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8_4 김양희_쌀은 곧 사회주의이다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11. 19.

[평화의 눈으로 읽는 북녘] 

쌀은 곧 사회주의이다

김양희

 

식량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나라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식량부족국가로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723일 발표한 작황 전망 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외부 지원이 필요한 44개 나라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FAO는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나라로 분류하며 인구 대다수가 낮은 수준의 식량 섭 취로 고통 받고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민들의 식량안보 상황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FAO2020년 극심한 홍수와 잇따른 태풍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감해 올해 북한 당국이 약 86t의 식량 부족분을 수입이나 원조 등으로 충당 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먹는 양 기준으로 북한 주민 전체가 하루 소비하는 곡물양은 1만 톤 으로, 86만 톤이면 석 달 치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은 지난 722일 공개한 ‘2021 어린이 영양 보고서에서 작년 북한의 5세 이하 어린이 중 18%가 발육 부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2012년의 26%보다는 줄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2%, 3%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농사는 최중대·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
국제사회의 우려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 스스 로도 식량부족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김정은 당 총비 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615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을 미 달한 것으로 인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면서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 시기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사 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해 우리 당과 국가가 최중대 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전당적, 전국가적 힘을 농사에 총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지시했다. 지난 9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2일 회의에서도 김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인민들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 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며 농업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가까운 앞날에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는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와 결심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북한 정부가 공개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이하 검토보고)’에도 북한의 식량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검토보고2015년 제70UN 총회결의에 따라 회원국가별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에 대한 이행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공개하는 제도로 북한은 지난 713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 ECOSOC) 산하의 고위급 정치 포럼(High-Level Political Forum, HLPF)에서 진행되는 자발적 국별 리뷰(Voluntary National Review, VNR)에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2030 의제)’ 이행 상황을 보고했다. 북한은 보고를 통해 2018년의 알곡 생산량은 자연재해와 낮은 회복탄력성, 농자재 부족, 낮은 기계화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최저치인 약 495만 톤을 기록했으며 이후 다소 생산성이 회복되긴 했으나 잇따른 태풍과 홍수로 인한 자연재해로 2020년에는 552만 톤 수준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남한에서는 의식주’, 북한에서는 식의주
사실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는 특별히 어제 오늘이 아니라 1950년대 전후 시기부터 지속되어 왔던 고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한의 남부 지방이 대부분 평야인데 반해 북한은 지형상 산이 많고 경사가 급하며 기후 조건도 식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환경조건 때문에 북한은 분단 직후부터 식량이 부족했고,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래서 북한은 의식주라는 말도 아예 식의주로 바꿔 불렀다. 김일성 주석은 1985년 간부들과의 대화 중에 사람들이 살아나가는 데서 먹는 문제가 제일 중요합니다. 옷이나 집 같은 것은 부족해도 좀 참을 수 있지만 배고픈 것과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먹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식주라는 말을 식의주라고 고쳐 쓰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이 한 공식 발언 중에서는 이때 처음으로 식의주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 등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1960년대부터 고쳐 쓰도록 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은 식량부족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주의 체제와 연결해서 생각한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196210월 제3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쌀은 곧 사회주의입니다. 우리가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면 쌀 없이는 안 됩니다. 식량이 넉넉해야 민족의 자주성도 지킬 수 있고 나라의 발언권도 세울 수 있으며, 경제에서 자립과 국방에서 자위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 우리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나의 평생 소원입니다라고 한 바 있다. 또한 김 주석은 사망 1년 전인 1993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모든 사람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려는 우리의 숙망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하고, 생애의 마지막 시기까지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각지의 협동농장을 찾았다고 북한 당국은 홍보하고 있다.

 

수령님의 유훈: 쌀밥에 고깃국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은 쌀밥에 고깃국 목표를 결국 이루지 못했고 이는 수령님의 유훈이 되어 김정일 시대에 이어 지금의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히 이루어야 할 목표로 남아 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김정일 위원장은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 나는 최단기간 안에 인민 생활 문제를 풀어 인민들이 남부럽지 않게 잘살 수 있도록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후계자 시절에 이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무산 이후 경제발전을 강조하면서 흰 쌀밥에 고깃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201936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며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초급선전일꾼은 북한의 각 기관, 공장 협동농장 등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노동당의 말단 간부로 북한 주민들 전체에게 즉시 하달되는 메시지였다. 앞서 VNR보고서에서 살펴봤듯, 2018년은 지난 10년간 가장 곡물 생산량이 낮은 해로 김정은 위원장의 절박함은 쌀밥에 고깃국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 지속적인 노력으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회복되긴 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수령님의 유훈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김양희 | 전공을 살려 식품 전문기자로 일하던 중 운명처럼 <통일뉴스>의 민족음식이야기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이후 사람들이 친숙한 음식을 통해 북한을 떠올려보길 바라며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는 책을 발간했다. 독자들과 함께 옥류관에 평양랭면을 먹으러 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꿈 꾼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