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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128

피스레터 No37_3 김지혜_평화를 만들어낸 이야기, 사람 [한반도 평화교육] 평화를 만들어낸 이야기, 사람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 후기 김지혜 오~~오오오~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지구 저 반대편에 북아일랜드가 있고, 그 곳에 '코리밀라'라는 평화 공동체가 있다는데, 거기가 그렇게 좋답니다. 뭐가 좋으냐 물어보면 박00선생님은 '기네스' 얘기만 하고, 심00선생님은 바다 풍경이 끝내준다는 기가 막힌 정보만 알려줍니다. 바다 풍경이 끝내주는 곳에서 산책하고 맛난 기네스를 마시기 위해 17시간이 넘는 비행 티켓을 결제했습니다. '산책을 하려면 든든한 패딩과 목도리가 필수다, 코리밀라에 가면 정작 기네스를 마실 시간은 없다'라는 중요한 정보는 알지 못한 채 말이죠. 피부색도, 언어도, 상황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이 궁금하고 중요하여 우리는 그 먼 곳까지 가야 .. 2024. 2. 19.
피스레터 No37_6 최연진_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씨앗, 하나의 풀에 여러 개의 꽃이 있고 - 첫 번째 이야기 최연진 유치원 어린이 6명을 보태야 학생 수가 겨우 100명이 될까 말까고, 한 학년에 한 반씩, 6학급인 작은 학교. 학교 뒷산이 온통 숲이라 아이들은 언제나 숲에 가서 놀 수 있고 학교 운동장은 계곡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5학년 스무 명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실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믿음이 없는 관계는 안전하지 못합니다.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말과 행동이 움츠러들고 생각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따뜻한 교실 문화가 자리 잡아야 온전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학기 초 우리 반 아이들 관계는 .. 2024. 2. 19.
피스레터 No36_5 최관의_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관샘의 뻘짓 그리고 마무리 최관의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낼 날이 이제 사십이 일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해온 서른아홉 해. 참으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으며 지나왔다. 올해는 육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주변을 거친 말과 행동으로 긁으면서도 베풀고 품고 이해하는 초보 사춘기 아이들과 지내니 밝고 힘찬 기운이 올라온다. 대신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잠이 쏟아지지만 잠깐 쉬고 나면 만났던 수 많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지난 인연 속 아이들 가운데 안타까운, 미안한, 애잔하고 슬픈, 보람있는, 뿌듯한, 아쉬운 같은 온갖 색깔과 진하기의 느낌이 드는 아이들 이야기를 짧게 짧게 하려 한다. 밥은 먹었냐 “오늘도 늦었구나. 일찍 다녀라... 2023. 11. 17.
피스레터 No35_6 주예지_틈 사이로 보는 건너편 세상 [한반도 평화교육 2] 틈 사이로 보는 건너편 세상 주예지 틈만 나면 작은 틈만 나면 나는 태어날 거야. 쑥쑥 자랄 거야. -『틈만 나면』, 이순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원의 벤치 틈 속으로 비집고 올라오는 싱그러운 풀들과, 척박한 모래와 돌 틈에서 낑낑대며 피어난 작은 꽃들과, 단단한 쇠붙이 맨홀 뚜껑에서 용감히 솟아오르는 풀잎들이, 그것들이 마치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 사이프러스에서 귀한 분이 오셨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라는 문구를 접했던 어렸을 적 기억이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다른 분단국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새롭다. 사이프러스는 그중에서도 더 생소한 나라이다. 이름조차 낯선 그곳에서 온 평화활동가라니. 게다가 초등학교 교사라니. 만나기 전부터 묘한 동지애가 꿈틀거렸.. 2023. 8. 17.
피스레터 No35_7 최관의_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최관의 “공연 기획하는 일 해보고 싶은 사람?” “그게 뭔데요?” “연예기획사라고 들어봤지?” “SM, JYP 이런 소속사요?” “맞아요, 맞아. 샘이 요즘 가만히 보니까 공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우리 6학년에. 그 사람들이 공연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지.” “기획하는 사람들이 공연하는 건 아니지요?” “그렇지. 공연하기 좋도록 도와주는 거야. 공연할 장소 구하고 방송시설 정비하고 영상이나 음향 틀어주고, 관람하기 좋게 도와주는 일만 하면 돼. 영상 찍고 편집도.” 눈빛을 보니 관심있는 애들은 있는데 머뭇거린다. “다들 학원이다 뭐다 바빠서 쉽지는 않을 건데 틈틈이 시간 되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돼.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힘.. 2023. 8. 17.
피스레터 No34_5 박종호_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 [한반도 평화교육] 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 박종호 언덕 위에 오밀조밀하게 지은 집들이 모여 있고, 텃밭에는 직접 기르고 가꾼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토끼와 닭, 소도 어슬렁거리면서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저 언덕 아래는 파란 바닷물이 흐르고 있고, 저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은 스코틀랜드인가, 먼 옛날에는 수영을 해서 건너다녔다고 한다. 코리밀라 공동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달려야 하는 밸리캐슬에 있다. 이 공동체에 2017년 겨울, 2019년 겨울에 어깨동무 평화교육 연수로 방문하고 2022년 이번에는 여름에 다시 찾았다. 당신은 도대체 왜 그리 먼 곳까지 가는가? 질문을 바꾸어 묻자. 나는 코리밀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세 번씩이나 가서 얻고 싶은 .. 2023. 5. 18.
피스레터 No34_6 최관의_우리는 껌부 사이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우리는 껌부 사이 최관의 관샘! 우리 봐요! 6학년 115명에는 마음 쓰이는 아이들이 반마다 서너 명씩 있다. 조금 깊이 따지고 들면 마음 쓰이지 않는 아이는 없지만 어지간한 아이들은 이리저리 알맞게 흔들리면서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마음이 쓰이지만 다른 반 아이들이라 늘 곁에서 뭔가 교육적인 자극을 주기는 어렵다. 만날 때마다,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말을 건다. 수업 시작하고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교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세 녀석이 있다. 교실에서도 수업 흐름을 방해하고 분위기를 흔들어 담임으로 하여금 머리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한 번은 비가 제법 쏟아지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창밖 운동장을 보니 세 녀석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단에.. 2023. 5. 18.
피스레터 No33_2 심은보_코리밀라에서 함께 한 Nurturing Hope Summer School [한반도 평화교육] 코리밀라에서 함께 한 Nurturing Hope(희망 가꾸기) Summer School 심은보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홀로 산책을 했다. 그러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서 있는 십자가 앞에 섰다.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십자가가 아니라 땅에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십자가였다. 발 딛고 선 땅 위에 튼튼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십자가를 마주하며 나는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에 대해 생각했다. 또 내가 발 딛고 선 곳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일도 하늘 위에 솟아 있는 게 아니라 땅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저 십자가와 같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19를 뚫고 내가 아직은 .. 2023. 2. 16.
피스레터 No33_5 최관의_철민이와 노마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 철민이와 노마 최관의 2022학년도 2학기는 내게 특별한 시기였다. 내부형 교장 임기 4년을 마무리하고 9월 1일 자로 이수초등학교에 발령받아 3, 5학년 체육교과를 했다. 4년 전 4학년 담임에서 교장으로, 다시 교사로. 역할이 바뀜에 따라 거기에 맞춰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했다. 주변은 잠시도 적응할 여유를 주지 않았고 나는 빠르게 그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경계인,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경계선에 서 있는 나는 경계인이다. 이제 1년 뒤 정년퇴임이라는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변화가 두렵다거나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게 다가오는 것이 곧 나다.’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경계선에 서서 홀로 내 나름의 길을 .. 2023. 2. 16.
피스레터 No33_6 주예지_안녕, 친구야!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2] 안녕, 친구야! 주예지 안녕, 친구야! 어린이어깨동무 회원이라면 무척이나 친숙한 인사말로 시작해 본다. 특히나 어린이어깨동무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회원이라면 ‘안녕, 친구야!’를 외치며 손바닥을 얼굴 옆으로 내보이고 활짝 웃은 단체사진 몇 개쯤 있을 것이다. 같은 눈높이에서 환대해주는 순수함과 해맑 음, 무언가 우리가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정겨움을 풍기는 인사말이다. 어느덧 2022년 평화상상나래 동아리 활동이 끝이 나고 방학을 맞았다. 동아리 마지막 활동일이 11월이라 그런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덜 났더랬다. 한 해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평화를 향한 상상의 날개를 펼쳤느냐고 감히 물어보기가 겁나서 은근슬쩍 평화선언문을 작성해 보자고 .. 2023. 2. 16.
피스레터 No32_5 최관의_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 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최관의 3학년 달 반 아이들과 원반 럭비 경기할 모둠을 짜는데 너무 힘들었다. 함께하고 싶은 애가 자기 모둠 안 된다고 골내고 누구랑은 하기 싫다 등등 20분이나 걸렸다. 운동장 두 바퀴 뛰는 준비운동을 안 하고 대신 모둠 짜는 데 더 집중해야 했다. 두 바퀴 뛰고 숨차고 지친 상태에서 모둠 짜려니 아이들 사이에 어두운 기운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인 별 반 수업에서는 준비운동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별 반은 달 반처럼 운동장에 세워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현관 안쪽 넓고 조용한 데 앉혀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들아. 수업하는데 고민거리가 있어. 모둠 짜는 게 너무 어려워. 잘하는 사람이 어느 모둠으로 몰리면 다른 .. 2022. 11. 18.
피스레터 No32_6 주예지_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2]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주예지 가을 단어들 박하은 가을이 왔다. 단풍. 겨울의 시작. 옥수수. 도토리 아직 남은 여름의 싱그러움. 가장 기분 좋은 계절 은행나무. 떨어진 은행들. 예쁜 노을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달! 머릿속에 가득 가을다운 나뭇잎을 밟아보자. 단풍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느껴보자. 맞아보자. 뭉개보자! 가을이 왔다. 이토록 설레는 첫 문장이라니. 시험 기간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쉬어가는 시간으로 황인숙의 이라는 시를 패러디하는 활동을 했더니, 한 아이가 가을 내내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를 선물해 줬다.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자꾸 소리 내어 말하고 듣고 싶은 구절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9.. 2022.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