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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4_6 강주원_2016년 남북 만남의 그림은 미래일까?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2.

[팩트체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2016년 남북 만남의 그림은 미래일까?


강주원


2016년 한국 사회가 그린 남북 관계의 자화상과 상상화

 

2016년 달력도 한 장 남았다. 한국 사회는 2016년 어떤 그림 달력에 둘러싸여 살아왔을까? 특히 남북 관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은 지난 11장의 달력에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새해 벽두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이후, 한국 사회는 대북제재로 달력의 첫 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개성공단용 초코파이는 일반 판매용보다 3g 가벼웠다.(<SBS> 2013611일자, “갈 곳 잃은 개성공단 초코파이산처럼 쌓인 재고”). 그렇지만 십 년 넘게 한국의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모습은 남북 만남의 상징적인 그림이었다. 또한 이 공간에서의 통일과 관련된 만남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한국 정부는 2월의 달력에 개성공단 폐쇄라는 소재로 회화를 그렸다. 북한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들은 대북제재의 명분에 동참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밑그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네 집단(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이 거리에서 장기를 두고 구경도 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한국 사회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미래, 혹은 상상 속의 통일풍경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현실에 바탕을 둔 그림으로 바라볼까? Ⓒ강주원

 

이번 제재는 20105·24 조치와 2013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에 비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그 이유는 제재가 포괄적일 뿐 아니라 중국이 동참할 확률도 커졌기 때문이다. 만약 무역으로 떼돈을 벌던 권력층과 시장 활동을 통해 겨우 살아가던 주민들이 제재로 인해 이 기회를 상실하면 불만이 비등할 것이다.

-<중앙일보> 2016310일자-

 

위의 신문 사설은 지금은 가야 하는 이 길(제재와 압박)을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로 마무리한다. 이 문구에 말문이 막히고 어떤 우문현답을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대북제재 효과를 강조한 상상화만으로 가득한 갤러리들이 한국 사회에 1년 내내 성황이었다.

도대체 북한 붕괴론그림은 누가 무엇을 위해 기획했을까? 한국 사회의 누구를 위한 작품이었고, 누구를 위해서 그린 것일까? 반대로 대북제재를 반대하는 한쪽에서는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만남을 미래로만 상정하는 작품에 의미부여를 하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통일미래를 논하는 학술대회와 강연들의 개최 날짜들은 봄·여름·가을 달력에 계속 표시되었다.

 

 

2016년 남북은 여전히 만나고 있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해외에 산재한 북한식당 출입 자제를 한국 국민들에게 권고했다. 연이어 매월 단둥의 북한식당들이 문을 닫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촛불집회가 광화문과 전국을 밝히는 11월에도 제재 여파로 단둥 대표적 북한식당 폐업”(<YTN> 2016111일자)이라는 제목은 신문 혹은 방송의 북한 뉴스로 언급되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는데 있다. 단둥의 북한식당들은 대북제재 때문에 폐업한 곳이 없다. 또한 20161111일 나의 카메라에 담긴 북한식당 송도원은 영업 중이었다.

한국 언론들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내놓은 뒤 한국 정부가 관광객들에게 북한식당 이용 자제령을 내리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설명하면서 폐업했다고 언급한 바로 그 식당이다. 그렇다면 2016년뿐만 아니라 20105.24 조치 이후, 한국 사회에는 남북 관계 혹은 만남과 관련되어 상상화통일미래 이야기만이 가득했다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쯤에서 나는 한 장의 그림을 컴퓨터에 그려보았다. 소재는 “2016년 여름, 단둥의 조선족 거리에서 북한사람과 조선족이 장기를 두고 있고 북한화교와 한국사람이 구경을 하는 모습이다. 이 풍경화를 광화문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를 두고 사실에 바탕을 둔 그림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한국 사회에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그림은 상상과 미래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 내가 20168월 단둥에서 촬영한 사진을 밑그림으로 활용하였다.*

5.24 조치 이후에도 중국 단둥에서는 한국어를 공유하는 네 집단의 사람들이 장기를 두는 이웃사촌으로 지내면서, 현재진행형으로 삼국(중국, 북한, 한국)을 연결하는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 이런 삶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공간이 단둥이다.


나는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한국 사회의 어떤 이들은 대북제재와 압박이 가득한 상상의 길을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2016년 그림 달력을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힌 사람들 한 명, 한 명은 2017년 달력에 사실에 바탕을 둔 그림을 하나둘 채우고 감상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까? 분명한 것은 남북이 어깨동무하면서 걸어가는 현실의 길을 담은 그림이 사실이고, 또한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들이 가득한 달력들이 어린이들 방마다 걸리기를!


 2016년 한 여름, 단중의 조선족거리에서는 조선족과 북한사람이 장기를 두고 네 집단의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통일 이후엔 이런 장면이 쉽게 연출될 것이다. 단둥에서는 이미 현실 그 자체로 벌어지고 있다. 단둥은 그런 곳이다. (2016) Ⓒ강주원


 2016년 해외의 북한식당은 대북제재 효과를 증명하는 소재로 한국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최소한 단둥의 경우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 식당 폐업"은 오보이다. 물론 폐업하는 북한식당은 있다. 이를 두고 단둥사람들은 대북제재의 여파라고 말하지 않는다. 북한식당 가운데 한두 개는 영업부진 등 일반적인 이유로 매년 문을 닫았고, 또 다른 북한식당 간판이 걸리곤 한다. (2016년) Ⓒ강주원

 


이 때의 현지조사 내용들은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눌민출판사, 2016) 참고 



강주원 |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부터 중·조 국경과 연을 맺고 있다. 주 연구대상은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이다. 이들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의 길을 걸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저서는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2013)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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