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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21

피스레터 No35_2 이충식_후쿠시마 오염수와 우리의 선택 [평화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와 우리의 선택 이충식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고도 정수 처리한 후 기준치 이하로 방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의 조사보고서나 미국 정부, 그리고 우리 정부도 역시 일본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우리 국민은 이런 움직임에 불안감과 반대 뜻을 보이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응답하였고, 거의 비슷한 비율로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불신감을 나타내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처리되어 방류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방류를 반대하는 쪽에서 불안을 조성하는 괴담을 퍼뜨린다고 주장하였다. 우리 국민.. 2023. 8. 17.
피스레터 No35_3 이경수_북한 식량위기를 둘러싼 두 가지 맥락 [평화의 시선으로 보는 북녘] 북한 식량위기를 둘러싼 두 가지 맥락 이경수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국경을 닫은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북한이 뉴스의 초점이 된 사례는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열병식, 윤석열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 사실상 서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주고 받는 것이 남북 당국간 대화의 전부다. 그 기간 동안 북한 주민들은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3중고’를 겪어 왔다. 2020년 1월 선포된 ‘비상방역체제’ 하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지역간 이동이 통제되었고, 2022년 5~7월 환자 발생 이후 ‘최대비상방역체제’ 하에서 고강도 방역정책에 적응해 왔다. 2018년 이후 수출이 사실상 막힌 데 이어 2.. 2023. 8. 17.
피스레터 No35_4 김경민_부끄러운 과거와 마주할 용기 [문학으로 읽는 나의 평화감수성] 부끄러운 과거와 마주할 용기 김경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몇 해 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생존자는 21명이었다. 잠시 잊고 지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니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단 9명뿐이라고 한다. 지난 5월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별세하면서, 생존자 숫자는 이제 한 자리가 되었다. 10, 9, 8, 7… 마치 시한폭탄에 장착된 타이머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듯하다. 이렇게 생존자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떠나시고 마침내 마지막 한 분만 남게 된 상황을 마주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둘이었는데 간밤 한 명이 세상을 떠나.” 김숨의 소.. 2023. 8. 17.
피스레터 No35_5 심은보・최관의_서이초 박선생님을 추모하며 [한반도 평화교육 1] 서이초 박선생님을 추모하며 심은보(자란초등학교 교사) 서이초 한 교사가 학교에서 죽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우리는 그녀가 죽은 까닭도 모른다. 나는 그저 그녀가 교사라는 사실을 알 뿐이다. 우리는 그녀가 학교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죽어 버린, 이름 모를 그녀는 어쩌면 ‘나’인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까닭조차 드러내지 못한 채 죽어간 이름 모를 그녀는 어쩌면 ‘우리’인지 모른다. 돌아보니 ‘그녀’는 ‘나’였고, ‘그녀’는 ‘우리’였다. ‘나’였을지 모를 그녀의 이름 없는 죽음 앞에 안타깝고 안타까워 우울과 슬픔의 빛깔로 2023년 나는 여름 대부분을 채워 나가고 있다. ‘우리’였을지 모르는 그녀의 맥없는 죽음 앞에 분노스럽고 분노스러워 검고 검은 빛깔 옷을 입고 .. 2023. 8. 17.
피스레터 No35_6 주예지_틈 사이로 보는 건너편 세상 [한반도 평화교육 2] 틈 사이로 보는 건너편 세상 주예지 틈만 나면 작은 틈만 나면 나는 태어날 거야. 쑥쑥 자랄 거야. -『틈만 나면』, 이순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원의 벤치 틈 속으로 비집고 올라오는 싱그러운 풀들과, 척박한 모래와 돌 틈에서 낑낑대며 피어난 작은 꽃들과, 단단한 쇠붙이 맨홀 뚜껑에서 용감히 솟아오르는 풀잎들이, 그것들이 마치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 사이프러스에서 귀한 분이 오셨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라는 문구를 접했던 어렸을 적 기억이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다른 분단국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새롭다. 사이프러스는 그중에서도 더 생소한 나라이다. 이름조차 낯선 그곳에서 온 평화활동가라니. 게다가 초등학교 교사라니. 만나기 전부터 묘한 동지애가 꿈틀거렸.. 2023. 8. 17.
피스레터 No35_7 최관의_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최관의 “공연 기획하는 일 해보고 싶은 사람?” “그게 뭔데요?” “연예기획사라고 들어봤지?” “SM, JYP 이런 소속사요?” “맞아요, 맞아. 샘이 요즘 가만히 보니까 공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우리 6학년에. 그 사람들이 공연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지.” “기획하는 사람들이 공연하는 건 아니지요?” “그렇지. 공연하기 좋도록 도와주는 거야. 공연할 장소 구하고 방송시설 정비하고 영상이나 음향 틀어주고, 관람하기 좋게 도와주는 일만 하면 돼. 영상 찍고 편집도.” 눈빛을 보니 관심있는 애들은 있는데 머뭇거린다. “다들 학원이다 뭐다 바빠서 쉽지는 않을 건데 틈틈이 시간 되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돼.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힘.. 2023. 8. 17.
피스레터 No34_1 김영환_'사죄'에 대하여 [한반도 이슈] ‘사죄’에 대하여 김영환 “동은아, 고등학교 때 네가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은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파.” 지워지지 않는 학교 폭력의 상처와 피해자의 끈질긴 복수를 다룬 화제작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본다. 가해자인 연진이가 피해자인 동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동은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연진이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았다며 처절한 복수를 멈추었을까? 지난 5월 7일 한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의 입에 비상한 관심이 쏟아졌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가 그토록 목매어 기대하는 ‘성의 있는 호응’을 밝힐 것인가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 2023. 5. 18.
피스레터 No34_2 이주영_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의 의미와 오늘의 과제 [평화 이슈]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의 의미와 오늘의 과제 이주영 1999년 ‘새 천년 어린이 선언’ - ‘어린이 평화 선언’ 2023년 5월 1일,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행사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주변에서 열렸습니다. 어린이문화연대와 함께하는 약 300여 어린이 관련 단체와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약 2,0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100년 전 1923년 5월 1일, 일제침략자들 탄압 속에서도 두 가지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노동절 기념행사였고, 또 하나는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으로 선포한 어린이날 첫 돌을 맞이하여 소년운동협회(회장 방정환) 이름으로 어린이 해방 선언을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이라는 이름으로.. 2023. 5. 18.
피스레터 No34_3 김경민_나도 5·18 피해자입니다 [문학으로 읽는 나의 평화감수성] 나도 5·18 피해자입니다 김경민 5・18 최루증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아홉 해 째 되는 날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봄날의 풍경은 어제와 다름없는데, 아니 잔뜩 흐렸던 어제보다 더 화창한데, 마음은 더 무겁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음 날 할 수업을 준비하려고 펼쳐 든 소설은 하필 더 무거운 내용이다. 수업이 4·16 다음날인 것을 알고 선정한 텍스트이기에 ‘하필’이라기보다는 ‘마침’이 더 어울리겠다. 소설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세월호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몰:mall:沒⎦, 그리고 그 소설이 실린 소설집 제목은 『기억하는 소설』. 5·18에 관한 글을 쓰려고 앉아 4·16을 떠올린 것은 단지 오늘이 4월 16일이어서만은 아니다. 적어도 내게 있어.. 2023. 5. 18.
피스레터 No34_4 데이빗 벤바우_이 밤이 끝나기는 할까? [여우굴에서 온 편지] 이 밤이 끝나기는 할까? 데이빗 벤바우 여우굴에서 다시 긴 밤을 보낸다. 밤마다 DMZ 철책선 근처 여우굴에 앉아 있노라면 나의 생각은 천릿길을 헤맨다. 깜깜한 데서 아홉 시간을 앉아 누가 나를 죽이러 오지 않는지 살피고, 듣고,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보면 졸리고 때로는 겁이 나고, 늘 긴장이 되고 신경이 곤두선다. 지금은 지루하고 불안하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바쁜 것보다는 지루한 것이 낫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물을 한 통만 가지고 왔다. 더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포도 맛 쿨에이드를 물에 탔다. 야전 식량으로 나온 복숭아 캔이 있지만 야식으로 남겨둘 참이다. 주스를 마시고 복숭아 조각을 먹으면서 새로운 날로 달력이 바뀌는 걸 축하해야겠다. 그런데 이곳 모기는 방충.. 2023. 5. 18.
피스레터 No34_5 박종호_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 [한반도 평화교육] 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 박종호 언덕 위에 오밀조밀하게 지은 집들이 모여 있고, 텃밭에는 직접 기르고 가꾼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토끼와 닭, 소도 어슬렁거리면서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저 언덕 아래는 파란 바닷물이 흐르고 있고, 저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은 스코틀랜드인가, 먼 옛날에는 수영을 해서 건너다녔다고 한다. 코리밀라 공동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달려야 하는 밸리캐슬에 있다. 이 공동체에 2017년 겨울, 2019년 겨울에 어깨동무 평화교육 연수로 방문하고 2022년 이번에는 여름에 다시 찾았다. 당신은 도대체 왜 그리 먼 곳까지 가는가? 질문을 바꾸어 묻자. 나는 코리밀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세 번씩이나 가서 얻고 싶은 .. 2023. 5. 18.
피스레터 No34_6 최관의_우리는 껌부 사이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우리는 껌부 사이 최관의 관샘! 우리 봐요! 6학년 115명에는 마음 쓰이는 아이들이 반마다 서너 명씩 있다. 조금 깊이 따지고 들면 마음 쓰이지 않는 아이는 없지만 어지간한 아이들은 이리저리 알맞게 흔들리면서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마음이 쓰이지만 다른 반 아이들이라 늘 곁에서 뭔가 교육적인 자극을 주기는 어렵다. 만날 때마다,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말을 건다. 수업 시작하고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교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세 녀석이 있다. 교실에서도 수업 흐름을 방해하고 분위기를 흔들어 담임으로 하여금 머리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한 번은 비가 제법 쏟아지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창밖 운동장을 보니 세 녀석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단에.. 2023.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