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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8

피스레터 No37_6 최연진_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최연진 유치원 어린이 6명을 보태야 학생 수가 겨우 100명이 될까 말까고, 한 학년에 한 반씩, 6학급인 작은 학교. 학교 뒷산이 온통 숲이라 아이들은 언제나 숲에 가서 놀 수 있고 학교 운동장은 계곡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5학년 스무 명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실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믿음이 없는 관계는 안전하지 못합니다.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말과 행동이 움츠러들고 생각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따뜻한 교실 문화가 자리 잡아야 온전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학기 초 우리 반 아이들 관계는 .. 2024. 2. 19.
피스레터 No36_5 최관의_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최관의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낼 날이 이제 사십이 일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해온 서른아홉 해. 참으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으며 지나왔다. 올해는 육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주변을 거친 말과 행동으로 긁으면서도 베풀고 품고 이해하는 초보 사춘기 아이들과 지내니 밝고 힘찬 기운이 올라온다. 대신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잠이 쏟아지지만 잠깐 쉬고 나면 만났던 수 많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지난 인연 속 아이들 가운데 안타까운, 미안한, 애잔하고 슬픈, 보람있는, 뿌듯한, 아쉬운 같은 온갖 색깔과 진하기의 느낌이 드는 아이들 이야기를 짧게 짧게 하려 한다. 밥은 먹었냐 “오늘도 늦었구나. 일찍 다녀라... 2023. 11. 17.
피스레터 No34_6 최관의_우리는 껌부 사이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우리는 껌부 사이 최관의 관샘! 우리 봐요! 6학년 115명에는 마음 쓰이는 아이들이 반마다 서너 명씩 있다. 조금 깊이 따지고 들면 마음 쓰이지 않는 아이는 없지만 어지간한 아이들은 이리저리 알맞게 흔들리면서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마음이 쓰이지만 다른 반 아이들이라 늘 곁에서 뭔가 교육적인 자극을 주기는 어렵다. 만날 때마다,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말을 건다. 수업 시작하고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교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세 녀석이 있다. 교실에서도 수업 흐름을 방해하고 분위기를 흔들어 담임으로 하여금 머리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한 번은 비가 제법 쏟아지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창밖 운동장을 보니 세 녀석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단에.. 2023. 5. 18.
피스레터 No32_5 최관의_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 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최관의 3학년 달 반 아이들과 원반 럭비 경기할 모둠을 짜는데 너무 힘들었다. 함께하고 싶은 애가 자기 모둠 안 된다고 골내고 누구랑은 하기 싫다 등등 20분이나 걸렸다. 운동장 두 바퀴 뛰는 준비운동을 안 하고 대신 모둠 짜는 데 더 집중해야 했다. 두 바퀴 뛰고 숨차고 지친 상태에서 모둠 짜려니 아이들 사이에 어두운 기운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인 별 반 수업에서는 준비운동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별 반은 달 반처럼 운동장에 세워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현관 안쪽 넓고 조용한 데 앉혀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들아. 수업하는데 고민거리가 있어. 모둠 짜는 게 너무 어려워. 잘하는 사람이 어느 모둠으로 몰리면 다른 .. 2022. 11. 18.
피스레터 No32_7 김지혜_마음껏 슬퍼하고 울어도 된다 [살아가는 이야기] 마음껏 슬퍼하고 울어도 된다 김지혜 얼마 전, 우리 반 모두가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었다. 교실 한 가운데가 커다란 흙구덩이로 뭉텅 꺼져 버린 느낌이었다. 눈앞이 깜깜한지, 머리통이 깜깜해진 건지, 세상이 어둠으로 덮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3시까지 교실에 남아 나와 같이 시를 썼던 한 아이가 갑작스레 하늘의 별이 되었다. 빨간 패딩에 새하얀 얼굴을 드러내고 배시시 웃던 아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선생님’ 부르고 슬쩍 내 눈치를 보던 조그마한 아이의 책상에는 한동안 국화꽃과 편지와 생전에 좋아했던 간식들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고, 우리는 추모를 해야 했다. 이 일을 숨겨 아이들에게 돌아갈 충격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른들이 속인다고 해서 아이들.. 2022. 11. 18.
피스레터 No31_5 김지혜_만나고 돌아보고 부끄럽게 다시 만나고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1] 만나고 돌아보고 부끄럽게 다시 만나고 김지혜 때려놓고는 사랑한다는 주말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난 그 자리에서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았을까? 지난 금요일, 우리 반 아이들은 ‘외국인에게 우리글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연극’을 했다. 며칠 전에 ‘초정리 편지’라는 책을 함께 읽으며 한글이 없던 시대의 불편한 삶을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글의 필요성을 간단한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책 ‘초정리 편지’는 한글을 반포하기 전에 세종대왕이 평민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는 판타지 역사 소설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우리 반 어린이들은 이번에도 삼삼오오 꼬물거리며 연극 준비에 정성을 쏟는다.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교사는 ‘국어(나) 9단원에 한.. 2022. 8. 18.
피스레터 No30_5 김지혜_어린이들과 체험한 무한경쟁의 잘한당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1] 어린이들과 체험한 무한경쟁의 잘한당 김지혜 “안녕하세요, 기호 1번 잘한당입니다.” 6학년 선배들이 반에 찾아왔다. 반에서 대통령선거를 하니, 각 후보들의 공약을 듣고 투표를 해 달라고 한다. 4학년 어린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인다. 1번당은 ‘잘한당’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보상을 줘서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보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하여 모두를 잘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1번 후보님, 그런데 열심히 노력했는데 수학이 어려운 건 어떡해요?” 수학 시간마다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의찬이가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질문한다. 생활 속에서 나온 날카롭고 고민스러운 질문일게다. “그건 노력을 덜 해서 그래요. 열심히 수학 공부를 많이 하면 수.. 2022. 5. 18.
피스레터 No7_7 이영근_글로 끝까지 싸우기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글로 끝까지 싸우기 이영근 국어시간, 모둠이 책상을 돌려서 이야기 나누도록 했다. 앞뒤로 앉은 남학생 희문이와 여학생 수민이가 옥신각신 말다툼하는 모습이 보인다.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스스로 풀길 바라며. 선생 자리에 있으면 아이들 모습이 한 눈에 보일 때가 많다. 둘이 말다툼할 때 그렇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말다툼이 있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앞자리에 앉은 희문이가 모둠 활동을 하기 위해 책상을 돌리려고 일어선다. 일어서는데 뒷자리 책상 위에 올려둔 수민이 물통을 건드려 넘어뜨렸다. 물통이 넘어졌으니 수민이는 화가 나서 한 마디 한다. 희문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맞받아친다. 둘 모두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희문이가 “미안해.” 하고 말하거.. 2017.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