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20. 5. 19. 19:20

[한반도 이슈]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김유호(소아과 개원의・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고양시 위기 극복 지원금으로 카페에서 딸기 주스를 사고 받 은 영수증 머리글에 쓰여있던 문구입니다. 폭풍처럼 다가왔다 지나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저는 어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염병 창궐이라는 현실을 재난방 송 TV 중계를 보면서 처음 맞이했던 지난 3개월은 일선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려 위기를 극복하고 계신 많은 의료인들과 는 다른 방식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많은 걱정과 기대가 빠른 속도로 교차되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시에 갑자기 늘어난 환자와 신속 검사를 위하여 콧속으로 면봉을 넣느라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진료실에 가득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신종플루는 조기 진단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약제가 있었고 가족이 감염이 될 것 같더라도 마스크에 대한 개념도 적었습니다. 저희는 평소 마스크를 사용하며 진료를 하고 있었지만 보호자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것은 지금과 같지는 않습니다. 5일에서 7일간의 격리로 잘 치료된다고 안심시키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환자가 없는 휑한 진료실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진료실을 잠시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을 듣기도 하고, 매일 매일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는가 보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중국에서 환자의 치료와 전염을 막기 위해 했던 봉쇄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였고, 초기에 질병의 확산에 대한 조기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채 무수한 설들이 난무하며, 야생동물에 의한 동물과 사람 간의 전염병, 세균전에 대비한 연구소에서 발생한 전염병 등등의 원인과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못한 채 두려 움이 확산되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 상황을 전달하려 한 중국 의료인들이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과 독감보다 약한 감염병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른 나라 정치인들의 견해들은 더욱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중국이라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전염병이 우리나라 대구에서 교인들에게 집단적으로 발생한 후에는 날마다 확진자가 몇 분이고 사망하신 분의 수와 감염된 분의 동선이 공개되었으나 아직은 대구에 국한된 전염병이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신규 확진자가 발견되고 환자분을 치료하기 위하여 중무장을 하고 치료에 임하는 의료인들이 각지에서 대구로 모이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의료 도움 요청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진료실에는 환자가 줄기 시작하고 약 60%의 환자가 줄었습니다.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 방문은 하지 않고 심지어 엄마가 아빠 몰래 기침하는 아기를 데리고 오곤 했습니다. 아빠가 그 정도 아프다고 요즘 시국에 병원에 왜 가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피부로 전해지는 두려 움으로 진료실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직원들과 혹시라도 의심이 되는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가상의 예행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진료는 어떻게 하고, 신고는 어디로 하고, 진료실은 어떻게 소독하고, 다른 환자분들께는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연습도 마쳤습니다.  

진료실 모니터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가 아침마다 제공되고, 대기실 TV를 통해서도 확진 환자는 몇 분이고, 사망하신 분은 몇 분이고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의 환 자 발생 상황을 차트로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동양과 서양의 인종 갈등이 있다고 하고, 일본과 스웨덴의 전염병 대응 방식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중국과 같은 완전 봉쇄냐? 스웨덴처럼 자연 면역 방식이냐? 국경 폐쇄를 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등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의 다양한 대처 방식이 역사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나? 

각 지역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하는 의료인들이 부족하고 진료 물품이 부족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자원봉사를 신청하기 위하여 전화를 걸었습니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과 오후, 4시간씩 방호복을 입고 검사와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청을 하면 순서대로 배정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다음날 문자로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 3 월 7일과 8일 모두 마감되었어요. 네 분의 선생님이 빠르게 지원하셨습니다. 지원 신청 감사합니다.’ ‘그럼 후원은 어떻게 하나요?’ 저처럼 일반 환자를 보며 현장으로 가기 어려운 의사들은 후원금으로 의료 물자를 지원 할 수 있다고 하여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잡힐 듯 잡힐 듯 확진자 추세가 진정될 때를 기대하고 있지만 수 개월간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진료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의료진을 위한 응원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한 어린이어깨동무 활동가들.


이제 4월 30일.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기다리던 당신은 위로와 희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으로부터 위로와 희망을 받아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교와 종교시설, 헬스장과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시민들이 두려움과 위기감을 가지고 생활하기 시작했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하고, 국가 간 교류가 단절되고, 큰 맘 먹고 떠났을 유학생들이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귀국하고, 전 같았으면 도로마다 스피커 소리로 떠들썩했을 국회의원 선거는 조용하게 치러졌습니다. 3개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도 경제도 모두 서버릴 것 같은 어둠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무언가 공정하지 못하고, 부족하고, 답답해서 정치도, 경제도 외면하려고 했었던 제게 거짓말처럼 국민들은 두려움을 참아내고 질서를 지키고, 남 탓을 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며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 상황에서 차분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질서를 지키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세계의 시민들이 서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어린이어깨동무 <마음을 잇는 방구석 미술관> 캠페인 


개인정보 침해라는 문제가 있더라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조기 환자 발견과 관리 방식이 K-방역의 브랜드로 국민들의 신뢰도를 얻었습니다. 이번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수준이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할 수 있었고, 공공의료의 가치를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체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사람의 건강이 돈의 가치로 차별받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안전사고를 비용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일일 확진자 수가 내국인 0명, 국가적 완전 봉쇄 없이 3000만 명이 치른 전국적인 선거 후에도 완치자 수는 늘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체감되는 시기는 7, 8월이 된다고는 하지만 조금씩 희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위로와 희망이 우리 사회를 환하게 물들게 하고 미래도 기다려 봄직한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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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보고 갑니다~~

    2020.07.16 12:5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