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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2_2 이정필_코로나19 시대의 발상전환, 한반도 그린뉴딜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5. 19.

[한반도 에너지공동체 상상하기]

 

코로나19 시대의 발상전환, 한반도 그린뉴딜 

 

이정필

 

코로나19가 세상을 멈춰 세웠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다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웠던 국가가 귀환하고, 물리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연대 의식과 정치 참여가 굳건하다는 믿음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의 성과와 함께 국난 극복의 동력이 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가닥이 잡힌 기본소득도 코로나19 국면 전에는 ‘듣보잡’ 개념에 불과했으니, 일각에서 내다보는 ‘재난 유토피아’의 맹아를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야를 돌리면 유토피아적 전망을 낙관하기에 현실이 녹록지는 않다. ‘재난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월 23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파 포퓰리즘이 들어서고 있고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위기가 인권 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나아가 재난 불평등은 국경을 넘어서는 문제다.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된 지구 행성에서 국가 간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주요국과 국제사회는 개도국과 빈국들에 선제적인 지원과 협력을 펼쳐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코로나19 대응 모범국가로 칭송받고 있는 한국은 반동적 경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비상경제대책이 자칫 대증요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경제비상사태에 기업과 소상공인, 고용 지원은 정부가 취할 정책 레퍼토리이긴 하다. 그러나 현재 국면에 대해 바이러스 대유행과 기후변화 가속화가 결합된 복합위기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출구전략이라는 처방전이 기후재난이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전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 최대 화두였다. 국면이 전환된 후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녹색 경기부양(green stimulus)에 맞추고 있다. 경기부양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최근 경제・사회 활동 위축으로 올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감소 폭이 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러나 자발적 감축 노력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의한 강제적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태가 진정되면 배출 증가 추세로 돌아서거나 경기부양 결과에 따라서는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전개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겨냥한 녹색 경기부양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아래 표 참조).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정부 정책 패키지에도 그린뉴딜의 원칙과 방향을 담아야 한다. 현재 조건에 맞는 뉴딜은 그린뉴딜이다. 당연히 공공의료체계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과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그린뉴딜’로 스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이 국토, 교통, 산업, 노동, 정치,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국가 전반을 녹색으로 개조하는 비상수단이라면, 그 대상과 범위가 남한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 이미 발표된 제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18~2022)의 ‘경제공동체’,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의 ‘철도공동체’,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의 ‘환경공동체’를 상황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북한의 입장,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 따라 변수가 많겠지만,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 비상 국면을 긍정의 계기로 살릴 수 있다.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 21대 총선의 정책공약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에너지전환 측면에서 한반도 그린뉴딜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의 에너지 협력을 통해 PNG 인프라 확충과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을, 정의당은 “철도와 도로, 가스관, 전력망 등의 연결”을, 녹색당은 “남북 공동 그린뉴딜 플랜: 탈탄소경제 실현을 위한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을 제시했다. 이들 공약 모두 나름의 역사를 지닐 정도로 새롭지는 않지만, 그 색깔만큼은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세 협력방안은 서로 교차하면서 가까운 시기에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듯이 부정의 계기에도 주의해야 한다. 과거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기조로 삼은 정부에서 경험한 바 있듯이 진짜 녹색과 가짜 녹색을 구별해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북한은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에서 평가 대상이 아니거나 자료 없음으로 분류되어 공백 상태로 남아 있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 평가지수를 살펴보면, 북한은 존재감이 없다. 

기후위기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 한국 81위 : 북한 없음,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한국 58위 : 북한 없음, 

에너지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한국 48위 : 북한 없음, 

에너지트릴레마지수(World Energy Trilemma Index) 한국 37위 : 북한 없음 등, 

은둔의 나라인 북한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무색할 정도로 북한의 모습을 감지하기 어렵다. 몇몇 추정치와 북한 발표 자료가 있긴 하지만, 그 실상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대규모 화석연료 중심의 경성에너지시스템(hard energy system) 입장을 고수하는 남한의 경로의존적 에너지협력 경향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 에너지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왔다. 경제협력이나 통일방안이란 이름으로 검토되기도 했고,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나 개발사업 형태로 제안되기도 했다. 과거(1990년대)에는 다자회담을 통해 주로 경수로 건설, 중유 지원, 대북 송전이 추진되거나 논의됐다. 그러나 몇몇 에너지 지원 사업을 제외하면, 예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154kV 송전)과 금강산관광지구(9MW 디젤발전기)의 협력사업이 물리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중장기 협력방안”이 북한에 전달됐다. 접경지역 ‘평화발전소’(가스복합화력)와 해주, 원산, 김책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이 담겨 있는데, 특히 북한에 매장량이 풍부한 무연탄을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이 관심을 끈다. 그러나 석탄 등 화석연료의 개발 및 발전원료 사용은 한국의 에너지전환과 충돌하며, 북한의 에너지전환 및 한반도 에너지전환의 경로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소가 될 것이다. 남북 연계와 통합 그리고 평화공존・통일촉진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한반도 생태공동체 패러다임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을 북한으로 확대하려는 담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국제지원, 남북교류, 그리고 실증사업 차원에서 대북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되거나 논의된 적이 있었다. 남북 재생에너지 교류협력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연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꾸준히 지속되어 왔고, 최근에는 ‘한반도 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인도주의, 평화주의와 경제협력 관점에서 한반도 에너지전환의 명분과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성에너지시스템을 복구하거나, 분산형 재생에너지 중심의 연성에너지시스템(soft energy system)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에 새로운 위험경관이 펼쳐질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위험경관은 핵・석탄발전과 송전탑 같은 경성에너지시스템에서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쉽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특정 공간을 재생에너지 입지로 대상화하는 시각을 갖게 될 경우, 북한은 남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산기지의 역할을 과도하게 부담하는 불균등 발전을 야기하거나 재생에너지 수탈과 같은 에너지전환의 식민화가 우려된다. 

에너지전환을 포함해 한반도 그린뉴딜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쟁점이 예견되지만,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이런 대안적 상상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길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열릴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서울, 6월)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글래스고, 11월)가 코로나19 여파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 때문에 신기후체제가 제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코로나, 기후변화,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한반도라는 서로 다른 퍼즐 조각들을 맞춰 한반도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그리기에 딱 맞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비하는 우리의 도전 과제이자, 유럽 녹색복지국가와의 격차를 줄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할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이정필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정치외교학을 잠시 공부했다. 수업에 들어가기보단 학생회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교외활동은 주로 거리와 술집에서 했다. 10년 넘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적색과 녹색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정의로운 전환개념에 매달려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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