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2017.12.15 18:36



#. 2017년 11월 15일 오전 10시


분주한 마음으로 도착한 창비50주년홀. 분명히 일주일전에 평화교육 심포지엄 '평화교육은 우리를 바꿀 것인가' 준비를 위한 모든 체크를 마쳤으나..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기만 한 그 때!


올해 초, 아일랜드에서 만났던 콜린 크랙과 이본 네일러가 도착했다. 기자 간담회를 위해 행사시간보다 한참 먼저 도착은 두 명은 긴~ 비행의 여독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듯 피곤해보였으나 특유의 밝은 표정과 미소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커피 한 모금의 여유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기자 간담회에 임하는 먼 길 오신 손님들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자세히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819269.html



#. 한반도의 멀리있는 쌍둥이, 아일랜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오기 시작하는데 느낌이 심상치 않다. 흥행성공! 심지어 너무나 열심히 공부를 한다. 우리사회가 평화와 평화교육에 목말라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한반도와 같은 분단과 분쟁의 지역 북아일랜드에서 평생 평화운동을 해온 콜린 크랙의 진심어린 경험과 인형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열도록 돕는 이본 네일러의 이야기는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또한 아일랜드 활동가들의 발표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배경과 활동내용, 거기에서 나타난 성과와 한계,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까지 정리해주신 강순원교수님의 발표에 청중들은 엄지척!! 이렇다보니 참가자들의 집중도는 입시생을 방불케 했을 정도!! 


 





#. 이 땅에서의 노력, 교실에서 일구는 평화  


아일랜드의 경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현장 선생님들의 발표 또한 많은 참가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최관의 선생님의 '피구놀이에서 배우는 평화'는 어린이들과 더 깊게 호흡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었고, 양은석 선생님의 다양한 평화교육 콘텐츠에 대한 발표는 참가자들의 손을 바쁘게 했다. 열심히 받아 적고, 응용하고자 하는 열정 만발! 


이 시간은 아일랜드와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만나는 시간인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콘텐츠가 만나 희망을 일구는 시간이기도 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심포지엄2017.12.14 16:30

어린이어깨동무_평화교육심포지엄_내지편집v4.compressed.pdf


-폭풍 이후의 잔잔함 : 분쟁 이후 평화구축의 과제 (콜린 크랙)

-북아일랜드의 평화교육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강순원)

-평화교육과 좋은 관계 맺기 : 인형극을 활용한 사례 연구 (이본 네일러)

-평화지향적 통일교육 콘텐츠 개발 (양은석)

-피구놀이에서 배우는 평화 (최관의)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PDF)2017.08.01 12:04


평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피스레터> 합본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016년 7월 창간 시기부터 2017년 6월까지 발간한 통권1호~통권7호의 내용을 묶어 발간한 이번 합본호를 통해, 깊이 있는내용과 쉬운 글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글을 주제와 필자별로 보다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합본호의 용량이 커서 분할하여 업로드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1.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2.pdf

합본호_전자책_단면_분할_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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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5.09 03:23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 정강이를 걷어찬 나


최관의


종오! 이리 와라.”

1학년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점심시간. 미경이 배를 걷어차면서 거친 욕을 해대는 종오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얼른 이리 오란 말이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우리 종오 눈빛에 날이 섰어요.

왜요?”

뭘 잘못했다고 그런 말투로 날 부르냐는 거지요. 사춘기 6학년 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몸짓을 1학년 녀석에게서 보게 되다니. 자존심이 확 상하면서 화가 치고 올라왔어요. 순간 자존심 상한다는 느낌이 올라오는 걸 우아하게 억누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솟아나는 화만은 어쩌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종오! 너 이리 안 올래!”

왜요? 뭘 잘못 했다고 그래요. 미경이가 먼저 욕했단 말이에요.”

세상에, 녀석은 오라는데도 꼼짝 안 한 채 한쪽 다리를 옆으로 삐딱하게 하고는 짜증과 화와 원망이 가득 찬 얼굴로 이렇게 투덜대며 발을 굴렀어요.

! 짜증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도 거친 혼잣말이 튀어나왔어요.

저 자식이, 저게 뭐 하자는 거야.”


그럼과 동시에 당장 종오에게 달려가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뜨겁게 휘감았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심호흡을 했지요. 그러고는 잠깐 그 자리를 떠나 다른 반 아이들이 밥 먹고 있는 곳을 한 바퀴 돌아보며 감정을 다스렸습니다.

아이들과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화를 치밀게 하는 일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럴 때 감정을 자제하지 못 해 후회할 일을 저지른 게 적지 않았어요. 또 그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그 자리를 피한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지난 해 제가 저지른 잘못이 떠올랐어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부끄러워집니다.


그 때도 점심시간이었지요.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밥 먹는 걸 어느 정도 살핀 뒤 옆 반 담임과 함께 밥을 받아 한두 숟가락 떴을 때였어요.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6학년 남자 아이가 의자를 발로 차며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 소리가 아주 귀에 거슬리고 지나가는 아이가 다칠 위험도 있어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더 이상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줬어요.

멈출 거라고 믿고 밥을 먹는데 또 그 소리가 들려요. 밥 먹다 말고 다시 녀석과 눈이 마주쳤어요. 이번에는 손을 들어 엑스 자를 그렸지요. 녀석도 알았다는 표정을 짓기에 그야말로 이번에는 멈추리라 생각하며 막 숟가락을 드는 데 또 그 자극적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발로 녀석 정강이를 걷어찼지요. 그것도 두 번이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녀석은 밥 먹다 말고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옆에 있던 아이들마저 놀랐어요. 녀석 눈에서는 눈물이 솟아오르고 내 머리에는 아차! 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꼭지가 돌고 말았어.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 폭력을 휘두른 거야.’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솟구치던 화는 후회와 자괴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미움과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이 녀석 마음에 상처가 클 텐데, 주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텐데.’, ‘그 동안 내 몸과 마음에 배인 나쁜 습관 고치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내가 이게 무슨 꼴이야.’하는 뼈저린 후회와 뉘우침이 올라왔어요.


이런 생각은 순식간에 내 머리와 가슴과 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 엄청난 사태를 수습해야 했지요. 놀라서 울고 있는 녀석을 안아주며 말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많이 놀랐지.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아이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고, 손도 떨리고 있었어요.

아니에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한 거예요.”


차라리 대들기라도 하면 마음이 덜 힘들 텐데 괜찮다는 거예요. 자기가 잘못 한 거라고 하니 더 마음이 무겁고 힘들더라고요. 녀석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자리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밥맛을 모르겠더군요. 옆 반 담임이 굳어진 제 표정을 보면서 위로해줬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몰라서 아이들에게 못 하는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하지만 이게 뭐냐? 속에서 올라오는 화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 해 아이에게 상처를 줘? 아이고 그러면서 교육이 어떻고 아이들이 어떻고 입으로 말은 잘 한다.’


밥 몇 숟가락 떠 넣다 고개 들어 보니 녀석은 함께 먹던 아이들과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올라갔더군요. 저도 서둘러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이 녀석을 만나 한 번 더 사과하고 마음을 달래줘야지. 아이를 찾아 교실, 복도, 화장실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못 만났어요. 결국 그 다음 날 다시 만나 어제 내가 한 짓에 대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마음의 상처를 덜어주려 했지만 엎어진 물이요 시위 떠난 화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요. 그 뒤로 졸업하는 날까지 녀석에게 마음을 쓰고 농담도 하고 하면서 아이 가슴에 뿌린 어둠을 걷어내려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날의 아픈 기억이 자꾸 올라옵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난 지금 이 순간 또다시 종오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다는 충동이 또 솟아오르다니! 섬뜩했어요.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아이를 발로 차려는 이 충동은 도대체 어디서 오고 왜 되풀이하는 걸까?’하는 안타까운 물음이 떠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그 무서운 충동에 휘말리지 않은 게 고마웠어요. 치솟는 화와 충동을 마주 바라보고 조절하는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종오에게 하던 잔소리를 멈췄어요. 이런 감정으로 종오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느낌이 들었거든요.


종오야! 들어가 밥 먹을 준비하거라. 지금 미경이랑 부딪치는 거는 멈추고 더 이상 하지 마라. 미경이가 욕한 건 따로 말 하마.”

그렇게 들여보내고 나니 빠르게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담임 가슴에서 한바탕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오와 미경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장난치며 밥을 먹네요. 그 모습을 보며 솟구치는 화와 충동을 잘 추스른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실로 올라와 종오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했어요.

종오야! 아까 그러고 들어가서는 미경이랑 웃으며 밥 먹더라.”

미경이랑 서로 사과했어요.”

그래. 잘 했고 큰 공부했다. 멋지다.”


솔직히 이 날 큰 공부한 사람은 종오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인권, 평화교육 어쩌고 하면서도 그 동안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와 있는 틀과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날이니까요. 그게 얼마나 어렵고 큰 공부인지도.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5 12:32

[시선 |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놀고 삐지고 놀고


최관의


남자 애들이 놀려요.”

그래? 뭐라고 그러디?”

바보래요. 자꾸만 그래요. 그러고는 도망가요.”

지원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요. 지원이를 아이들이 자주 놀리는 터라 이번에는 마음먹고 끼어들었지요.

지원이 울린 사람들 이리 와 보거라.”

순간 몇몇 남자 아이들 눈이 담임에게 확 쏠리는 게 보이네요. 저 녀석들이 이 일과 상관있겠지요.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는가 하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이도 있고 슬그머니 자기 자리에 가 앉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시치미 뚝 떼고 수업 준비하는 녀석도 있네요. 아무리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성질이 확 올라와요.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가 커졌어요.

일단 이리 나오란 말이다! 지원이가 우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 다 나와! 얼른.”

여기저기 궁시렁댑니다.

난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어요.”

준석이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웃기만 했어요.”

몇 명이 일어서 나오는 동안 지원이를 힘들게 한 게 확실해 담임 앞에 나와 있던 준석이가 의기양양해서 큰 목소리를 내요.

선생님! 민재도 그래 놓고 안 나와요. 민재 너 나와라.”

자리에 앉아 힐끔힐끔 눈치 보던 민재가 소리를 지르네요.

내가 뭘? 난 안 했다고.”

눈치를 보니 불안해하는 게 보여요. ‘자식, 내가 선생 생활 몇 년인데 눈빛만 봐도 안다고.’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화가 나네요.

민재 너도 나와.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지원이가 울면서 담임에게 하소연한 뒤로 즐겁던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지원아! 다 나왔지? 이 아이들 맞아?”

그새 눈물 그친 지원이가 생기 도는 목소리로 말하네요.

성욱이는 아닌데요. 그냥 보기만 했고 아이들 보고 그러지 말라 했어요.”

나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아냐. 너는 나 놀렸잖아?”

이제 지원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에서 아이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 목소리와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자꾸 목소리가 높아져요.

이제 시작하자. 누가 먼저 이야기해볼까? 이야기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마. 아무리 내 생각이 달라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끼어들지 않기, 할 말 있으면 이야기 다 듣고 말하기. 그리고 되도록 자기 처지에서 내가 잘 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상대방 생각도 하면서 이야기해보자. 지원이부터 이야기해볼까?”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지요. 지금 상황은 한 명의 아이를 여럿이 힘들게 하는 경우인데요, 이럴 때는 담임이 안 끼어들 수가 없어요. 까닭이 어찌 되었든 한 쪽이 너무 약해 담임이 끼어들지 않으면 자칫 한 아이가 너무 힘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지만 대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대부분 풀려요. 잘못도 잘 인정하고 사과도 금방 받아주지요.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즐겁게 어울립니다. 그야말로 다투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부를 하지요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 다툼에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부모님 가운데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집에서 지낼 때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부모나 어른들하고 지낼 때보면 문제행동이 보이질 않아요. 그런데 왜 학교에만 오면 아이가 거칠어지고 욕하고 싸우고 그럴까요?”


아이가 놓인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아이가 어른과 함께 있을 때는 어른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주지요. 부모는 아이가 옳지 못 한 행동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더라도 기다리면서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고 그럽니다. 그러나 또래끼리 어울릴 때는 상황이 달라져요. 또래는 어떤 한 아이에게 맞춰 놀아주지 않는데요, 이 말은 그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어른들이 대해주는 방법과는 달리 또래들은 각자 자기 생각과 처지에 따라서 날것 그대로 반응을 보이고 행동해요. 물론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부를 하지만 또래들끼리 어울릴 때는 부모나 어른의 논리와는 다른 아이들만의 논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하던 방식으로 자기 욕구나 뜻을 이루려 하면 부닥치고 깨지기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자주 다투고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아주 힘들고 어렵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스스로도 고달프지만 곁에서 보는 부모도 안쓰럽고 그렇지요.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 속도가 늦은 아이에게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지식 공부가 부족하면 난리를 펴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가 늦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들을 안 써요. 말로는 사회성, 사회성 하지만 실제로는 지식 공부에 들이는 노력에 견주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지요. 그러다 심각한 폭력이나 따돌림이 일어나고 아이가 눈에 띄게 힘들어하면 그 제서야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힘, 사회성을 키우는 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이에 맞게 배워가지 않으면 나중에 억만금을 주고도 배울 길이 없어요. 부족한 지식 공부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만은 그 나이 그 공간에서 하지 못 하면 나중에 인공으로 만들어 할 수 있는 그런 공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 중요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어른의 논리를 강요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어요. 다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단 말입니다.


저는 교실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가능한 아이들 힘으로 풀어가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이들 다툼에서 손을 떼지는 않아요. 과제를 줄 때 적절하게 난이도를 조절하듯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를 할 때도 아이의 능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다툼과 갈등을 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만한 상황인지 관련된 아이들의 특성과 앞뒤 사정을 살피고 결정하는 데요, 바로 이 때 교사의 교육적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상황처럼 한 쪽의 힘이 너무 강하거나 한 아이와 여럿 사이의 문제, 기가 약한 아이와 강한 아이,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거나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힘이 너무 부족할 때는 끼어들어 아이들 사이의 흐름에 변화를 줍니다. 흐름에 변화는 주지만 그렇게 끼어드는 가장 큰 까닭은 다툼을 풀어가는 과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툼을 멈추게 해서 학부모 민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툼이라고 하는 골치 아픈 배움의 기회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공부이기 때문이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7:39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욕 대장 종오가 질투를?


최관의


민준아! 과제 갖고 나와라. 다른 애들 다 끝났다.”

민준이는 앞을 못 봐요. 약시 정도가 아니라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요. 국어공책을 꺼내 들고 아이들 책상 사이로 더듬더듬 나오는 걸 보고는 몸을 돌려 수업 준비를 하는 데 종오 목소리가 들려요.

앞도 못 보는 게 저리 꺼져. 장애인 새끼가.”

칠판 쪽을 보며 수학책을 꺼내고 있다가 놀라 뒤돌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종오가 민준이를 밀치며 한 말이었어요. 앞이 안 보이니까 민준이가 더듬다가 종오 몸을 더듬은 겁니다. 순간 화가 욱하고 솟구치는 걸 참았어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동안 해온 것처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잔소리했다가는 부작용이 크겠다는 감이라고 할까 느낌이 떠오르는 겁니다. 입을 콱 다물었지요. 속을 삭히는 새 종오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준이한테 사과해라.”

거친 말을 해 놓고는 자기도 아차 싶은지 잘못을 인정하고 얼른 사과하네요. 더 이상 아무 말 안 하고 민준이 과제를 살피고 수업도 했어요. 잔소리를 안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입으로 잔소리하고 야단쳐서 본전도 못 건진 경우가 많거든요. 더구나 종오처럼 거친 행동이 지속되고 있는 아이일수록 효과는 그만두고 부작용만 더 크더라고요.


놀이 시간이 다가오네요. 아이들 우유를 먹일 시간입니다. 우유 상자를 들어다 칠판 앞에 놓고는 털썩 주저앉아 우유를 나누어주기 시작했어요.

놀이동산 입장권 받아가세요.”

우유 먹고 놀러 나가란 뜻입니다. 민준이가 우유 가지러 나오다 또 종오 자리로 들어서는 겁니다. 안 보는 척 종오가 어떻게 하나 날을 세우고 귀 기울였어요.

여긴 내 자리야. 이리와 나랑 같이 우유 갖고 들어가자.”

차마 1학년 아이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거친 말을 하더니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담임이 바로 코앞에 앉아 우유를 나누어주고 있어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와 몸짓을 보며 아까는 순간 화가 나서 그랬나 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뒤 민준이 보조 선생님이 종오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 겁니다. 담임 모르게 민준이한테 욕하고 밀치기도 한다고요. 어쩌다 한 번 그런 거라면 모를까 되풀이 된다면 이건 작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 뒤로 며칠 동안 종오를 살피고는 이 모든 일의 일차적인 원인은 민준이에 대한 질투라고 결론 냈어요. 그 뿌리를 더 파고들면 수많은 까닭이 있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난 건 질투라는 거지요.


앞을 못 보다보니 입학한 날부터 담임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민준이에게 관심을 주고 우리 반 아이들도 마음써주는 게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어요. 그렇다면 종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게 뭐지? 드러내 놓고 관심을 줄 만한 게 뭐가 있지? 아 맞다! 민준이는 앞을 못 보고 종오는 밥을 차분히 못 먹어. 자기가 좋아하는 수학이나 그림 그리기를 할 때는 집중을 잘 하는데 밥 먹을 때만은 전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잠시도 못 앉아 있어. 돌아다니고 수저로 식탁을 치거나 의자를 들었다 놨다 하고 밥 한 번 먹으려면 거짓말 안 보태고 열 번은 넘게 수돗가를 오가고. 다른 아이들 건드리고 뛰어다니고. 이걸 건드려 보자.


하루는 밥 먹다 종오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어요.

종오야! 오늘만 꼼짝 안 하고 밥 먹어줄래?”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눈빛으로 대답했어요.

밥 남기면 안 돼요?”

그냥 더 이상 묻지 말고 오늘만 그렇게 해줄래? 제발 부탁이다. 하루만 나 봐줘.”

대답도 안 듣고 급히 서둘러 종오 맞은편에 있는 자리로 가서 밥을 먹는데 녀석이 뭔가 감을 잡았는지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요.

왜요?”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턱으로 달 반 담임샘을 가리켰어요. 녀석은 더 구미가 당기는지 웃음 띤 얼굴로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짓네요. 다시 종오에게 다가갔어요.

달 반 샘하고 내기했다니까. ‘니가 한 번도 안 움직이고 밥 먹는다.’에 걸었어.”

이기면 뭐 있어요?”

몰라. 그건 말 못 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눈치가 빤한 저 녀석이 관심을 보일까 싶었지만 안 먹히더라도 담임과 옆 반 샘이 관심 갖고 있다는 건 느낄 테고 잔소리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이 적겠다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 재미있어 죽겠다는 웃음 띤 얼굴을 보니 저도 재미있어지네요. 이 내기에서 종오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날 종오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꼼짝도 안 했어요. 다만 온 몸을 비비 틀고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툭툭 차고 난리를 쳤지만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성공을 하고 집에 갔어요.


다음 날 아침 어제 한 내기를 잊었는지 하루 종일 물어보지도 않더군요. 그 날은 점심 먹을 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다른 날과 똑같이 돌아다니고 밥 남기고 그랬지만 간섭 안 했지요. 아이들을 모두 하교 시키고는 교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들렸어요. 인사하고는 교실 앞문을 나서는 걸 불러 세웠지요. 제 앞에 온 종오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실실 웃기만 했어요.

관샘! 왜요?”

…….”

태권도 차 기다려요. 말 안 하면 그냥 갈래요.”

이거 먹어라.”

제주도 초코크런치라는 과자를 한 개 내밀었어요.

너 먹어.”

별로 안 좋아해요.”

먹어 둬. 어제 네가 점심시간에 번 거야. 내기에서 번 거라고. 나도 하나 먹고 너도 하나 먹자.”

그제서야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집니다. 담임이 껍질 까서 입에 넣어주니 싫다고 하던 녀석이 맛있게 먹고는 신나서 나갔어요.

요즘 우리 일학년 샘들은 종오에게 자주 말도 걸고 밥 먹기 내기도 해요. 힘들어 죽겠다고 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종오 이 녀석은 그걸 즐기고요. 오늘 장보러 시장에 갔다가 종오에게 줄 과자를 샀지요.

종오 이 녀석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조금이라도 감싸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그저 이렇게 해볼 뿐입니다. 막말 자꾸 해서 남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 상처받고 거칠어지는 일이 줄어들도록 약효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6:48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싫어! 싫어! 미진이랑 앉기 싫다고!


최관의


자리 언제 바꿔요?”

자리?”

3교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맨 앞에 앉은 달룡이가 짝 바꾸는 이야기를 하네요.

맞다. 오늘이 630. 자리 바꾸는 날 맞네요.”

자리 바꿔요.”

지금 자리 바꿔요.”

공부하기 싫은데 잘 됐다는 듯 소리소리 지르네요. 그 가운데 가장 목소리가 큰 환종이한테 말을 걸었어요.

환종아! 너 지금 짝이 싫구나. 정아가 그렇게 싫어?”

순간 녀석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보여요. 나랑 둘이 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관샘! 이거 비밀인데요, 정아 좋아해요. 애들한테 말하면 안 돼요.”

당황해하는 녀석을 그냥 놔둘 제가 아니지요.

그런지 몰랐는데, 싫어하는 구나.”

아니에요. 좋아해요. 좋아하는데 그냥 자리 바꿀 때가 돼서.”

좋아해?”

. 좋아해요. 정말이라니까요!”

애들이 난리가 났어요. 비명소리가 나고. 그런 상황에서도 정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기만하고 환종이 얼굴만 울상이네요. 장난이 너무 심했나 싶어요.

난 또 싫어한다고 하면 어쩌나 했다. 알았다. 자리 바꾸자. 이번 달은 남자가 여자 뽑는 거 맞지?”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새로 정해진 짝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새 짝 이름표를 뽑고 있을 때였어요. 환종이가 짝 이름표를 뽑아 들더니 얼굴색이 싹 굳어지면서 울상이 되는 겁니다. 그러고는 이름표를 확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겁니다.

싫어! 나 싫다고. 미진이랑 앉기 싫다고.”

별 부담 없이 웃으며 짝 뽑기를 진행하던 저는 순간 당황했어요. 6학년이라면 짝 바꾸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 시작했을 거지만 그 동안 자리 바꾸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아이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표정으로 환종이를 쳐다보는 겁니다. 이럴 땐 환종이 마음을 알아줘야 했고 그게 맞지만 순간 거친 말이 나오고 말았어요.

환종아! 그만! 네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어떻게 앉냐. 그러고 그렇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막 해! 멈추라고.”

환종이는 담임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지 뒤돌아서 발까지 구르네요.

안 앉아. 미진이랑 안 앉는다고. 이게 뭐야!”

발을 구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소리 지르더니 마침내 욕까지 섞네요. 그대로 더 놔두었다가는 환종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제 가슴에서 확 올라오는 불덩어리가 느껴져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환종이 손을 잡았지요.

환종아! 네가 속상한 건 알겠는데 일단 복도로 나가자. 나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오자고.”

세상에! 꼼짝 안 해요. 화가 어찌나 났는지 얼굴까지 하얘져서 온 몸에 힘을 주고는 꼼짝 안 하는 겁니다. 환종이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화내고 강제로 빼앗고 밀치는 모습을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화내고 소리소리 지르며 얼굴까지 하얗게 되는 건 처음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나요. 환종이와 미진이가 자주 다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싫다고 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되지요. 제 가슴 속에 올라오던 불덩어리가 머리끝까지 와서 터지기 직전이 되고 말았어요. 흔히들 하는 말로 뚜껑이 열리려는 순간입니다. 몸을 숙여 환종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줘 말했지요.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복도에서 바람 쐬고 있거라. 내가 데리러 나가마.”

말을 끝내고도 환종이 눈을 계속 바라봤어요. 담임 눈빛에 눌렸는지 아무 말 없이 복도로 나가더군요.


녀석을 내보내고는 얼른 미진이 눈치를 살폈지요. 그런데 걱정한 거와 달리 편안한 얼굴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울거나 하다못해 골이라도 났으려니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흔들림이 없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 누가 놀린다고, 귀찮게 한다고, 같이 안 놀아준다고 이르고 울고 하는 녀석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라니!


흥분한 마음도 가라앉히고 반 분위기도 바꿀 겸 해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게 하고는 복도로 나가 보니 환종이가 구석에 앉아 있어요.

좀 기분이 나아졌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풀죽은 모습이네요.

그만 들어가자.”

손잡고 교실로 들어가다 잠깐 서서 물어봤어요.

지금 와서 짝을 바꿀 수는 없어. 어떻게 할래? 들어가서도 미진이한테 계속 그럴 거야?”

아니요. 그냥 앉을래요.”

그래. 수업도 해야 하고 그만 들어가자.”

글씨 공부를 하려고 열 칸 공책을 꺼내고 있는데 환종이 얼굴이 어둡고 굳어 있네요. 저러다 활발하고 거침없는 미진이랑 한 판 붙지 싶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 순간 미진이가 환종이를 툭툭 치면서 얼굴을 가까이 대며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거는 겁니다.

환종아! 기분 풀어. 내가 잘 해줄게.”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자기주장이 강해 툭하면 울고 골내고 삐지고 이르기를 밥 먹 듯해 하루에도 몇 번씩 담임을 귀찮게 하는 녀석이 저런 의젓한 말을 하다니. 환종이는 앞만 보고 아는 척도 안 하네요. 그런 환종이 등을 엄마들이 하듯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치면서 미진이가 또 말을 걸어요.

환종아! 기분 풀어.”

겸연쩍은지 대꾸는 안 하지만 환종이 표정이 풀리는 게 보여요.

미진이 너 대단하다. 자기 싫다고 저 난리치는 녀석을 품어주다니. 네가 나보다 낫다.’ 속 좁게 환종이에게 버럭 화낼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긴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오늘 미진이는 큰일을 해냈습니다. 미진이에게 더 살갑게 대해야겠어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피스레터(글)2017.04.24 12:23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욕 대장 종오 이야기


최관의


선생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되려나 모르겠는데요, 글쎄 얼마 전에 보니까 우리 아들이 욕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적이 없는데.”

그래요? 1학년인데 아직 욕을 한 적이 없어요?”

통 욕을 안 하던 애가 그러기에 얘기 해보니 우리 반에 욕 잘 하는 애가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누군 지 금방 알아듣겠네요. 종오라고 욕 잘 하는 녀석이 있거든요.

누굴 말하는지 알겠네요. 이름은 말씀 안 드릴게요.”

다른 부모와 상담하다 좋지 않은 뜻으로 다른 아이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 아이가 욕하는 걸 듣고 자기도 욕을 했다는 거예요. 이걸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왔어요.”

아드님이 욕하는 걸 처음 들었으니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 이해는 되네요. 그런데 정말로 민수가 욕을 처음 했을까요?”

?”

어머니 표정이 흔들려요.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않는 앤데 다른 아이가 욕을 해서 그걸 따라한 거다, 그러니 그 아이가 욕을 못 하게 막아 달라, 교육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판에 아들 민수가 처음으로 욕한 거라고 자신할 수 있냐고 물으니 당황할 수밖에요.

글쎄요. 제 귀로는 처음 들은 거라.”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어갔지요.

아드님 입에서 거친 욕이 나오는 걸 보고 가슴 철렁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제 아드님이 유아기에서 아동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 있어요. 욕이 귀에 들어올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민수 어머니는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시더군요. 더 솔직하게 밀고 들어갔어요.

야한 동영상이나 그림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언제부터 야한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까요? 한두 살이나 서너 살 때에도 야동은 있는데 그게 아이 눈에 안 들어와요. 주변에 야한 게 널려 있어도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변화가 아이 안에서 일어나야만,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어머니 찻잔에 차가 비었기에 더 따라드리고 제 찻잔에도 찻물을 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욕은 민수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방에 널려 있었어요. 그런데 어려서는 그게 귀에 안 들어왔고 지금은 그게 들어와요. 우리 반에 어느 아이가 욕을 잘 한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중요한 건 민수가 욕하는 게 그 아이 탓만은 아니라는 거지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민수 어머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상담하는 기간에 부모님 여럿이 우리 반 그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런 말씀 드렸어요. 그 녀석은 좋은 점, 밝은 점이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녀석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자칫하면 그 눈에 띄는 걸로만 그 사람을 결정짓고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도요. 그 아이가 욕하고 다른 아이들 귀찮게 하고 수업 흐름에 어려움 준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그런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모님들이 지금 당장 자녀들이 그 아이 때문에 학교에서 힘들어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어떻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더구나 우리 모두 자식 키우는 부모 아니냐. 그러니 같은 처지에서 함께 이해하고 믿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는 거지요. 자칫 그 아이는 욕 하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부모님들의 흐름이 우리 반의 대세로,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건 그 아이와 부모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믿어요. 그 아이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매우 심각한 일이 되고 말지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어머니! 저를 믿고 힘들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그 녀석 부모님과 손잡고 남을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믿고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날 민수 어머니께 고맙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어요. 사실 민수가 종오 녀석 때문에 운 게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민수가 워낙 참을성이 많고 다른 아이에게 싫은 소리 못 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안 그랬으면 싸워도 크게 여러 번 싸웠을 겁니다.

상당수의 부모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담임과 그 아이의 부모는 뭐 하고 있냐고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해요. 속상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지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동감해요. 하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을 고치자!’하고 마음먹고 노력하는 순간 확 달라지던가요? 하다 못 해 물을 끓여도 기다려야 끓고 과일도 겨울, , 여름을 견디어내야 열매를 맺는데 사람 변하는 건 말해 뭣하겠어요.

종오가 워낙 아이들에게 힘들게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로부터 항의 전화 여러 번 오리라 각오하고 있는데 봄이 다 가도록 단 한 분도 말씀이 없었지요. 요즘 종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다른 아이들 책상에 낙서하기, 사물함에 오르내리면서 위험한 행동하기, 욕하기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요. 믿고 기다려준 학부모님들 도움이 커요.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 늦고 뭐 하나를 가르치려 해도 안 하고 버티며 아이들 못 살게 구는 아이들이 사방에 넘쳐요. 그런 아이들 보면 속이 터져도 저 녀석이 남 모르는 사정이 있나보구나.’ 믿고 기다리며 도와줘 밝은 기운이 솟아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반 부모님들이 욕 대장 종오가 변할 거라 믿고 기다리 듯 우리 사회 부모가 그런다면 우리 아이들 얼굴이 더 밝아지겠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