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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6_5 이영근_7:93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9.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7:93


이영근


우리 반은 경기도 공립학교로 일반학교이다. 우리 반은 4학년으로 참사랑땀 반이라 한다. 올해가 열여덟 번째 제자들로, 참사랑땀-18기이다



▲ 참사랑땀-18기 교실 모습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밥은 질서를 지켜 차례대로 받아야 해요.” 하며 말은 다 맞는데, 밥 받을 때면 차례를 안 지키는 아이들이 있다. “군포는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있겠죠.” 하며 말로 장난하기를 즐기는 아이가 있다. 자기 요구를 말하고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제 말이 맞잖아요?” 하며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지난 토론 때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을 뭐라고 했죠?” 하며 칠판에 이라 쓴다.

설득이요.”

맞아요. 설득.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면 그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하며 칠판에 설득감동을 쓴다.

 

 

7: 말이 가진 힘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말을 해요.” 하며 동그라미를 크게 그린다.

여러분은 친구가 하는 을 다 들어주나요?”

아니요.”

그럼 이 다른 사람 마음을 얻는 데에는 얼마나 힘이 있을까요?”

대답이 없다.

설득되는 걸, 100으로 나타낸다면 은 어느 정도 차지할까요? 그리고 말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까요?”

아이들은 여러 숫자를 말한다.

, 예를 들어 볼게요. 작년에 선배가 학급회의 시간에 이런 말을 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 반의 아쉬운 점으로, ‘복도에서 뛰는 사람이 많아 아쉽습니다.’ 하고 말했어요. 내가 봐도 복도에서 뛰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러면 이 선배가 한 말은 맞나요? 맞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 선배의 말이 맞는데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어요.”

왜요?”

왜냐면 그 선배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네가 더 뛰어.’ 했거든요.”

하하하.”

학생들이 웃는다.

그 선배가 한 은 맞는데, 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까요?”

말한 선배가 뛰었으니까요.”

동그라미에 조금 그리고, ‘7’을 썼다.

사람이 하는 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힘은 '7'이라고 해요.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93: 사람이 가진 힘

 

그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머지 ‘93’은 뭘까요?”

아이들이 갸웃한다.

, 여러분, 이런 경우가 있나요? 주말에 집에 있다가 점심 때 텔레비전을 보며 거실에 드러누워서는 청소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요. ‘엄마, 짜장면 시켜 먹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안 돼. 엄마는 청소하는데 네 방 청소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서 하는 말이라고는.’ 하고 짜장면을 시키기는커녕 꾸중만 들었어요. 그럼 이때 여러분 같으면, 짜장면을 시켜먹기 위해 어떻게 하겠어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해요.”

맞아요. 엄마와 함께 청소를 하며, 엄마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그러며 내 방 청소도 미리 해 둬요. 엄마가 내 방 청소하러 왔다가 깜짝 놀라기도 하죠. 이럴 때 엄마~ 청소한다고 힘든데, 우리 짜장면 시켜먹는 거 어때요.’ 하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엄마가, ‘아유, 잘했다. 그러자.’ 하며 짜장면을 먹을 확률이 커지는 거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우리 반의 예를 든다.

오늘 아침에 노래할 때, 함께 따라 부르지도 않던 친구가 노래 끝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해 줘요.’ 하면 선생님이 노래를 더 불러줄까요?”

아뇨.”

그럼 다른 예를 들어봐요. 어제 ○○는 수학익힘책 문제를 풀 때 여러 번 틀려도 친구들 답을 보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칭찬을 받았어요. 알죠? (.) 만일 ○○가 그 다음 시간 수업을 시작할 때, ‘선생님, 노래 한 곡만 하고 수업해요.’ 하고 예의를 지켜 말해요. 그러면 선생님은 아마도 마음이 흔들렸을 것 같아요. 노래를 한 곡 더 했을 것 같아요.”

동그라미 나머지 부분에 자세‘93’을 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7’이지만, 그 사람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93’이라는 거예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나도 보여주려 한다

 

선생님도 그래요. 여러분에게 책 읽자고 하니까, 책을 함께 봐요.”

내 책상에 놓여 있는 책받침에 책을 보인다.

맞아. 선생님 책 많이 봐.”

그리고 여러분에게 날마다 일기 쓰라고 하니, 나도 써요.”

내 기록지를 보여준다.

날마다 쓰세요?”

날마다 쓰려고 하는데, 못 쓸 때도 있지만 거의 날마다 써요. 어제도 썼고요.”

청소도 그래서 같이 하려고 해요.”

맞아. 선생님은 여기 둘레 자주 쓸어.”

 

 

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토론하는 건,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함이에요. 듣기의 4단계에서도 대답하고 질문하는 게 제일 좋다고 했어요. 오늘 이야기는 여러분에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말도 중요한데, 말과 함께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 거예요.”


▲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참사랑땀 반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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