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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7_1 김현_기후변화와 우리의 미래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8. 13.

[한반도이슈] 

기후변화와 우리의 미래

김현

 


기후변화의 명암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두 여성분이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릴 적 서대문 영천시장에서 외할아버지께서 500원이나 주고 사주신 바나나가 떠올랐습니다. 80년대 초에 몇 안 되는 수입산 과일이라 바나나 한 개가 시외버스 비용보다 비싸던 때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국내산 바나나가 제주도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생산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어, 제가 연구하고 있는 기후변화가 과연 인류적 재앙일 뿐일까라고 반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자들은, 특히 저 같은 보건학자들은 문제를 밝혀내고, 그 위험을 알리고, 문제를 없애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문제에만 매달렸지, 그 외의 관점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좋은 것일까? 귀여운 손자를 위해 한 개에 거금 500원이나 되는 바나나를 사주시던 할아버지의 그 귀한 바나나가 이제는 동네에서 재배되어 방부제 처리도 안된 오가닉 바나나를 싸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기후변화의 좋은 면 아닐까? 이렇듯 기후변화의 좋은 면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는 추위로 유명합니다. 기록을 찾아보면 1996년에는 섭씨 영하 51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농담 삼아 화성보다도 더 춥다고 무용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실제 추운 겨울날 눈 치우러 나가서 몇 번 심호흡을 하다보면 심장이 따끔거리는 걸 느낄 정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지요. 그런 추운 곳에 있다 보니, 기후변화가 이 추위를 좀 누그러뜨려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위기
그런데, 사실 저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인 것은 맞습니다. 최근 한 10년 간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서 여름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물이 고갈되고, 숲이 말라서 화재가 끊이지 않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상승한 해수면으로 인해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나라들 중에, 투발루는 섬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많은 국민들이 뉴질랜드로 대거 이주하기 시작했고, 해수면 상승으로 식수가 바닷물에 오염 되어버린 키리바씨는 식수고갈로 기후변화에 가장 위태로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겨울이 되면 북반구에 가까운 나라들은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 오히려 더 추운 겨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겨울의 극한의 추위와 여름의 가뭄으로 인해 유목민들이 가축을 잃어 대거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이주해와 현재는 울란바토르 인구의 60%가 새로 이주한 유목민입니다. 그러다보니, 난방이나 식수, 하수 시설이 없는 곳에 정착하여 설사병과 여타 감염병이 심각하고, 겨울이면 땔감이 없어 플라스틱, 고무 등을 태워 난방을 해결하다보니, 겨울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공해가 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몽골은 깨끗한 공기와 낮은 평야로 인해 멀리 볼 수 있다 보니 사람들 시력이 3.0까지 나오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공해로 인해 겨울이면 3미터 앞도 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인해 타국에서 떠돌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의 시작이 어쩌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랜 가뭄은 식량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역량으로 부족을 메우지 못하면 결국 싸움이 시작 되지요. 힘 센 자들은 총과 칼로 식량을 차지하려고 하고, 약한 자들은 죽거나 난민이 됩니다. 그래서 시리아 난민들은 기후변화 난민일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처음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값싸고 건강한 바나나처럼 기후변화의 좋은 점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은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70년대 생들은 기억할 국민학교 환경보호 포스터 그리기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작은 행동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행동들이 이어져 1992년에 유엔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이라는 협의체를 만듭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맺는데 성공을 하면서, 모든 유엔 회원 국가들이 국가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에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지한다고 하여도, 사실 이미 데워진 지구는 2040년까지 계속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가장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기후변화 대응입니다. 온실가스 사용을 최대한 줄여 지구를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다가온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대응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어쩌면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대응은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소외되고 뒤쳐져 개발이 늦어지고 취약성이 높아진 산업이나 사람들을 찾아내고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응역량을 강화하여 기후변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사실 가난하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난하기 때문에 대응도 힘들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유엔에서 파리협정이후에 지금 한국 송도에 위치해 있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고 있습니다. 저 또한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몽골의 녹색기후기금 제안서를 만들어 이들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기후변화의 위기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바나나도 온도가 상승하는 우리나라에서, 상승하는 온도로 먹거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갈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의 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다보면 점점 먹거리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수입하는 가공식품에 의지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남태평양의 많은 섬나라들이 그곳에서 자라던 먹거리들이 사라져서 수입가공식품에 의지하다보니 만성병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절반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부터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면 새로운 안전한 산업들이 생기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발전하고, 또 취약계층이 줄어들어 모두 다 같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꿈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노력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현 | 현재 미네소타대학에서 환경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자문관으로 많은 나라에서 기후변화대응 국가사업을 개발하고, 국가취약성을 보강하기위한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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