 

주예지

 

조회에 들어가면 마치 카메라가 인물의 얼굴을 인식하듯 아이들 얼굴이 들어 있는 작은 네모 상자 스물아홉 개가 교실에 둥둥 떠다닌다. 10분간 분석을 시작한다.

 

오늘 정현이가 엎드려 있군.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네. 건들지 말아야지. 지우는 오늘 왜 저렇게 들떴지. 서영이는 얼굴이 어두워 보이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준희는 인상을 엄청 찌푸리고 있네. 예서는 졸려 보이네. 어제 늦게 잤나. 재우는 왜 내 눈치를 보지. 뭐 잘못했나. 지서는 멍 때리기 대회 나가면 1등 하겠다.……

 

보통 중2 아이들의 아침 표정은 각자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짜증스러움과 피곤함,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다. 아직 2년 차 새내기 교사에게 비교 대상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유독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이 매섭게 느껴진다. 짜증스러움이 가득 담겨서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예민한 눈, , 입을 보고 있노라면 얼른 교실 문을 나서고 싶어 종이 치기를 간절히 기다리다가 후다닥 나간다.

 

그나마 다수를 상대하는 교실 상황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것은 견딜만하다. 잠시나마 아이들의 얼굴을 피하고 싶을 때 아이와 아이 사이의 허공을 보면 좀 낫다는 것을 터득했다. 일대일로 마주하면 속에서 열불이 올라오곤 한다. 학기 초부터 표정이 계속 신경 쓰이는-좀 더 솔직해지자면 거슬리는- 남자아이가 있다. 대들거나 대놓고 삐딱선을 타는 건 아닌데 건들거리는 태도와 항상 불만이 가득한 뚱한 표정이 신경을 묘하게 긁는다. 이 아이의 눈, , 입은 혼낼 때 진면모가 드러난다. 한문 시간이 끝난 이후였다. 한문 선생님이 이 아이가 수업 시간에 지나치게 방해를 해 벌점을 주셨다고 한다. 1학기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불러서 차분히 이야기한다. 물론 잔소리를 들을 때도 표정이 안 좋았지만, 한문 선생님께 찾아가서 사과드리고 앞으로 수업 시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말씀드리라고 하니 똥 씹은 표정이 된다. 옆으로 돌리는 고개, 찌푸려지는 미간, ‘-’하면서 한숨 쉬는 입, 꾹 참는 듯한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나중에 한문 선생님께 확인할 거라고 하니 억지로 알겠다고 하며 교무실로 내려간다. 종례를 마치고 교무실에 내려가 보니 한문 선생님이 안 계신지 계속 기다리고 있다. 확인해보니 오늘 한문 선생님이 일찍 가시는 날이다. 내일은 방학식이라서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아이에게 편지지를 건네며 여기에 한문 선생님께 편지를 쓰라고 하니 이제는 거의 한 대 칠 것 같은, 날 것의 표정이 그대로 나타난다. 순간 속에서 더운 김이 확 올라온다. 침을 한 번 꾹 삼키고 말을 꺼낸다.

 

혹시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불만이 있니?”

아니요.”

 

표정은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도 너랑 웃으며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어. 너 남겨서 이런 이야기하는 거 결코 마음 편하고 쉬운 일 아니야. 그런데 지금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면 선생님 기분이 어떨까?”

 

기분 나쁠 것 같아요

 

맞아. 안 그래도 내 새끼가 다른 선생님께 혼나서 속상해 죽겠는데 너까지 그런 표정으로 보면 더 속상해. 앞으로 한문 시간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표정 풀고 다니자. 알겠지?”

 

.”(여전히 똥 씹은 표정이다.)

 

2 아이들의 예민함은 표정에서 극명히 드러나는 듯하다. 반항적인 말과 행동이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에게서도 순간 돌변하는 눈빛이나 구겨지는 표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표정은 정말이지……-말줄임표로 대신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표정이 선생님에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표정은 빈번하게 공격이 되어 날아간다.

 

우리 반의 자리 바꾸기 규칙은 2주에 한 번, 제비뽑기로 정해 남녀 무작위 짝으로 앉는 것이다. 2주에 한 번 자리를 바꾸는 것은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는 다른 반에 비해 자주 바꾸는 편에 속한다. 다양한 친구들과 고루고루 짝을 해보면서 얼른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런데 두어 번 정도 자리를 바꾸고 난 뒤 4월 즈음에 분위기가 이상하다. 제비뽑기하고 자리를 바꾸는데 남자아이들이 주고받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유독 한 아이가 탄식을 내지르고 다른 아이들이 웃으면서 눈빛을 주고받는다. 저번에도 웅성웅성 하길래 그냥 눈빛만 쏘아주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안 되겠다. 쉬는 시간에 탄식을 내지른 아이를 불러 내려서 이야기해본다. 우리 반에 겉도는 여자아이 세 명이 있는데 자기가 계속 그 아이들과 번갈아 가며 짝이 되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온몸으로 싫어하는 티를 꼭 내야만 하는 걸까. 그 뾰족함에 기어코 생채기가 난다.

 

다음 번 자리 바꿀 때는 우리 반이 너무 시끄럽다는 핑계로 앞으로는 제비뽑기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할 거라며 한 줄씩 떼어 놓고 임의로 자리를 배치한다. 자리를 배치할 때 우선 겉도는 세 아이들의 자리를 먼저 정한다. 세 아이들의 출석 번호가 연달아 있어서 다른 아이들이 셋을 묶어서 뒤에서 별칭을 만들어 놀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같이 안 앉힌다. 그리고 그 주위에 그나마 괜찮은아이들을 배치한다. 괜찮은 아이들이란 주위에 세 아이들이 있어도 대놓고 표정을 구기지 않는 아이들, 싫은 티를 온몸으로 내지 않는 아이들, 좀 순한 아이들을 일컫는다. 두세 번은 그래도 자리를 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시끄러운 아이들도 떼어 놓으니까 수업 분위기도 좀 괜찮아졌고, 세 아이들에게도 전보다는 불편한 상황이 줄어든 것 같아서 만족했다. 친한 친구를 만들어주는 마법은 못 부려도 교실에서 그나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대로 계속 짝을 바꾸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진짜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가? 그 아이들이 내년, 내후년에도 이런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오히려 안전이라는 핑계로 다른 아이들과 소통할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건 아닐까? 항상 그 아이들 주변에 앉는 아이들은? 내가 세 아이들을 보호해준다는 걸 다른 아이들이 모를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세 아이들 주변에 배치할 수 있는 아이들이 제한적이어서 자리를 바꾸어도 비슷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챌 리가. 그렇게 2학기가 시작되었다. 자리를 바꾸려고 이리저리 배치해 보는 일요일 저녁 시간. 계속 이어지는 의문과 갈등 속에서 결국 작업하던 창을 닫고 아침에 한동안 쓰지 않았던 제비뽑기 숟가락을 꺼내 교실에 들어간다. 제비뽑기가 끝난 후 초조한 마음으로 두 아이를-한 아이는 1학기가 끝나고 난 후 전학을 갔다.- 확인한다. 세상에. 앞뒤는

괜찮지만 옆이 문제다. 옆 분단에 쭈루룩 1학기 때 갈등이 있었던 남자아이들이 앉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 시간에 종종 열심히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느라 바쁜 눈동자가 보였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2주가 지나고 다시 제비뽑기를 했다. 이번엔 다행히 자리를 잘 뽑았다. 주변에 갈등이 있는 아이도 없고 괜찮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롤러코스터를 앞으로 몇 번이고 더 타야 한다니 벌써 속이 울렁거린다.

 

우스갯소리로 중2 애들 너무 예민하다고, 근데 그중에 담임인 내가 제일 예민하다고 친구한테 하소연하며 떠들던 게 생각난다. 여고, 여대에서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하며 살아남아 학습한 덕분일까. 아이들 간의 관계가 민감하게 다가오고, 서로 주고받는 미묘한 눈짓, 몸짓, 무언가 꾹 눌러 참는 입술 하나하나가 걸린다. 경력이 많은 노련한 옆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냥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말라고.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다고. 늘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아이들의 눈, , 입이 가장 굳어 있는 시간. 심지어 내일은 자리도 바꾸는 날이다. 아이들의 표정을 떠올리는 와중에 문득 궁금하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나의 표정은 어떨까. 학기 초에는 그래도 웃으면서 아이들을 반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이들과 여러 모난 일들을 겪으면서 어느 샌가 교실 문을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아마 나의 눈, , 입도 날카로운 선이 되어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벨 때도 있겠지. 신경이 곤두서는 월요일이 지나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금요일에는 서로의 눈, , 입이 둥근 곡선으로 맞닿을 수 있게 얼굴 근육을 풀어 놓아야겠다.

모두 개구리-------!

 


주예지 국어가 어렵다는 아이들의 투정 어린 원성에 나도 어렵다며 유치한 설전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는 국어교사입니다. 작년에 목동중학교에 교사로서 첫발을 디디고 2년 동안 중2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내년에는 중2를 맡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는 중입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8.08.19 20:50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빈틈을 잘 살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심은보


이후 이야기가 많이들 궁금하셨을 우리 1빠 선생! 결국 녀석은 나에 의해서여섯 번째 학교로 가버렸다. ‘학교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스스로 녀석의 담임을 맡았던 나에 의해서말이다. 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마음을 썼고, 또 많은 이들이 응원을 했다. 나 또한 나의 온 삶을 통해 응원하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담임이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부모님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그런 담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 아름다운 상황이 결과마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목표는 녀석을 이 속에 잘 녹아들게 해서 졸업시키는 게 목표였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과 함께 다른 아이들, 특히 상처를 많이 받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그 상황을 통해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보이질 않았고, 또 녀석에게 이 공간이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보았을 때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그 상황을 돌파할 녀석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하나라도 엿보였다면 아마도 모든 걸 다 걸었을 것이다. 치유를 넘어선 치료의 영역까지 학교가, 담임이 홀로 어찌할 순 없는 일이었다.

 

담임인 나의 신고를 통해 학폭 절차를 밟았고, 결국 녀석은 전학을 갔다. 학폭 절차는 녀석을 내치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공간을 분리해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한 절차였다.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아팠지만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진된 몸의 기운 만큼 마음의 기운마저 소진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전학 이후 교육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교와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회의를 열었고, 또 교육청 위센터1)에서는 녀석을 위한 정기적인 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는 것과 함께 그저 업무적인 일처리에 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리 될 수 있을 진 모르겠다. 우리 학교에서도 도움을 주셨던 상담 선생님께서도 정기적으로 녀석의 삶을 살피며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일도 맡아 주셨다.

 

주석1) 위센터(Wee)는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의 통합지원 서비스망을 말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두어 달 흘렀다. 그 사이 녀석은 세 차례 학교에 아침 일찍부터 갑작스레 찾아오곤 했다. 전학 간 학교가 녀석을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두들 환대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테고, 또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곳을 떠나고 보니 학교가 주었던 따스함이, 또 자신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함께 놀아주었던 친구들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담임의 입장에선 녀석을 잘 설득하여 돌려보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반 친구들은 다시 분위기를 추스르고 잘 지내고 있다. 학기 말 즈음 몇 차례 집단 상담을 통해 나머지 학급 아이들에 대한 점검과 진단을 해보기도 했다. 2학기 시작할 즈음 두 차례 가량 더 진행하며 다시 새로운 학기를 열어갈 생각이다.

 

들려오는 이야기엔 ‘1빠 선생이 잘 지내고 있진 못하는 것 같다. 학교에선 겉돌고 있고 녀석이 바깥에서 일으키고 있는 사건들 이야기도 귀에 들려온다. 참으로 내게는 아프고 또 아픈 이야기들이다. 아니, 녀석은 우리 교육과 사회의 빈틈이 만들어 낸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모습이다. 우리 지역와 옆의 지역까지 녀석에 대해선 알 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데도 이 학교 저 학교 돌리는 일 말고는 학교도, 지역 사회도 녀석을 돌보고 지원할 변변한 시스템하나 없는 우리 사회의 빈틈 말이다.

 

요사이 온 나라 곳곳에서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난도질하고 아이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 짓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으나, 가해자인 아이들의 삶의 결을 바꿔 내거나 갈등의 교육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에는 별로 다가가고 있지 못하는 현실은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네 학교를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은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 빈틈들로 인해 또 다시 겪게 되는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은 듯싶다. 우리 1빠 선생 역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꺼내놓았던 정책들이 오히려 녀석을 더욱 더 안 좋은 쪽으로 강화시켰고, 그를 돌볼 다른 장치들이 하나도 없는 빈틈들 속에서 녀석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요사이 뜨거웠던 평교사도 지원 가능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 이야기도 그러하다. 서울의 두 학교가 내부형 교장 공모 심사를 놓고 어려움이 있었던 듯하다. 네 해 전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지라 그 빈틈들을 잘 알고 있다.

 

2013년이었을 게다. 학교 안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를 추진하기 위해 의견을 모아 가는 데 지역 교감단들의 방해가 무시무시하게 심했다. 우리는 학교를 좀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승진해야 할 본인들의 자리 중 한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무사히 내부형 공모제를 신청했고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정하는 두 학교 중 한 학교로 선택을 받아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계속 발생했다. 지역 교감 중 한 사람이 후보로 들어왔고, 학교 심사 이후 지역 교육청 심사 과정에서 눈에 띄게 편파적인 심사가 이루어졌다. 결국 학교 심사 결과 1,2등 순위를 뒤집히도록 심사를 해서 도교육청으로 추천을 올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스럽게도 도교육청에서 다시 순서가 뒤집혀 우리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교사가 교장으로 4년을 함께 했다. 그 결과 학교는 나날이 더 민주적인 곳으로 거듭 변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게 된 교육을 둘러싼 지역 승진 그룹들의 일사분란함과 그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가능할 수 있는 빈틈들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지역교육청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하는 그 과정이 그러했다. 이번에 서울 학교들의 경우에도 지역교육청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무사히 평교사형 내부형 공모 교장을 선출한 학교들도 아마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이 펼쳐지고 또 그에 따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빈틈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지혜들을 모아가며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좀 더 평화롭고, 민주적인 학교에서 아이들이 삶을 통해 배우며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자란 세상은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민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새로운 기운은 언제나 틈새에서, 사이에서, 경계에서 새어 나오는 법이다. 어쩌면 지금 이 곳 저 곳에서 보여지는 틈들에서 세상을 더욱 더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역사를 쓸 수 있는 기운들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번 교장공모 과정에서 시끌벅적하게 우리가 마주하게 된 이 틈들을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1빠 선생의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두 손 모아 빌며 이야기를 마무리 할까 한다.

 



심은보8년차 혁신학교 죽백초등학교에서 행복한 배움터를 일궈가며 일곱 해 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심과 함께’ 6학년 1반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혁신교육을 생각하다2’,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교과서를 쓰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8.06.19 22:59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결국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


심은보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한 녀석이 자리를 매주 월요일마다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휙 던졌다. 그 동안 우리 반은 달마다 자리를 바꾸어 앉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의 맞장구가 있었고, 결국 그 제안은 월요일 아침이면 하는 우리반 회의에 안건으로 채택되었다. 자리를 바꾸는 횟수를 늘리겠다는 원칙이 강했던 것일까. 왜 그러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에 대한 검토도 없이 두세 가지 방법을 발표하더니 바로 표결에 돌입하는 녀석들. 잘 되었다 싶었다. 이참에 다수결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결정 사항에 따라 월요일인 그 날 바로 자리를 바꾸었다. 자리를 바꾸는 방법은 내 마음대로... 여기저기 투덜투덜 거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한참을 지켜보다 아이들에게 회의란 것이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이야기부터 꺼내놓았다.

 

회의를 하라고 했더니 각각에 대한 검토 없이 다수결로 무엇인가를 순식간에 결정해버리고 말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먼저 짚고, 결국 합의를 해놓은 게 언제 자리를 바꿀 것인가를 빼고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의가 올바로 진행되려면 각각의 방법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있은 후에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 또 해당 시기마다 자리를 바꾸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며 자리를 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까지도 의논했어야 맞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덧붙여 우리가 회의를 한다는 것은 다수결로 어떤 것을 결정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삶 속에서 회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결국 아이들은 회의를 다시 진행하겠노라고 했고, 어설프고 불편했지만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결론은 주마다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하고 자리를 정하는 방법도 결정했다. 더 나아가 자리 바꾸는 주기가 짧아지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정해 놓고서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들의 회의는 차츰 습관적인 다수결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요사이 진행되고 있는 목공수업의 과정에서 아이들의 변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 학교 5,6학년 아이들은 해마다 목공수업을 한다. 무엇인가 조그만 물건을 만들어 가곤 하는 목공체험이 아니라 함께 사용할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꾸미는 그야말로 목공수업을 진행한다. 작년 5,6학년은 목공수업을 통해 소리마루라고 하는 놀이터를 하나 만들었고, 현재는 전체 학생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는 중앙현관을 꾸며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두 주간은 아이들과 무엇을 만들 것인가 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각자 모눈종이에 디자인을 해보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처음에는 책상과 책장, 의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의 생각이 두 주 째는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큐브 형태의 방을 만들자는 이야기부터 책장을 계단 삼아 올라갈 수 있는 다람쥐통 형태의 독서방, 전교생의 소원을 매달 수 있는 소원나무, 신발걸이 등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이야기들을 칠판에 적어 놓고 먼저 모둠별로 무엇을 만들면 좋을 것인가 하는 것을 두 가지 정도씩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선 전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결정하는 시간. 모둠별로 만들고자 하는 것을 꺼내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모둠 안에서 차근차근 의견들이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고, 모둠별 의견을 듣고 토론을 통해 하나로 모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른 의견들 속에서도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들의 의견을 또 꺼내 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합리적이다 생각하면 수긍을 하기도 했고, 때론 다른 생각들에 맞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설득하고자 애 쓰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이야기를 할만도 한데 어느 누구도 다수결을 꺼내들지 않고 모든 친구들이 합의할 때까지 회의를 이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뒤에서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도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목공 선생님께서 놀라워하셨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긴 시간의 아이디어 회의 끝에 전교생의 소원을 매단 소원 나무를 만들고, 그 아래에는 어두운 중앙 현관을 간접 조명으로 밝혀줄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는 치즈형태의 의자(안에는 오렌지색 조명을 포함)를 만들자는 의견으로 결정되었다.

 

지난주까지의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어제부턴 공방에 가서 목공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업은 두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한 모둠은 치즈등상자를 만들고, 또 한 모둠은 소원나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모둠은 10명의 친구들이 작업을 하고, 또 한 모둠은 11명의 친구들이 작업을 했다. 함께 하기에는 모둠마다 속한 사람의 수가 많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한명도 소외됨 없이, 커다란 갈등도 없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치즈등상자를 만드는 모둠 아이들 모습 속에서는 치수를 재어가며 못 박을 자리를 정하는 과정부터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아 조립하는 과정까지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모든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소원나무를 만드는 모둠 아이들은 이후 활용까지 고민하며 나무줄기와 나뭇가지의 배치를 놓고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과 함께 나무의 자리를 표시하기 위한 방법을 의논하는 모습, 또 도와가며 구멍을 뚫고 마무리까지 해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후 녀석들이 만든 것들은 학교에 들어서면 만나게 될 중앙현관의 한 쪽 벽면을 수놓게 될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거칠고 투박할지 모르지만 학교 공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학교 민주주의도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때론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라도 아이들의 자리를 조금 더 넓혀 주는 것, 조금은 더디 가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가는 것... 그런 것 말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거창한 프로그램 이야기나 교장, 교감을 비롯한 관리자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구체적인 우리들의 모습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운다는 건 결국은 살아가는 일이니 민주주의를 아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를 겪어 본 아이들이 또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테니 말이다.

 

어느 날 오후 지금은 중3에 올라가서 생활하고 있는 OO이의 아버지로부터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아침에 OO이와 학교에 가는데, OO이가 죽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왜냐니까 토론으로 수업하는 게 좋은 거라는 것을 지금은 알겠다고 하더군요. 좋은 오후 되세요.”


심은보 8년차 혁신학교 죽백초등학교에서 행복한 배움터를 일궈가며 일곱 해 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심과 함께’ 6학년 1반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혁신교육을 생각하다2’,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교과서를 쓰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8.04.19 10:30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빠 선생’ 이야기 


심은보



저녁밥을 먹는데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기어이 1빠 선생.... 저녁밥을 먹다 말고 후다닥 파출소로 달려갔다. 가보니 고등학생 두 명이 앉아 무언인가 적고 있고 1빠 선생이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다. 고딩 두 녀석과 맞짱을 뜬 모양이다. 고등학생 코에 핏자국 선명한 화장지까지 꽂혀 있는 걸 보니...이것 참... 웃어야 하는 것인지 울어야 하는 것인지...

 

1빠 선생은 우리 반 민이 녀석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앞 이야기에서 밝힌 것처럼 나는 녀석을 따라 올해 6학년 1반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과 만난 첫 날 함께 정한 우리 반 이름은 심과 함께’. 반 이름을 정하고, 첫 날부터 뭘 할 때마다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우리 민이 녀석에게 나는 ‘1빠 선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라는 낱말을 교실 속에서 쓰는 일이 참 불편하면서도 녀석에게는 뭔가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녀석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다. 녀석은 줄을 설 때도 1, 발표를 할 때도 1, 밥을 먹을 때도 1. 그런 특별함을 부여받게 되었다. 수업 시간이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교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나가려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면서도 첫 날은 참 잘 해내려고 애 쓰는 모습이 역력했었다. 더구나 작년까지 먹었던 약에 의존하지 않고 그리 지내는 모습이 참 기특했었다.

 

그렇게 주말이 넘어가고 교실에선 여전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이 친구 건들고 저 친구 건들고 하는 일들이 반복되었지만 커다란 문제없이 며칠 잘 지냈을까.

 

어느 날 드디어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날 수업을 마치고 OO 녀석과 싸움이 한판 진하게 붙은 모양. 급하게 뛰어나가 OO 녀석을 다른 곳으로 보내놓고 흥분해 있는 1빠 선생의 두 팔을 강하게 잡았다. 녀석 이름을 부르며 손에 힘을 빼고 선생님을 보라고 몇 차례 이야기를 했다. 니가 그렇게 하고 나면 선생님이 니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겠노라고 힘을 풀라고 했다. 한참 씩씩대던 녀석이 조금 뒤 수그러지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억울한 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교문 앞에 1학년 동생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더니 OO이가 1학년 동생에게 저런 놈이랑 놀지마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래서 화가 나서 밀었는데 교문 벽에 OO이가 부딪혔다고. 듣고 보니 억울하고 화가 날만도 했다. 녀석의 억울한 마음을 읽어주고 오늘 하려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하는 이야기에서부터 1년 동안 화가 나더라도 그 동안 쉽사리 넘어섰던 선들을 넘지 않고 문제를 잘 해결해내는 방법도 배워나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생님이 상황마다 너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겠노라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 날 갈등은 사과를 할 부분은 하고, 사과를 받을 부분은 받고 마무리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 생겨나는 갈등들 속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자꾸만 나타났다. 특히 어느 주말을 지내고 온 녀석의 모습은 그 전 주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멍 자국도 보이고. 집에서 일이 좀 있었던 듯 했다. 아버지에게 맞은 모양.

 

그 한 주 내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여자 친구 한 녀석에게 자꾸만 다가가서 심각한 정도로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고, 순간 욱해서 아무 관련 없는 친구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동생들을 때리기도 하고 전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에겐 자꾸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고 결국엔 자꾸만 넘지 말아야할 선들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 교실 안 뿐만 아니라 교실 밖을 벗어나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녀석을 멀쩡한 상태에서 데리고 이야기를 나누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 속에선 순식간에 흥분하여 돌변해버렸다. 욕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물건을 부수는 행동이 반복되었다. 대상을 가리지도 않았다. 담임인 내게도, 교장, 교감 선생님에게도. 그 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지만 녀석의 경우엔 교육의 영역을 넘어서 치료의 영역이 필요한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본인 스스로도 감당이 되지 않고 어른들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녀석의 행동 패턴들. 과잉행동을 넘어 분노 조절에 대해선 어느 정도 다른 힘이 꼭 필요한 상황인데 올핸 설날이후에 약까지 끊어버렸다고 했다. 아빠와 통화를 하며 우선 병원 진료를 이어가 줄 것을 부탁드렸다. 학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도 찾아나가려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상담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도움을 얻어 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녀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우선 되어야 할 것은 녀석의 흥분 상태를 잠재워줄 무언가였다.

 

아빠와 한참 통화를 하며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사고를 치면 그냥 신고하라는 말과 함께 약값도 아까워서 더 이상 약을 먹이는 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은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노라고 했다. 한참을 통화하며 눈물이 절로 흘렀다. 우리 학교가 다섯 번째 학교이니 아빠도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아빠를 설득하는 사이 녀석이 친구들 속에서 하는 행동 패턴은 더욱 더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는 가운데 아이들 속에서 녀석의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녀석의 살기 위한 몸부림을 마주하며 사실 교육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겨우 아버지를 설득하여 4월이 훌쩍 넘어서야 녀석과 함께 병원엘 다녀왔다. 약도 받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너무 많은 상황이 교실 안팎에서 일어나버린 뒤였다.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지금의 이 상황을 이해시키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아버렸다. 마주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상황들을 너무도 많이 마주하게 해버린 것이다.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녀석은 이런 식으로 돌고 돌아 우리 학교가 다섯 번째 학교였던 모양이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는 1년째 무사히 살아내고 있긴 하지만 현재 이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 많은 문제들과 마주하면 안 될 듯 하여 이번 주에 급하게 등교를 중지해 놓은 상황이다. 녀석의 가정엔 상담 선생님이 함께 정기적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 그 첫 날 상담 선생님을 만나고 난 뒤 한 시간도 안 된 틈에 집 앞 공원에서 고등학생들과 그런 시비가 붙어 또 파출소에서 연락이 온 것이고 말이다.

 

녀석 생각에, 녀석을 도울 방법을 찾느라 며칠 밤을 못자며 고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딱히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교육의 영역과 치유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이 필요한 까닭이다. 치료의 영역까지 학교가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녀석 문제로 벌써 두 차례 반모임을 했다. 우리 학부모님들 모두 녀석의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워 때론 눈물도 짓고, 때론 함께 도울 방법을 모색 해보고. 하지만 마땅치 않은 우리들의 한계에 절망도 했다. 참으로 답답한 현재 상황을 어찌 해야 할 것인지...

 

지역 사회는, 국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다섯 번째 학교까지 강제전학으로 녀석이 학교를 돌고 돌 동안 녀석을 관리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갖추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책임을 학교로 던져놓은 것 빼놓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학교로 보내면 되는 것인가. 문제 해결을 지원해야 할 터인데... 녀석이 이렇게 어른이 된다면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 것인가. 그 모습이 눈에 빤히 보이는 녀석의 삶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이후에 치를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온통 내 머릿속엔 녀석 생각이라 나의 일상이 이래저래 꼬여 버렸지만 나는 녀석이 우리학교에서 졸업을 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도울 생각이다. 우리 지역에서 참으로 유명한 우리 '1빠 선생'을 이렇게 계속해서 방치할 것인지를 묻고 그 대안을 요구하고 만들어 가는 일에도 함께 해야겠다.


오늘은 부디 녀석이 무사히 하루를 잘 살아내야 할 터인데...




심은보8년차 혁신학교 죽백초등학교에서 행복한 배움터를 일궈가며 일곱 해 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심과 함께’ 6학년 1반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혁신교육을 생각하다2’,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교과서를 쓰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8.01 15:56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나 그리고 친구


이영근


나 색연필이 필요한데.”

내 건 안 돼.”

둘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건 안 돼.’ 하는 말이 아쉽다. 하루 종일 함께 앉은 짝에게 색연필 하나 안 빌려주려니.

일부러 크게 말했다.

○○, 색연필 필요하니?”

.”

여러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짝과 같이 쓰면 돼요.”

그래? 그럼 ○○, 그럴 수 있니?”

.” 하고 선뜻 빌려준다. 그러면 웃으며 함께 한다.

 

우리 참사랑땀 반에는 스물여덟의 아이들이 있다. 일곱 모둠이 있고, 모둠은 둘씩 짝을 지어 앉는다. 7주에 전체 모둠을 바꾸고 모둠 안에서 주마다 짝이 바뀐다. 모둠으로 함께 앉는 짝과는 3, 4주는 함께 앉는다나와 함께 앉는 친구와 관계를 맺게 해야겠다.’

 

도덕 시간을 한 시간 냈다. 칠판에 아이들 이름이 써 있는 자석을 이곳저곳에 붙인다. 아이들은 뭐 할 건데요?” 하며 궁금해 한다. 칠판에 이름이 다 붙었다. “여기 여러분 이름이 다 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럼 뽑힌 학생은 나와서 나와 관계있는 친구에게 선을 긋도록 하세요. 그리고 선 옆에는 낱말로 선 그은 관계를 써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면, ‘3학년하고 써요.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서는 글똥누기 수첩에 그 친구와 어떤 관계인지 문장으로 써 보세요. 그럼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러며 서너 명을 차례대로 뽑는다. 한꺼번에 한다. 자석에 작은 글씨로 이름이 써 있는데도 자기 자석이 어느 것인지 안다. 그러며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선을 그어오면 씩 웃는다. 쓴 아이는 자리로 들어가서 글똥누기에 그 친구 이름을 쓰고, 쓴 까닭을 쓴다.


 

한 번씩 모두가 돌아가며 썼다.

, 한 번 더 할게요. 다른 친구를 찾아가세요.”

!”

아이들에게 이 활동은 벌써 놀이가 되었다. , 하는 대답이 그렇고, 친구 이름을 찾아가는 선이 그렇다. 바로 가서 만날 수 있는데도 아이들은 일부러 비뚤배뚤 돌아 돌아 친구 이름으로 간다. 두 번째 선도 모두 그었다. 세 번째까지 한다.

 

지호

소연 : 지우개 파기로 더욱 친해진 관계이다 .

시은 : 2학년 때 자주 같이 놀던 친구

예린 : 어제 예린이네 집에서 놀았다.

 

나연

시언 : 나랑 교회를 같이 다닌다 .

지호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주혁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현지

주아 : 3학년 때 나누리반에 데려다줬다.

소연 : 4학년 때 그림을 3번 같이 그렸다 .

지호 : 미술 지우개 판화를 같이 했다.

 

도형

서준 : 같이 야구를 한다 .

두언 :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윤우 : 술래잡기를 같이 했다.

 

희성

원준 : 3학년 때 같이 맨날 놀았다.

문현 : 게임하면서 같이 놀았다.

민준 : 축구를 같이 했다.

 

승재

태건 : 3학년 같은 반이었고 친하게 놀았다 .

시언 :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닌다 .

나연 :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다.

 

칠판 가득 선으로 연결이 되었다.

, 복잡해. 저기 내 꺼 있다.”

더 신비로운 건 자기가 그은 선이 자기 눈에는 띄나보다.

그게 보이네.”

!” 모두 한 목소리다.

이렇게 나와 친구가 선으로 연결되었다.

그럼 우리 느낀 점 말해볼게요.”

모두가 느낀 점을 발표한다.

 

아이들의 느낌 중 일부

- 복잡하다.

- 친구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 친구끼리 우정을 확인해서 좋았다.

- 칠판에 산과 강 모양 같아서 신기하였고

  친구랑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서 친구랑 사이가 더 좋 아진 것 같다. 또 재미있었다.

-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좋았다.

- 친구들과의 추억을 알 수 있어 좋았다.

- 재미있고 원준, 문현, 민준이와 더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고 다음에 또 하면 좋겠다.

- 친구에게 선을 그으니 친구와 이어지는 것 같다.


둘이 서로 그은 아이도 확인한다. 서로 눈을 보며 좋아한다. 아이들 느낌에도 이런 말은 있다.

- 친구들이 나한테도 가니까 좋다.

- 친구와 노는 걸 해서 기분이 좋고, 친구들이 나를 많이 해주어서 좋았다.

 

나는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안 그은 사람도 있죠?”

.” 하며 웃기도 하지만 이런 학생은 말이 없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선을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오지 않으면 실망하기 나름이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도닥거리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 이런 말 또는 노래 들어봤나요?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말. 사랑은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요.”

재미있었다는 느낌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때요?”

. 재밌어요.” “다음에 또 해요.” “. 또 해요.”

그럼 달에 한 번씩 할까요?”

.”

다음에 할 때는 오늘 그은 친구를 그대로 가는 게 좋을까요? 다른 친구와 선을 그을까요?”

다른 친구로 해요.”

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하는데, 다른 친구 셋에게 가는 걸로.”

 

이 활동은 5월 중순에 했다. 6월에 했어야 하는데, 내가 놓쳤다. 곧 방학인데, 방학 전에 아이들과 꼭 해야겠다. 한 시간 친구 생각하며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 2학기 때도 달에 한 번씩은 할 테다. 그러면 4학년을 마칠 때면 스물이 넘는 친구들에게 선을 연결하게 되겠다.

난 혼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함께 있어요. 우린.”

사실 이 말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PDF)2017.08.01 12:04


평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피스레터> 합본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016년 7월 창간 시기부터 2017년 6월까지 발간한 통권1호~통권7호의 내용을 묶어 발간한 이번 합본호를 통해, 깊이 있는내용과 쉬운 글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글을 주제와 필자별로 보다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합본호의 용량이 커서 분할하여 업로드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1.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2.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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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6.19 14:34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글로 끝까지 싸우기


이영근


국어시간, 모둠이 책상을 돌려서 이야기 나누도록 했다. 앞뒤로 앉은 남학생 희문이와 여학생 수민이가 옥신각신 말다툼하는 모습이 보인다.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스스로 풀길 바라며.


선생 자리에 있으면 아이들 모습이 한 눈에 보일 때가 많다. 둘이 말다툼할 때 그렇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말다툼이 있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앞자리에 앉은 희문이가 모둠 활동을 하기 위해 책상을 돌리려고 일어선다. 일어서는데 뒷자리 책상 위에 올려둔 수민이 물통을 건드려 넘어뜨렸다. 물통이 넘어졌으니 수민이는 화가 나서 한 마디 한다. 희문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맞받아친다. 둘 모두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희문이가 미안해.” 하고 말하거나, 수민이가 그럴 수 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길 바라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이고야, 오래 가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희문이와 수민이, 둘 모두 자기 고집이 있는 아이들이다모둠으로 함께 활동해야 할 아이 둘도 난처한 표정으로 둘을 보고 있다.


"너희 둘은 둘이서 이야기 좀 나눌래.”

그리고는 둘에게 희문이와 수민이는 글똥누기에 다투는 까닭을 글로 써 오세요.” 했다. 있었던 일을 자기 처지에서 썼다.


 

수민 희문이가 돌면서 제 물병을 치고 제가 화를 내어서 수업시간에 말다툼을 하였습니다.

희문 뒤돌아서 회의하려는데, 물병을 실수로 넘어뜨리니 화부터 내고 짜증내서 화가 나서 싸웠다.

 

, 둘이 바꿔서 보세요. 그리고 아래에 있었던 일과 다르거나, 다른 할 이야기가 있으면 또 쓰세요.”

 

희문 답글 실수로 쳤는데 다짜고짜 화부터 내잖아.

수민 답글 근데 왜 사과를 안 하냐. 니가 사과했으면 나도 사과 받아주는데.

 

답글을 써 왔다. [물통이 있었으니] [넘겼으니 사과해야]로 생각이 여전히 맞선다.

또 보고 쓰세요.”

 

수민 화가 나는데 화를 안 내냐!

희문 어차피 사과해도 그럼 내가 자존심 상하잖아.

 

희문이와 수민이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이제는 둘이 풀릴 때까지 서로 주고받으세요.

국어 시간 남았던 10분이 다 지났는데도 계속 서로 주고받더니 쉬는 시간에도 주고받는다. 다음 사회 시간이 되었는데도 둘은 역시나 글을 주고받고 있다.

선생님, 이제 다 됐어요.”

그래? 글똥누기 가져와볼래?”



[같이 동시에 미안하다고 말하자]로 결정이 났다. 알고 보니 둘은 유치원 때부터 올해 4학년까지 계속 같은 반(올해 4학년은 여섯 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둘이 참 많이 싸웠으면서도 친하다고 서로 말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싸우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빨리 양보하면 좋겠다. 서로 잘 알고 있으니.


마침 사회 수업은 [도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짝과 함께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짝을 지어 하고 있었으니 둘이 함께 해야 한다.

, 그럼 이 종이 가져가서 둘이 함께 해라.”


짝 활동을 같이 하게끔 종이를 줬다. 둘이 함께 앉더니, “우리 이거 할까?” 하면서 함께 한다. 언제 싸웠냐는 듯 머리를 맞대고서 함께 한다. 함께 하는 활동이 재밌는지 웃으면서도 한다. 그 웃는 모습에 보는 나도 웃고 만다.


웃는 아이들 모습에 1학년을 가르치던 때가 생각난다. 1학년 남학생과 여학생이 콧물까지 흘리며 울며 다툰다. 내 옆 바닥에 앉은 채 싸운 까닭을 쓰게 했다. 다 쓴 글을 둘에게 주며 읽고 밑에 글을 쓰라고 했다.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이 글자 뭐야?” 하고 물으니, 무슨 글자인지 말해준다. 이어지는 말, “고마워.” 한다. 그 말 듣고는 둘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물론 그날 둘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우리 아이들이 한 곳에서 지내니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싸웠을 때 그 정도를 따져 이렇게 글로 쓸 때가 많다. 쓴 글을 서너 번 만 주고받으면 대부분 풀리곤 한다. 싸우며 흥분했던 마음이 글로 싸우며 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험으로 봤을 때, 첫 번째는 시간이 흐르며 화났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억울한 이야기를 글로 다 풀어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친구가 쓴 글을 보며, 친구 처지에서도 생각해 봤기 때문이다.


작은 다툼은 또 일어난다. 그럼 나는 또 , 둘은 왜 싸웠는지 써 보자.” 한다.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5.09 04:57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7:93


이영근


우리 반은 경기도 공립학교로 일반학교이다. 우리 반은 4학년으로 참사랑땀 반이라 한다. 올해가 열여덟 번째 제자들로, 참사랑땀-18기이다



▲ 참사랑땀-18기 교실 모습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밥은 질서를 지켜 차례대로 받아야 해요.” 하며 말은 다 맞는데, 밥 받을 때면 차례를 안 지키는 아이들이 있다. “군포는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있겠죠.” 하며 말로 장난하기를 즐기는 아이가 있다. 자기 요구를 말하고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제 말이 맞잖아요?” 하며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지난 토론 때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을 뭐라고 했죠?” 하며 칠판에 이라 쓴다.

설득이요.”

맞아요. 설득.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면 그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하며 칠판에 설득감동을 쓴다.

 

 

7: 말이 가진 힘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말을 해요.” 하며 동그라미를 크게 그린다.

여러분은 친구가 하는 을 다 들어주나요?”

아니요.”

그럼 이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데에는 얼마나 힘이 있을까요?”

대답이 없다.

설득되는 걸, 100으로 나타낸다면 은 어느 정도 차지할까요? 그리고 말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까요?”

아이들은 여러 숫자를 말한다.

, 예를 들어 볼게요. 작년에 선배가 학급회의 시간에 이런 말을 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 반의 아쉬운 점으로, ‘복도에서 뛰는 사람이 많아 아쉽습니다.’ 하고 말했어요. 내가 봐도 복도에서 뛰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러면 이 선배가 한 말은 맞나요? 맞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 선배의 말이 맞는데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어요.”

왜요?”

왜냐면 그 선배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네가 더 뛰어.’ 했거든요.”

하하하.”

학생들이 웃는다.

그 선배가 한 은 맞는데, 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까요?”

말한 선배가 뛰었으니까요.”

동그라미에 조금 그리고, ‘7’을 썼다.

사람이 하는 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93: 사람이 가진 힘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 여러분, 이런 경우가 있나요? 주말에 집에 있다가 점심 때 텔레비전을 보며 거실에 드러누워서는 청소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요. ‘엄마, 짜장면 시켜 먹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안 돼. 엄마는 청소하는데 네 방 청소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서 하는 말이라고는.’ 하고 짜장면을 시키기는커녕 꾸중만 들었어요. 그럼 이때 여러분 같으면, 짜장면을 시켜먹기 위해 어떻게 하겠어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해요.”

맞아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하며, 엄마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그러며 내 방 청소도 미리 해 둬요. 엄마가 내 방 청소하러 왔다가 깜짝 놀라기도 하죠. 이럴 때 엄마~ 청소한다고 힘든데, 우리 짜장면 시켜먹는 거 어때요.’ 하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엄마가, ‘아유, 잘했다. 그러자.’ 하며 짜장면을 먹을 확률이 커지는 거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우리 반의 예를 든다.

오늘 아침에 노래할 때, 함께 따라 부르지도 않던 친구가 노래 끝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해 줘요.’ 하면 선생님이 노래를 더 불러줄까요?”

아뇨.”

그럼 다른 예를 들어봐요. 어제 ○○는 수학익힘책 문제를 풀 때 여러 번 틀려도 친구들 답을 보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칭찬을 받았어요. 알죠? (.) 만일 ○○가 그 다음 시간 수업을 시작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하고 수업해요.’ 하고 예의를 지켜 말해요. 그러면 선생님은 아마도 마음이 흔들렸을 것 같아요. 노래를 한 곡 더 했을 것 같아요.”

동그라미 나머지 부분에 자세‘93’을 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7’이지만, 그 사람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93’이라는 거예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나도 보여주려 한다

 

선생님도 그래요. 여러분에게 책 읽자고 하니까, 책을 함께 봐요.”

내 책상에 놓여 있는 책받침에 책을 보인다.

맞아. 선생님 책 많이 봐.”

그리고 여러분에게 날마다 일기 쓰라고 하니, 나도 써요.”

내 기록지를 보여준다.

날마다 쓰세요?”

날마다 쓰려고 하는데, 못 쓸 때도 있지만 거의 날마다 써요. 어제도 썼고요.”

청소도 그래서 같이 하려고 해요.”

맞아. 선생님은 여기 둘레 자주 쓸어.”

 

 

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토론하는 건,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함이에요. 듣기의 4단계에서도 대답하고 질문하는 게 제일 좋다고 했어요. 오늘 이야기는 여러분에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말도 중요한데, 말과 함께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 거예요.”


▲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참사랑땀 반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5.09 03:23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 정강이를 걷어찬 나


최관의


종오! 이리 와라.”

1학년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점심시간. 미경이 배를 걷어차면서 거친 욕을 해대는 종오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얼른 이리 오란 말이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우리 종오 눈빛에 날이 섰어요.

왜요?”

뭘 잘못했다고 그런 말투로 날 부르냐는 거지요. 사춘기 6학년 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몸짓을 1학년 녀석에게서 보게 되다니. 자존심이 확 상하면서 화가 치고 올라왔어요. 순간 자존심 상한다는 느낌이 올라오는 걸 우아하게 억누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솟아나는 화만은 어쩌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종오! 너 이리 안 올래!”

왜요? 뭘 잘못 했다고 그래요. 미경이가 먼저 욕했단 말이에요.”

세상에, 녀석은 오라는데도 꼼짝 안 한 채 한쪽 다리를 옆으로 삐딱하게 하고는 짜증과 화와 원망이 가득 찬 얼굴로 이렇게 투덜대며 발을 굴렀어요.

! 짜증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도 거친 혼잣말이 튀어나왔어요.

저 자식이, 저게 뭐 하자는 거야.”


그럼과 동시에 당장 종오에게 달려가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뜨겁게 휘감았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심호흡을 했지요. 그러고는 잠깐 그 자리를 떠나 다른 반 아이들이 밥 먹고 있는 곳을 한 바퀴 돌아보며 감정을 다스렸습니다.

아이들과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화를 치밀게 하는 일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럴 때 감정을 자제하지 못 해 후회할 일을 저지른 게 적지 않았어요. 또 그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그 자리를 피한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지난 해 제가 저지른 잘못이 떠올랐어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부끄러워집니다.


그 때도 점심시간이었지요.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밥 먹는 걸 어느 정도 살핀 뒤 옆 반 담임과 함께 밥을 받아 한두 숟가락 떴을 때였어요.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6학년 남자 아이가 의자를 발로 차며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 소리가 아주 귀에 거슬리고 지나가는 아이가 다칠 위험도 있어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더 이상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줬어요.

멈출 거라고 믿고 밥을 먹는데 또 그 소리가 들려요. 밥 먹다 말고 다시 녀석과 눈이 마주쳤어요. 이번에는 손을 들어 엑스 자를 그렸지요. 녀석도 알았다는 표정을 짓기에 그야말로 이번에는 멈추리라 생각하며 막 숟가락을 드는 데 또 그 자극적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발로 녀석 정강이를 걷어찼지요. 그것도 두 번이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녀석은 밥 먹다 말고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옆에 있던 아이들마저 놀랐어요. 녀석 눈에서는 눈물이 솟아오르고 내 머리에는 아차! 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꼭지가 돌고 말았어.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 폭력을 휘두른 거야.’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솟구치던 화는 후회와 자괴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미움과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이 녀석 마음에 상처가 클 텐데, 주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텐데.’, ‘그 동안 내 몸과 마음에 배인 나쁜 습관 고치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내가 이게 무슨 꼴이야.’하는 뼈저린 후회와 뉘우침이 올라왔어요.


이런 생각은 순식간에 내 머리와 가슴과 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 엄청난 사태를 수습해야 했지요. 놀라서 울고 있는 녀석을 안아주며 말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많이 놀랐지.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아이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고, 손도 떨리고 있었어요.

아니에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한 거예요.”


차라리 대들기라도 하면 마음이 덜 힘들 텐데 괜찮다는 거예요. 자기가 잘못 한 거라고 하니 더 마음이 무겁고 힘들더라고요. 녀석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자리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밥맛을 모르겠더군요. 옆 반 담임이 굳어진 제 표정을 보면서 위로해줬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몰라서 아이들에게 못 하는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하지만 이게 뭐냐? 속에서 올라오는 화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 해 아이에게 상처를 줘? 아이고 그러면서 교육이 어떻고 아이들이 어떻고 입으로 말은 잘 한다.’


밥 몇 숟가락 떠 넣다 고개 들어 보니 녀석은 함께 먹던 아이들과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올라갔더군요. 저도 서둘러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이 녀석을 만나 한 번 더 사과하고 마음을 달래줘야지. 아이를 찾아 교실, 복도, 화장실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못 만났어요. 결국 그 다음 날 다시 만나 어제 내가 한 짓에 대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마음의 상처를 덜어주려 했지만 엎어진 물이요 시위 떠난 화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요. 그 뒤로 졸업하는 날까지 녀석에게 마음을 쓰고 농담도 하고 하면서 아이 가슴에 뿌린 어둠을 걷어내려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날의 아픈 기억이 자꾸 올라옵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난 지금 이 순간 또다시 종오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다는 충동이 또 솟아오르다니! 섬뜩했어요.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아이를 발로 차려는 이 충동은 도대체 어디서 오고 왜 되풀이하는 걸까?’하는 안타까운 물음이 떠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그 무서운 충동에 휘말리지 않은 게 고마웠어요. 치솟는 화와 충동을 마주 바라보고 조절하는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종오에게 하던 잔소리를 멈췄어요. 이런 감정으로 종오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느낌이 들었거든요.


종오야! 들어가 밥 먹을 준비하거라. 지금 미경이랑 부딪치는 거는 멈추고 더 이상 하지 마라. 미경이가 욕한 건 따로 말 하마.”

그렇게 들여보내고 나니 빠르게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담임 가슴에서 한바탕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오와 미경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장난치며 밥을 먹네요. 그 모습을 보며 솟구치는 화와 충동을 잘 추스른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실로 올라와 종오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했어요.

종오야! 아까 그러고 들어가서는 미경이랑 웃으며 밥 먹더라.”

미경이랑 서로 사과했어요.”

그래. 잘 했고 큰 공부했다. 멋지다.”


솔직히 이 날 큰 공부한 사람은 종오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인권, 평화교육 어쩌고 하면서도 그 동안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와 있는 틀과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날이니까요. 그게 얼마나 어렵고 큰 공부인지도.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5 12:32

[시선 |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놀고 삐지고 놀고


최관의


남자 애들이 놀려요.”

그래? 뭐라고 그러디?”

바보래요. 자꾸만 그래요. 그러고는 도망가요.”

지원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요. 지원이를 아이들이 자주 놀리는 터라 이번에는 마음먹고 끼어들었지요.

지원이 울린 사람들 이리 와 보거라.”

순간 몇몇 남자 아이들 눈이 담임에게 확 쏠리는 게 보이네요. 저 녀석들이 이 일과 상관있겠지요.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는가 하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이도 있고 슬그머니 자기 자리에 가 앉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시치미 뚝 떼고 수업 준비하는 녀석도 있네요. 아무리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성질이 확 올라와요.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가 커졌어요.

일단 이리 나오란 말이다! 지원이가 우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 다 나와! 얼른.”

여기저기 궁시렁댑니다.

난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어요.”

준석이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웃기만 했어요.”

몇 명이 일어서 나오는 동안 지원이를 힘들게 한 게 확실해 담임 앞에 나와 있던 준석이가 의기양양해서 큰 목소리를 내요.

선생님! 민재도 그래 놓고 안 나와요. 민재 너 나와라.”

자리에 앉아 힐끔힐끔 눈치 보던 민재가 소리를 지르네요.

내가 뭘? 난 안 했다고.”

눈치를 보니 불안해하는 게 보여요. ‘자식, 내가 선생 생활 몇 년인데 눈빛만 봐도 안다고.’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화가 나네요.

민재 너도 나와.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지원이가 울면서 담임에게 하소연한 뒤로 즐겁던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지원아! 다 나왔지? 이 아이들 맞아?”

그새 눈물 그친 지원이가 생기 도는 목소리로 말하네요.

성욱이는 아닌데요. 그냥 보기만 했고 아이들 보고 그러지 말라 했어요.”

나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아냐. 너는 나 놀렸잖아?”

이제 지원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에서 아이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 목소리와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자꾸 목소리가 높아져요.

이제 시작하자. 누가 먼저 이야기해볼까? 이야기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마. 아무리 내 생각이 달라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끼어들지 않기, 할 말 있으면 이야기 다 듣고 말하기. 그리고 되도록 자기 처지에서 내가 잘 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상대방 생각도 하면서 이야기해보자. 지원이부터 이야기해볼까?”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지요. 지금 상황은 한 명의 아이를 여럿이 힘들게 하는 경우인데요, 이럴 때는 담임이 안 끼어들 수가 없어요. 까닭이 어찌 되었든 한 쪽이 너무 약해 담임이 끼어들지 않으면 자칫 한 아이가 너무 힘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지만 대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대부분 풀려요. 잘못도 잘 인정하고 사과도 금방 받아주지요.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즐겁게 어울립니다. 그야말로 다투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부를 하지요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 다툼에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부모님 가운데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집에서 지낼 때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부모나 어른들하고 지낼 때보면 문제행동이 보이질 않아요. 그런데 왜 학교에만 오면 아이가 거칠어지고 욕하고 싸우고 그럴까요?”


아이가 놓인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아이가 어른과 함께 있을 때는 어른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주지요. 부모는 아이가 옳지 못 한 행동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더라도 기다리면서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고 그럽니다. 그러나 또래끼리 어울릴 때는 상황이 달라져요. 또래는 어떤 한 아이에게 맞춰 놀아주지 않는데요, 이 말은 그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어른들이 대해주는 방법과는 달리 또래들은 각자 자기 생각과 처지에 따라서 날것 그대로 반응을 보이고 행동해요. 물론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부를 하지만 또래들끼리 어울릴 때는 부모나 어른의 논리와는 다른 아이들만의 논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하던 방식으로 자기 욕구나 뜻을 이루려 하면 부닥치고 깨지기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자주 다투고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아주 힘들고 어렵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스스로도 고달프지만 곁에서 보는 부모도 안쓰럽고 그렇지요.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 속도가 늦은 아이에게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지식 공부가 부족하면 난리를 펴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가 늦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들을 안 써요. 말로는 사회성, 사회성 하지만 실제로는 지식 공부에 들이는 노력에 견주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지요. 그러다 심각한 폭력이나 따돌림이 일어나고 아이가 눈에 띄게 힘들어하면 그 제서야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힘, 사회성을 키우는 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이에 맞게 배워가지 않으면 나중에 억만금을 주고도 배울 길이 없어요. 부족한 지식 공부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만은 그 나이 그 공간에서 하지 못 하면 나중에 인공으로 만들어 할 수 있는 그런 공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 중요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어른의 논리를 강요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어요. 다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단 말입니다.


저는 교실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가능한 아이들 힘으로 풀어가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이들 다툼에서 손을 떼지는 않아요. 과제를 줄 때 적절하게 난이도를 조절하듯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할 때도 아이의 능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다툼과 갈등을 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만한 상황인지 관련된 아이들의 특성과 앞뒤 사정을 살피고 결정하는 데요, 바로 이 때 교사의 교육적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상황처럼 한 쪽의 힘이 너무 강하거나 한 아이와 여럿 사이의 문제, 기가 약한 아이와 강한 아이,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거나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힘이 너무 부족할 때는 끼어들어 아이들 사이의 흐름에 변화를 줍니다. 흐름에 변화는 주지만 그렇게 끼어드는 가장 큰 까닭은 다툼을 풀어가는 과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툼을 멈추게 해서 학부모 민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툼이라고 하는 골치 아픈 배움의 기회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이기 때문이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