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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5_1 이우영_북한의 8차 당대회 이후 정부와 민간이 고민할 것들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3. 12.

[한반도 이슈] 

북한의 8차 당대회 이후 정부와 민간이 고민할 것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어린이어깨동무 이사)


북한은 2021년 1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조선로동당 8차 당대회를 개최하였다. 2016년 7차 당대회 이후 5년만의 일이다. 당대회는 조선로동당의 최고 지도기관으로 당 대회에서 당 강령과 규약을 채택, 수정, 보완하며, 당 노선과 정책 및 전략, 전술의 기본 문제를 결정하고 당중앙위원회 및 당중앙 감사위원회의 선거도 실시한다. 해마다 발표되어 북한의 한해를 전망할 수 있는 신년사가 생략된 올해의 경우는 연초에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이루어진 논의 내용이 앞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을 비롯한 내부문제에 집중한 8차 당 대회의 최고지도자 보고 내용에서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는 현재 “우리 민족은 북남관계의 심각한 교착상태를 수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대결의 악순환과 전쟁의 위험 속에 계속 분렬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하면서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발표 이전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면서 남쪽에서는 “조선반도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현재 남한 정부는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군사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변화가 전제되어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8차 당대회의 보고나 결의문을 통해서 볼 때 북한은 현재 남북관계가 교착되어 있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정치·군사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남한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관계 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하고 있고, 방역·인도주의협력 등 사회문화교류를 ‘비본질적’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교류의 분야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한 간에도 긴장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전환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의 경우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하여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남한과의 교류만을 막은 것은 아니다. 또한 남한에 대한 다양한 불만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로 이어졌으며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남한 민간인을 사살하여 국내외적인 비난을 초래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락사무소의 경우 남한이 건축비용을 담당하였지만, 북한 영토 내의 북한 관할의 건물이었으며, 건물을 폭파한 것이지 남북 정상간 합의 사항의 하나인 연락사무소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서해상 민간인 사살 사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은 과거에는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더 나아가 평화정착이 남한이 노력한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고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입장도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의 상황이 녹록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고 미국은 권력이 교체되는 기간인 까닭에 대북정책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남한사회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선거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지향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2018년 평창을 계기로 어렵게 마련한 남북한 간 화해분위기와 평화공존의 씨앗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나름 노력을 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 정부의 상황 개선 의지가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여전히 미국의 입장에만 매몰되어 있고, 보수적인 여론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나 진보를 이야기하면서도 정부가 중심이라는 국가주의적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이다. 현재의 교착국면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럴수록 상황 전환을 위한 동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시민사회의 지지가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시민사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 정권과 달리 올바른 일을 하는 정부인 까닭에 시민사회에게 자신들을 쫓아오라는 태도는 그 자체도 시대착오적지만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태도는 정책의 추동력을 상실하고 실패하게 될 위험성도 크다.

민주화 이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이 등장하고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지향하는 경우에도 오히려 평화를 지향하는 통일 관련 시민단체는 위축되면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대북정책 추진은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반세기 넘어 100년을 향해 가는 한반도 냉전구조는 안팎으로 아직 단단하고 이를 극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현실을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분단체제와 냉전구조의 중층성을 생각한다면 국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적인 연대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인식전환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자각도 필요하다. 현 단계가 분단체제의 또 다른 변곡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내부에 대한 설득 작업을 배가하여야 한다. 80년대나 90년대와는 다른 환경이지만 주변의 보통 사람들에게 왜 평화가 중요한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어떻게 추진하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는 국가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북한과 미국에 대해서도 평화공존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같이 이루어질 때 조금 더 평화의 길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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