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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3_1 윤철기_팬데믹 시대, 그래도 한반도 평화는 가능하다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8. 19.

[한반도 이슈] 

 

팬데믹 시대, 그래도 한반도 평화는 가능하다

 

윤철기

 

 

팬데믹의 시대

 

바이러스의 공포가 한반도와 세계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어느 SF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 지구상의 누구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구화 (globalization)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3월 세계 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2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역시 지구화이다. 인간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은 지구화의 장점으로 인식되어왔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지구화의 장점은 어느 날 순식간에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단점이 되고 말았다. 지구화의 새로운 딜레마이다. 지금까지 지구화의 딜레마는 세계시장통합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국가와 개인 간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 는 문제였다. 팬데믹의 시대, 명확한 치료제가 없고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은 제한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일한 대안이 되었다. 이는 생산과 교환의 중단을 의미한다. 결국 이는 지구화된 세계경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동력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시작된 국가였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자국의 국경을 폐쇄한 국가이다. 한때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국가였다. 다행히 한국의 방역이 성공하면서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국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과 의료보 건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서 지금도 연일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제위기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고,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했다.

 

 

안개 속 남북관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새로운 길’을 언급했다. 새로운 길의 실체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자력갱생’과 ‘정면돌 파’라는 용어가 북한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상황에서 자구책은 협력보다는 역시 ‘자주’와 ‘자립’에 있는 모습이다. 이는 북한사회가 직면한 난관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이 시작되었고, 북한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경을 폐쇄했다. 보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고 의약품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러한 조치의 성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경이 폐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격리자들이 존재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역을 강조하는 내용의 노동신문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최근 남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김여정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국제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한국사회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김여정은 2020년 들어 한국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북이 밝힌 직접적인 이유는 탈북민의 대북전단지 문제였다. 그리고 북은 2018년 9.19평양공동선언의 약속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얼마 안 있어 김정은은 갑자기 강경한 대남 공세를 잠시 보류했다. 한국정부는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과 통일부장관 및 국정원장을 교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렵게 찾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 하지만 남북한 관계의 미래는 한 치 앞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단계적 협상 VS 포괄적 일괄협상

 

북미 관계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전혀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다.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어려운 이유는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양측의 국가이익과 권력자원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체제안전의 보장이고, 이를 위해서는 핵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핵은 이 협상에서 북한의 가장 중요한 권력자원이다. 다시 말해 협상테이블에 북한이 앉아서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은 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협상에서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 북미협상을 가능하게 만든 미국의 권력자원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근간으로 하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이다. 그리고 그 권력자원을 지키는 것이 미국이 이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국가이익이다.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요구조건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권력자원 가운데 포기해야 할 것은 없다. 하지만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 측에 단계적인 협상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포괄적인 일괄협상을 선호하는 것이다. 북한은 협상이 지속되면 될수록 자신의 권력자원을 포기해야 하기에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는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 서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신뢰 자체가 약한 상황에서 북한이 명확하게 비핵화를 실천할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가시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이유가 없다. 사실 바로 이점이 북미 간의 협상이 하노이 회담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과 미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하기 위한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보건위기 극복위한 남북협력

 

남북한과 북미 관계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 속에 놓인 지금 북한은 개성을 폐쇄했다. 역시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밝힌 이유가 놀라웠다. 탈북민이 몰래 월북했고, 그 때문에 코로나19가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한국정부는 탈북민의 월북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탈북민의 소재를 파악하고 탈북 루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직접 출석하여 사죄했지만, 아직도 진상파악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진상파악이란 것은 사실 책임소재를 찾는 일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가 북한의 발표대로 북한사회로 전파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북제재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북한의 의료보건과 경제의 상황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분간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주장하겠지만 자 주와 주체의 노선은 보건과 경제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 상황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는 한반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보건위기는 남북한 간에 대화와 협력을 이 어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북한은 보건위기를 자력으로 돌파할 의료보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방역과 보건 시스템은 지금 세계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보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수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순간

 

문재인 정부는 총선승리를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다시 남북한 대화를 재개하고 어렵게 시작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북측에 호소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정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협상을 주도하려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면 미국이 코로나19, 인종차별 문제, 대통령 선거 등의 국내정치 이슈로 한반도 문제 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여러 차례 대화를 재개할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레토릭이 대선에 한반도 이슈를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적 행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주체의 힘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인 조건과 주체의 능력을 정확하게 계산해보면 협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다. 대화와 협력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성공시키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점(Archimedean Point)’이다.

 

 

 

 

윤철기 | 사회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학 공부를 시작했다. 북한 정치경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평화와 정의에 대한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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