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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1_5 최관의_욕 대장 종오 이야기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4. 24.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욕 대장 종오 이야기


최관의


선생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되려나 모르겠는데요, 글쎄 얼마 전에 보니까 우리 아들이 욕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적이 없는데.”

그래요? 1학년인데 아직 욕을 한 적이 없어요?”

통 욕을 안 하던 애가 그러기에 얘기 해보니 우리 반에 욕 잘 하는 애가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누군 지 금방 알아듣겠네요. 종오라고 욕 잘 하는 녀석이 있거든요.

누굴 말하는지 알겠네요. 이름은 말씀 안 드릴게요.”

다른 부모와 상담하다 좋지 않은 뜻으로 다른 아이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 아이가 욕하는 걸 듣고 자기도 욕을 했다는 거예요. 이걸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왔어요.”

아드님이 욕하는 걸 처음 들었으니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 이해는 되네요. 그런데 정말로 민수가 욕을 처음 했을까요?”

?”

어머니 표정이 흔들려요.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않는 앤데 다른 아이가 욕을 해서 그걸 따라한 거다, 그러니 그 아이가 욕을 못 하게 막아 달라, 교육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판에 아들 민수가 처음으로 욕한 거라고 자신할 수 있냐고 물으니 당황할 수밖에요.

글쎄요. 제 귀로는 처음 들은 거라.”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어갔지요.

아드님 입에서 거친 욕이 나오는 걸 보고 가슴 철렁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제 아드님이 유아기에서 아동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 있어요. 욕이 귀에 들어올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민수 어머니는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시더군요. 더 솔직하게 밀고 들어갔어요.

야한 동영상이나 그림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언제부터 야한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까요? 한두 살이나 서너 살 때에도 야동은 있는데 그게 아이 눈에 안 들어와요. 주변에 야한 게 널려 있어도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변화가 아이 안에서 일어나야만,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어머니 찻잔에 차가 비었기에 더 따라드리고 제 찻잔에도 찻물을 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욕은 민수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방에 널려 있었어요. 그런데 어려서는 그게 귀에 안 들어왔고 지금은 그게 들어와요. 우리 반에 어느 아이가 욕을 잘 한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중요한 건 민수가 욕하는 게 그 아이 탓만은 아니라는 거지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민수 어머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상담하는 기간에 부모님 여럿이 우리 반 그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런 말씀 드렸어요. 그 녀석은 좋은 점, 밝은 점이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녀석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자칫하면 그 눈에 띄는 걸로만 그 사람을 결정짓고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도요. 그 아이가 욕하고 다른 아이들 귀찮게 하고 수업 흐름에 어려움 준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그런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모님들이 지금 당장 자녀들이 그 아이 때문에 학교에서 힘들어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어떻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더구나 우리 모두 자식 키우는 부모 아니냐. 그러니 같은 처지에서 함께 이해하고 믿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는 거지요. 자칫 그 아이는 욕 하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부모님들의 흐름이 우리 반의 대세로,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건 그 아이와 부모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믿어요. 그 아이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매우 심각한 일이 되고 말지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어머니! 저를 믿고 힘들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그 녀석 부모님과 손잡고 남을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믿고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날 민수 어머니께 고맙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어요. 사실 민수가 종오 녀석 때문에 운 게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민수가 워낙 참을성이 많고 다른 아이에게 싫은 소리 못 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안 그랬으면 싸워도 크게 여러 번 싸웠을 겁니다.

상당수의 부모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담임과 그 아이의 부모는 뭐 하고 있냐고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해요. 속상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지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동감해요. 하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을 고치자!’하고 마음먹고 노력하는 순간 확 달라지던가요? 하다 못 해 물을 끓여도 기다려야 끓고 과일도 겨울, , 여름을 견디어내야 열매를 맺는데 사람 변하는 건 말해 뭣하겠어요.

종오가 워낙 아이들에게 힘들게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로부터 항의 전화 여러 번 오리라 각오하고 있는데 봄이 다 가도록 단 한 분도 말씀이 없었지요. 요즘 종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다른 아이들 책상에 낙서하기, 사물함에 오르내리면서 위험한 행동하기, 욕하기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요. 믿고 기다려준 학부모님들 도움이 커요.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 늦고 뭐 하나를 가르치려 해도 안 하고 버티며 아이들 못 살게 구는 아이들이 사방에 넘쳐요. 그런 아이들 보면 속이 터져도 저 녀석이 남 모르는 사정이 있나보구나.’ 믿고 기다리며 도와줘 밝은 기운이 솟아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반 부모님들이 욕 대장 종오가 변할 거라 믿고 기다리 듯 우리 사회 부모가 그런다면 우리 아이들 얼굴이 더 밝아지겠지요.

 


최관의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서울세명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과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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