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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8_1 김현_기후변화와 어린이 건강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11. 19.

[한반도 이슈] 

기후변화와 어린이 건강

김현


지난 호 피스레터에서 소개해드린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 일상에서의 변화에 이어 이번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어린이 건강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후변화와 자연질서의 파괴
사실 기후변화는 아주 단순한 물리적 현상입니다. 지구에 들어온 태양열이 온실가스로 인해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머무르게 되면서 서서히 지구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인데요, 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문제들을 더 크게 확대시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비해 태풍과 홍수가 더 늘어나고,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장마가 길어지고, 또한 가뭄이 늘어납니다. 또한 그로 인해서 설사병이 증가하고, 모기 등을 통한 감염병이 확산되고,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영양실조가 발생하고, 때로는 재난으로 인해 피난을 떠나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자연은 나름의 질서를 갖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그 질서에 맞춰 삶을 유지해 왔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질서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우리 생명체들이 거기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그린피스에 의하면 바다의 산호초가 아주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바다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면서 산성화되고, 산호초의 껍질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탄산칼슘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또한 바다의 온도가 산호초가 살 수 있는 적정온도인 20-28도를 넘어가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산호초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적응할 시간보다 변화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와 건강 위험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우리의 건강에 어떤 위험을 끼칠까요? 직접적인 영향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폭염으로 인한 온열, 심혈관, 그리고 폐 질병 2)기상재난으로 인한 상해, 사망, 그리고 수인성 질병 3)공해로 인한 심혈관, , 그리고 알러지 질병. 마지막으로 4)증가한 모기 등 벡터 매개를 통한 다양한 감염병. 그 외에도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식량부족에 따른 영양실조, 대체 식품 섭취로 인한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병, 재난으로부터의 정신질환, 이주나 난민화로 인한 기본적 의료서비스 부족 등 기후변화는 간접적으로도 거의 모든 질병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제 연구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면, 2018년 세계보건기구의 요청으로 남태평양에 있는 인구 11만 명의 투발루라는 아주 작은 섬나라에 기후변화와 건강 영향을 조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원래 주식으로 하루 평균 500g의 생선을 먹고, 섬에서 자라는 코코넛, 잭푸르트, 브레드푸르트 등을 주로 먹어왔습니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인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잦은 해수의 침습으로 인해 민물이 오염되면서 과일나무들이 죽어 식량이 부족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이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졌는데, 세관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수입된 식량의 대부분이 비만을 일으키고 만성병을 불러오는 탄수화물인 쌀과 밀가루, 그리고 주로 설탕이 들어간 음료수나 초콜릿 음식들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체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와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경우 47%, 여성의 경우 56%가 비만으로 조사됐고, 이는 세계 평균 비만률 28%를 두 배 이상 상회하며 세계 1위에 다다르는 높은 수치입니다. 당뇨 또한 22%로 세계 3위를 차지하며 전체 사망자의 17%가 당뇨로 인한 사망자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후변화는 비만을 일으키고 만성병으로 사람들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린이는 더 위험할까?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모든 위험에 성인보다 취약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도 마찬가지이지요. 우선 아이들은 폭염에 훨씬 더 취약합니다. 특히 스스로 온도 조절 능력이 없는 유아들은 더 심각합니다. 태풍이나 홍수, 산불 등에도 취약합니다. 직접적으로 다치거나 생명을 잃기도 쉽고, 마을이나 학교가 파괴되면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한 나빠지는 공기 질과 증가한 알러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 특히 천식이 많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설사병이나 기생충, 라임병과 같은 감염병에도 더욱 취약하고요.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과 관련 질환에도 더욱 취약합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성장한 우리 세대보다 더 약하고 나쁜 건강을 가진 성인으로 자랄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기상재난이나 줄어든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일찍 전쟁터에 내몰릴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와 대응을 했을 때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어린이 영양실조가 증가하고, 내전 등으로 인해 난민이 되거나 전쟁터로 끌려갈 수도 있고, 수인성 질환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바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하고 온실가스를 줄인다면,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지난번 피스레터 기고에 기후변화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 정치적, 경제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어린이, 여성, 노인, 빈곤층 등 소외계층이 방치되고, 재난 대비에 대한 안전 시스템이 빈약하며, 환경에 대한 국제협력 부재로 인해 황사와 같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대로였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라는 인식을 함께하면서, 취약계층을 먼저 보호하고 안전을 강화하며 여러 주변 국가들이 협력해서 재난 등 기후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입니다. 또한 유엔은 대한민국 송도에 녹색기후기금이라는 세계최대의 기후변화대응 기금을 마련하여 이러한 노력들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자금 또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갈 최대의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모두 같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김현 | 현재 미네소타대학에서 환경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자문관으로 많은 나라에서 기후변화대응 국가사업을 개발하고, 국가취약성을 보강하기 위한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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