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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6_6 최보이_중 2학년, 부산으로 샘을 두고 전학 가요! 고 2학년, 부산으로 샘과 함께 여행 가요!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5. 13.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중 2학년, 부산으로 샘을 두고 전학 가요! 
고 2학년, 부산으로 샘과 함께 여행 가요!

최보이

2016년에 만난 4학년 민송이 

2021년 2월, 기차역에서 와락 껴안다!
2015년 9월, 중국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돌아왔더니 3학년 체육 전담이 주어져 있었다. 교사 된 이후 처음으로 맡은 전담에, 그것도 체육이라니. 그런데 이 학생들과 인연이었던지, 다음 해인 2016년 4학년 담임으로 다시 만났다. 역시 처음 해 보는 학년이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 4학년이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한 해였다.

4학년 중, 김민송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독서를 많이 해서인지 생각이 깊은 학생. 매일 수업 시작 전 교실을 우직하게 청소하던 학생. 무엇보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동료와 동등한 입장에서 교우하며 친구가 되어주던 멋진 학생. 그런 학생이 이사 때문에 전학을 간다 했을 땐 못내 아쉬웠다. 

그 후로 반에서 2명의 학생이 더 민송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마음이 서로 통했던지, 그 3인은 가끔 함께 학교로 놀러와 수업을 듣기도 했다. 학년 종업식 날까지도 그 3인은 이전 학교를 찾아와 온종일 함께 보냈다. 어느 덧 졸업을 하고 중1이 되었을 땐, 민송이를 포함한 옛 4학년 학생들이 그들의 가족과 떠나는 1박 2일 여행에 나도 함께 하기까지 하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곧 중3을 앞둔 올 2월, 민송의 연락이 왔다.
“BY, 천안 이모 집으로 1박 2일 놀러 갑니다. 선생님, 시간 되나요?”
민송이는 중2 때 아버지 직장을 이유로 부산으로 전학을 갔었던 차였다. 없던 시간도 생기게 한다는 옛 제자의 연락, 마법이다!

민송이가 부산으로 이사를 가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라서였을까, 더욱 반가웠다. 나는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민송의 언니도 함께 왔는데, 민송의 언니는 이모님 차를 타고 떠났고 민송이만 있었다. 민송이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와락 안겼다. 그 순간 나는 2017년 겨울의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12년에 만난 5학년 학생들 

2017년 2월, 4학년 교실에서 활짝 껴안다!
2012년 5학년 담임이 되었을 때, 유난히 눈빛이 강렬한 학생이 있었다. 화랑이. 작은 체구와 달리 그 속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 힘이 몹시도 방황했던 듯 했다. 울분이 느껴지면 선생님 앞에서도 주저 없이 맨주먹으로 창문을 부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5학년이 되어서도 몇 번의 폭력 사태를 더 연출했지만, 마침내는 동료들의 신임을 한껏 받는 반장이 되었다.

화랑이만의 재능과 열정이 리더십으로 전환되고 학급의 평화를 수호하는데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담임의 특별한 축복이라 생각하며 5학년을 보냈다. 2017년 4학년 종업식이 끝나갈 무렵, 추억 속의 그들이 현실로 찾아왔다. 아니 들이닥쳤다. 8명의 덩치(?)들이 와르륵 교실로 쏟아져 들어오더니, 그 중 한 학생이 두 팔 벌려 한껏 나를 안았다. 화랑이 녀석. 이렇게 컸구나!

“BY, 우리 이제 고2 됩니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쌤이랑 우리 함께 여행 가요, 부산으로!”

지은, 지선, 초연, 주은, 가은, 기현, 화랑. 진영(앗! 진영이는 막상 여행을 함께는 못했지만ㅜㅜ)! 그들을 가르치던 시절 종종 부산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그렇게 가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부모님 허락까지 받은 상태로 왔고, 내가 안 가면 어떤 무혈 사태(?)가 생길지 몰랐다. 반강제(?) 수락을 했다. 그렇게 즉석 계획을 짜고 차표와 숙소 예약까지 마쳤다. 

새벽같이 천안·아산 기차역에서 만나 계란을 까먹으며 옛 제자들과 함께하는 첫 겨울 여행을 시작했다. 해운대에 여정을 풀고, 부산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내가 옛날에 부산에서 찍은 사진에서 봤던 같은 장소의 조형물 앞에서 나름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뭐랄까 마치 옛 담임을 향한 오마쥬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부산의 명소와 맛집 탐방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날 찍은 여행 사진과, 에피소드, 그리고 지난 5학년 시절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역시 강철 체력, 고딩!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나의 단잠을 깨웠고, 마지막 시간까지 알차게 여행을 마무리 했다. 

기차 안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선물이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BY의 피부는 소중(ㅋ)하니까 팩 붙이고 올라가야 해요.”

부산에서 천안까지 KTX로 얼마 걸리지 않음에도, 이런 센스 있는 생각을 다 하다니. 게다가 이들의 부모님께서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에 맞춰 삼겹살 저녁 모임까지 준비하고 계셨다. (그때 부득이 참석 못해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부산 여행 중, 지하철 역에서 주운 10만원이 든 봉투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기차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충무경찰서까지 가서 돈을 맡기고 돌아오던 학생들. 잘 자랐구나!!! 

맑은 영혼의 학생들을 응원하며
2021년 2월, 5년 전 제자와의 만남은, 나에게 그들을 가르친 2016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때 그 4학년 교실로 찾아왔던 2012년의 제자들과의 2017년 겨울 여행이 생각나게 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정말 한없이 부족했다. 그런 담임을 오로지 사랑으로 버무리던 맑은 영혼의 아이들. 이제 어엿한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었다. 그들의 앞길에 코끼리만한 응원을 보낸다. 

최보이 | 성환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비록 초등생에게 『청소년 토지』를 읽히는 무자비한 쌤이지만, 그들에게 ‘선생’이자 동시에 ‘친구’로 기억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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