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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48

피스레터 No42_1 김성경_계엄과 내란 이후 [한반도 이슈] 계엄과 내란 이후김성경(어린이어깨동무 이사) 계엄과 내란은 갑작스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진작부터 전조는 차고도 넘쳤다.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미 야당과 여당 사이의 타협이나 협력이 사라진지 오래고, 대통령이라는 절대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 세력 간의 암투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합되어 극악해질대로 극악해졌다. 그나마 이전의 대통령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평생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켜온 검사 출신 대통령에게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절대 권력에 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입법부를 비롯한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을 제압하는데 열중했다.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언론, 연구자, 지식인, 예술인, 하물며 의사까지 가리지 않고 .. 2025. 5. 17.
피스레터 No42_2 최은혜_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중 아니고 지금] 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최은혜 2024년 12월 3일, 한밤중에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이 다시 등장한 것이었다. 윤석열의 비상식적인 비상계엄은 선포 약 3시간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에게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시민의 힘은 위대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 밤에도,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매일같이 이어지던 촛불집회에도 시민들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의도의 매서운 강바람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추웠던 날씨와는 달리 광장의 온도는 뜨거웠다. 결국 2025년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우리는 완연한 봄을 맞이했다. 눈꽃과 함께 시작.. 2025. 5. 17.
피스레터 No42_3 임수연_바람을 닮은 어린이들과 함께 뛰노는 봄 [놀이가 평화를 만든다] 바람을 닮은 어린이들과 함께 뛰노는 봄임수연 1998년 4월 어느 날, 여러 대학의 학생들과 방바닥에 널린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더미 속에 앉아 있었다.‘새날을 여는 아이들의 한마당’에서 남녘 어린이들이 북녘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그림을 전시하고, 새로운 그림 편지를 받을 채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원활동가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도화지가 들어가는 비닐 파일에 그림을 넣고 비가 와도 안전하도록 유리 테이프로 손코팅을 하는 일이었다. 다음 주 어린이날 이른 아침 행사장에서 다시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긴 줄에 그림들을 주렁주렁 매달며 어린이들을 기다렸다. 1997년과 1998년 두 해에 걸쳐 모은 남녘 어린이들의 그림편지는 1998년 방북 대표단에 의해 전달.. 2025. 5. 17.
피스레터 No42_4 심은보_희망을 가꿔가는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 교사모임'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희망을 가꿔가는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 교사모임'심은보 윤석열 정권의 탄생,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정부 운영, 갑작스런 12.3 비상계엄, 그리고 뒤이어진 이야기들로 대한민국 곳곳이 어지러웠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그 이야기들을 딛고 서서 희망의 틈새를 열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 교사모임’(이하 교사모임)도 달마다 모임을 이어가며 희망의 이야기를 어떻게 가꿔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모임을 시작하기 위해 2월에는 징검다리 모임을 했습니다. 3월엔 바빠서 얼굴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니 2월엔 한 자리에 모여보기로 하였습니다. 2월 27일 6시에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에서 모였는데 그래도 새 학년 준비로 바쁜 분들이.. 2025. 5. 17.
피스레터 No42_5 남동훈_평범한 동네주민들의 연극 도전기 Ⅴ '산토끼'를 향하여 2 [사람 사는 이야기, 연극] 무말랭이 연극만들기 - 평범한 동네주민들의 연극 도전기 Ⅴ '산토끼'를 향하여 2남동훈 누워 있는 글자를 일으켜 세우기 종이 위에 누워 있는 글자를 무대 위에 일으켜 세우는 것. 연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희곡에서 무대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과 노력들을 짧지만 생동감있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극 '산토끼'는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제작 방식을 취했기에 기존의 희곡을 선택해서 연습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디바이징 시어터와 '산토끼'의 창작과정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했기에 이번 호에서는 희곡에서 출발하는 연습과정을 중심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일반적인 연극연습의 과정희곡 선정을 마친 .. 2025. 5. 17.
피스레터 No41_1 정영철_오로지 민주와 평화의 연대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한반도 이슈] 오로지 민주와 평화의 연대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정영철(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멀고도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적대적 두 국가’론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한편,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출범으로 벌써부터 북미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국가 간 이해관계 앞에서 복잡함이 더해지고 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말 열렸던 전원회의, 그리고 올해 1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경제건설을 중심에 두고 올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어지는 미.. 2025. 2. 19.
피스레터 No41_2 채창수_남북의 ‘관계’ 어떻게 가르칠까? [한반도 평화교육] 남북의 ‘관계’ 어떻게 가르칠까? 채창수  ‘작은 연못 속 붕어 두 마리’의 특수한 관계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 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평화통일 교육에 관심을 갖고 나서 우연히 김민기의 ‘작은 연못’을 듣다가 무릎을 ‘탁’ 친 경험이 있다. 이 노래는 ‘남과 북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싸움의 끝은 공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남북 관계를 묘사하고 있을까.. 2025. 2. 19.
피스레터 No41_3 정지영_독일의 ‘기억 문화’가 주는 교훈 [글로벌 리포트] 독일의 ‘기억 문화’가 주는 교훈  정지영  체코와 폴란드 방문 후, 참혹한 역사를 반성하고 기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향했다. 독일 곳곳에는 ‘걸림돌(Stolperstein)’이라 불리는, 나치 희생자들을 기리는 10×10cm 크기의 작은 추모비가 있다. 이 추모비는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이는 일상에서 나치 독재와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범죄에 대한 반성과 추모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독일의 ‘기억 문화(Erinnerungskultur)’의 일환이다. 개인마다 다른 ‘기억’이 공동체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억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며, 기억을 공유하고 확산할 때 비로소 온전한 ‘기억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20세기의 암.. 2025. 2. 19.
피스레터 No41_4 김경민_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문학으로 읽는 나의 평화감수성]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김경민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단어, 계엄. 그 단어가 일상의 안부 인사에 오르내린 지 열흘쯤 지났을 무렵 SNS에서 이 사진을 봤을 때, 요즘 아이들은 시위도 발랄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한다 싶어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사를 읽다 보니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 자리에 ‘종강보다 기다리는 탄핵’, ‘제 20대는 대통령 탄핵에 다 쓴 것 같아요. 더 이상 윤석열에게 시간 쓰기 싫어요’와 같은 웃픈 메시지와 함께 인형을 보낸 이들은 모두 20, 30대 청년들. 엄숙하고 진지해야 할 자리에 장난 같은 메시지와 함께 인형을 내놓은 이들, 때로는 ‘청년’이라는 진.. 2025. 2. 19.
피스레터 No41_5 이재정_‘빛과 바람의 혁명’ 광장이 일깨운 민주주의 [나중 아니고 지금] ‘빛과 바람의 혁명’ 광장이 일깨운 민주주의이재정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정질서를 뒤흔들었고, 이에 맞서 시민들은 두 달이 넘는 시간을 광장에서 보내고 있다. 나 역시 그날 이후 동세대 친구들과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이하 윤퇴청)'을 만들어 광장에 결합하고 있다. 때로는 기자회견, 집회, 토론회 등을 직접 열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난 청년들과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그날은 나의 일상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이를 무너뜨린 세력 간의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계엄은 국회의 발 빠른 대처로 저지되었지만, 이후 이어진 ‘국민의 .. 2025. 2. 19.
피스레터 No41_6 남동훈_평범한 동네주민들의 연극 도전기 Ⅳ '산토끼'를 향하여 [사람 사는 이야기, 연극] 무말랭이 연극만들기 - 평범한 동네주민들의 연극 도전기 Ⅳ'산토끼'를 향하여남동훈 우리 시대의 제사(祭祀)를 다루다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큰 고민거리들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제사는 아차 하면 부부 사이는 물론 한 가정과 가족, 나아가 가문과 친족 간의 관계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민감한 이슈이다. 실제로 제사를 모시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가족 간에 심각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걸 언론을 통해 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 시한폭탄 같은 이슈에 무말랭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작극에 도전하면서 다루기로 한 소재가 결혼과 제사였고, 전작 ‘어린 부부’에서 결혼을 다루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출발은 역시나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의 방식.. 2025. 2. 19.
피스레터 No40_1 김동진_한반도 평화구축 : 한 국가, 두 국가, 그 사이를 넘어 [한반도 이슈] 한반도 평화구축 : 한 국가, 두 국가, 그 사이를 넘어김동진(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부소장)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는 오랜 시간 국가와 민족의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남과 북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회복이 핵심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해방 이후 외세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에서, 분단 문제는 종종 국가 이익이나 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다. 물론 국가나 민족은 우리 삶에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영향을 가진 개념이다. 하지만 DMZ를 사이에 두고 서로 왕래가 끊긴 채 분단 80주년을 앞둔 한반도의 현실에서 국가나 민족을 기본 단위로 한 평화와 통일 논의는 때로 우리의 일상과 거리가 먼 어떤 상상의 개념을 다루는 것처럼 느껴지.. 2024.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