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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8_6 이영근_나 그리고 친구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8. 1.

[시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나 그리고 친구


이영근


나 색연필이 필요한데.”

내 건 안 돼.”

둘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건 안 돼.’ 하는 말이 아쉽다. 하루 종일 함께 앉은 짝에게 색연필 하나 안 빌려주려니.

일부러 크게 말했다.

○○, 색연필 필요하니?”

.”

여러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짝과 같이 쓰면 돼요.”

그래? 그럼 ○○, 그럴 수 있니?”

.” 하고 선뜻 빌려준다. 그러면 웃으며 함께 한다.

 

우리 참사랑땀 반에는 스물여덟의 아이들이 있다. 일곱 모둠이 있고, 모둠은 둘씩 짝을 지어 앉는다. 7주에 전체 모둠을 바꾸고 모둠 안에서 주마다 짝이 바뀐다. 모둠으로 함께 앉는 짝과는 3, 4주는 함께 앉는다나와 함께 앉는 친구와 관계를 맺게 해야겠다.’

 

도덕 시간을 한 시간 냈다. 칠판에 아이들 이름이 써 있는 자석을 이곳저곳에 붙인다. 아이들은 뭐 할 건데요?” 하며 궁금해 한다. 칠판에 이름이 다 붙었다. “여기 여러분 이름이 다 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럼 뽑힌 학생은 나와서 나와 관계있는 친구에게 선을 긋도록 하세요. 그리고 선 옆에는 낱말로 선 그은 관계를 써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면, ‘3학년하고 써요.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서는 글똥누기 수첩에 그 친구와 어떤 관계인지 문장으로 써 보세요. 그럼 한 명씩 뽑을게요.”


그러며 서너 명을 차례대로 뽑는다. 한꺼번에 한다. 자석에 작은 글씨로 이름이 써 있는데도 자기 자석이 어느 것인지 안다. 그러며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선을 그어오면 씩 웃는다. 쓴 아이는 자리로 들어가서 글똥누기에 그 친구 이름을 쓰고, 쓴 까닭을 쓴다.


 

한 번씩 모두가 돌아가며 썼다.

, 한 번 더 할게요. 다른 친구를 찾아가세요.”

!”

아이들에게 이 활동은 벌써 놀이가 되었다. , 하는 대답이 그렇고, 친구 이름을 찾아가는 선이 그렇다. 바로 가서 만날 수 있는데도 아이들은 일부러 비뚤배뚤 돌아 돌아 친구 이름으로 간다. 두 번째 선도 모두 그었다. 세 번째까지 한다.

 

지호

소연 : 지우개 파기로 더욱 친해진 관계이다 .

시은 : 2학년 때 자주 같이 놀던 친구

예린 : 어제 예린이네 집에서 놀았다.

 

나연

시언 : 나랑 교회를 같이 다닌다 .

지호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주혁 :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현지

주아 : 3학년 때 나누리반에 데려다줬다.

소연 : 4학년 때 그림을 3번 같이 그렸다 .

지호 : 미술 지우개 판화를 같이 했다.

 

도형

서준 : 같이 야구를 한다 .

두언 :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윤우 : 술래잡기를 같이 했다.

 

희성

원준 : 3학년 때 같이 맨날 놀았다.

문현 : 게임하면서 같이 놀았다.

민준 : 축구를 같이 했다.

 

승재

태건 : 3학년 같은 반이었고 친하게 놀았다 .

시언 :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닌다 .

나연 :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다.

 

칠판 가득 선으로 연결이 되었다.

, 복잡해. 저기 내 꺼 있다.”

더 신비로운 건 자기가 그은 선이 자기 눈에는 띄나보다.

그게 보이네.”

!” 모두 한 목소리다.

이렇게 나와 친구가 선으로 연결되었다.

그럼 우리 느낀 점 말해볼게요.”

모두가 느낀 점을 발표한다.

 

아이들의 느낌 중 일부

- 복잡하다.

- 친구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 친구끼리 우정을 확인해서 좋았다.

- 칠판에 산과 강 모양 같아서 신기하였고

  친구랑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서 친구랑 사이가 더 좋 아진 것 같다. 또 재미있었다.

-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좋았다.

- 친구들과의 추억을 알 수 있어 좋았다.

- 재미있고 원준, 문현, 민준이와 더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고 다음에 또 하면 좋겠다.

- 친구에게 선을 그으니 친구와 이어지는 것 같다.


둘이 서로 그은 아이도 확인한다. 서로 눈을 보며 좋아한다. 아이들 느낌에도 이런 말은 있다.

- 친구들이 나한테도 가니까 좋다.

- 친구와 노는 걸 해서 기분이 좋고, 친구들이 나를 많이 해주어서 좋았다.

 

나는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안 그은 사람도 있죠?”

.” 하며 웃기도 하지만 이런 학생은 말이 없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선을 그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오지 않으면 실망하기 나름이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도닥거리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 이런 말 또는 노래 들어봤나요?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말. 사랑은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요.”

재미있었다는 느낌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때요?”

. 재밌어요.” “다음에 또 해요.” “. 또 해요.”

그럼 달에 한 번씩 할까요?”

.”

다음에 할 때는 오늘 그은 친구를 그대로 가는 게 좋을까요? 다른 친구와 선을 그을까요?”

다른 친구로 해요.”

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하는데, 다른 친구 셋에게 가는 걸로.”

 

이 활동은 5월 중순에 했다. 6월에 했어야 하는데, 내가 놓쳤다. 곧 방학인데, 방학 전에 아이들과 꼭 해야겠다. 한 시간 친구 생각하며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 2학기 때도 달에 한 번씩은 할 테다. 그러면 4학년을 마칠 때면 스물이 넘는 친구들에게 선을 연결하게 되겠다.

난 혼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함께 있어요. 우린.”

사실 이 말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이영근 |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경기도 군포양정초등학교 참사랑땀 반(4-6)에서 어린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지만 자연에서 놀고, 자기생각으로 당당하게 토론하며, 설렘으로 학교에 와서는 행복한 웃음으로 사는 교실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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