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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9_6 정지영_남북한 온라인 협업 수업을 꿈꾸며

by 어린이어깨동무 2022. 2. 18.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남북한 온라인 협업 수업을 꿈꾸며

정지영

 

2021년의 아쉬움, 그리고
2021년, 판문점과 부여 평화기행과 같은 교외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교내에서만 소규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평화통일교육을 하지는 못했기에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평화통일의식 설문조사에서도 평화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북한 친구들의 생활상이 궁금하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문화, 언어 등 개념적인 내용들을 위주로 배웠다면, 이번에는 북한의 PC방, 북한 아이들의 여가생활이나 하루 일과 같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배워보고 싶다.
-‘통일 관련 수업을 계속 받는다면 어떤 내용을 알고 싶나요?’ 질문 응답 중에서-

 

학교에서 교과 이외의 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해서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올해 평화통일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이 가장 핵심입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일부 희망자를 대상으로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한 것도 의미 있지만, 교과 수업과 연계해서 많은 학생들이 평화통일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학생들의 설문결과가 제 반성을 대신 말해 주는 것 같네요. 평화통일교육과 교과 수업을 연계해야 학생들이 내실있게 학교생활 속에서 평화통일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평화통일과 교과 수업을 연결시키려면 교과서에 평화통일 관련 내용이 있어야 연계가 수월할 겁니다. 교과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성취기준을 구현한 것으로, 현재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에 ‘통일 시대의 국어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지닌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취기준과 교과서를 통해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북한 언어의 차이와 극복 방안을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동년배 북한 친구들의 생활상도 궁금한가 봅니다. 저도 북한 PC방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하네요. 아마도 다른 교과에서도 북한사람들의 생생한 실생활보다는 통일과 관련된 개념적 내용을 많이 다룰 것 같습니다.

 

최근 고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는 남북한 평화를 이야기하는 내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과목 성취 기준 중 하나였던 ‘남북한 언어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탐구한다.’라는 부분이 중학교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학습부담 경감을 이유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줄어들면서 옮겨간 것 같습니다. 또한 성취기준도 ‘회복하는 방안 탐구’에서 ‘통일 시대의 국어에 관심’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과 학교 현장을 고려한 변화인 것 같지만, 평화통일교육 입장에서는 관련 성취기준이 약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는 문학 과목에 ‘한민족 문학’이란 개념으로 북한의 문학을 잠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민족 문학’이라는 범주 안에는 ‘재외 국민’까지 포함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예전 교육과정보다 축소되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른 교과까지 상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평화통일교육이 교육과정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슬프네요.

 

남북 온라인 협업 수업은 언제쯤…
올해는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배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총론만 나온 상태이고 2022년 상반기에 각 교과의 각론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남북한의 평화를 교실에서 학생들과 좀 더 나눌 수 있는 성취기준이 초중고에 골고루 구현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북한 친구들의 생활상에 대해 더 궁금해 하고, 평화통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에서 ‘범교과’라는 주제로 ‘통일교육’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주제가 많다 보니, ‘범교과’에 대한 개편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래교육이 강조되면서 ‘통일교육’ 주제가 학교 현장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2022학년도 준비를 하면서, 평화통일교육과 교과 수업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문득 ‘남북 학생이 온라인에 모여서 활동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 교사모임’을 함께 하고 계신 김지혜 선생님께서 도농간 만남 수업을 온라인에서 진행하셨듯이, 남북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협업 수업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일본 조선학교와 온라인으로 연계하듯 말입니다. 개념 위주로 남한 학생들이 북한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의 관심거리를 나누는 수업을 진행하고픈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제 가능할까요?

 

2018년 평화통일인문학기행 학생 인솔로 중국에 갔을 때, 잠시 쉬는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과자를 싹쓸이하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어떤 과자를 먹고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 간식으로 북한 과자를 제공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남북 교류가 경색되었기에 북한 과자를 수입하는 곳이 없었고, 세계과자점에서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탈북민이 만든 북한식 과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한테 북한식 과자를 나누어 줄 계획이라고 하니, 학생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북한 명절날 지급되는 간식을 탈북민께서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북한식 과자를 넉넉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북한식 과자’라는 작은 체험이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친구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북한식 과자를 신기해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북한의 현재를 탐구해 볼 수 있는 평화통일교육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솔직히 지금 당장에는 남북한 온라인 협업 수업이 어렵겠지만 개념적인 평화통일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부터 함께 알아보는 수업과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다양한 평화통일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평화통일교육이 넘쳐나, 학교에서 남북평화를 함께 나누는 모습도 기원해 봅니다.

 

정지영 |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교사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다방면에 대한 관심과 실행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려는 북일고등학교 문학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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