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교육]
한국 어린이 운동과 어린이어깨동무, 온 세상 평화로 가는 길
이주영(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 · 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지난 5월 1일 10시, 광화문 방정환 생가터 앞마당에 25개 단체가 깃발을 들고 모였습니다. 어린이날 제정 104주년 기념식을 하고 ‘2026년,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깃발 행진을 ‘주시경 마당’까지 했습니다. 한국 어린이 운동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어린이어깨동무도 깃발을 힘차게 휘날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한국 어린이 운동은 모두 알고 있듯이 1919년 3.1혁명을 계기로 태어났습니다. 3.1혁명 과정에 14세 전후 어린이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그 당당함과 존재 가치를 사회에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1919년 연해주 신한촌 소년애국단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교육기관인 인성학교에서 상하이소년회가 결성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소년들이 스스로 소년회를 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변소년회, 왜관소년회, 원산소년회입니다.* 소년회가 사회에서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진주소년회가 1920년 3월 1일 만세운동을 계획하다 검거된 사건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움츠려 있던 조선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개벽』에 실린 글처럼 어른들에게 소년들을 새롭게 생각하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개벽』은 진주소년회 사건을 보기로 들면서 ‘어른들이 소년 문제를 연구하며 소년에 대한-’ 무엇을 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김정의, 『한국소년운동사』, 모시는사람들, 2026, 92쪽, 237쪽.
** 위 책 94쪽-95쪽.
『개벽』은 천도교에서 발행하고 있었고, 천도교청년회가 주관하였습니다. 『개벽』에서 주장한대로 1921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가 조직되었고,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인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제정하여 선포하면서 한국 어린이 운동이 빠르게 확장됩니다. 그 일에 앞장선 사람이 천도교청년회 김기전과 방정환입니다. 방정환은 1923년 4월 17일 소년운동협회를 결성하고 그 회장이 됩니다. 방정환이 앞장 서 1923년 5월 1일 어린이 선언문을 발표하게 되고, 깃발 행진을 하면서 어린이 운동을 힘차게 펼쳐나갑니다. 당시 어린이 운동은 어린이가 ‘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민족 해방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어린이 운동은 민족 해방 운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시기에 일어난 20세기 어린이 운동이 민족 해방으로 가는 길이었다면 해방 후 어린이 운동이 가야 할 길은 분단 극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단 극복은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민족 통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족 평화입니다. 통일을 하더라도 무력이 아니라 평화롭게 해야 합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목적이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앞글)과 제4조와 제5조에서 남북 평화와 세계 평화를 명확하게 규정해 놓았습니다. 따라서 21세기 대한민국 어린이 운동은 남북 평화와 세계 평화로 가는 길이어야 합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100여 년의 대한민국 어린이 운동이 21세기에 나가야 할 그 길을 가장 분명하게 꿈꾸고, 그 길을 가장 정확하게 실천하고, 그 정신을 지구촌 온 세계로 넓혀 나가는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1998년에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로 등록하면서 우리 어린이 운동사 전면에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1996년 6월 용산 가족공원에서 여러 단체가 함께 마련한 ‘안녕? 친구야!’부터입니다.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한겨레신문사,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관하였습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놀이연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여러 단체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때까지 대다수 남녘 어린이들은 북한은 언제든 틈만 나면 남한을 붉은 땅으로 만들려는 빨갱이 공산당이 전쟁만 준비하는 괴수들이 사는 곳이고, 공산당들은 붉은 늑대처럼 꼬리도 있고, 붉은 악마처럼 뿔이 난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군사독재 정부와 어른들이 그렇게 길렀습니다. 그런데 그런 북쪽 어린이들에게 자기 얼굴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서 먼저 ‘안녕? 친구야!’하고 인사를 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또 북한과 남한을 북녘과 남녘으로 부르자고 했습니다. 1991년 국제연합에 정식으로 공동가입한 국호가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남한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북한 정식 국호를 부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갔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국호를 연상하는 북한과 남한을 버리고, 자연의 방위를 가리키는 북녘과 남녘으로 부르면서 어린이들 마음에서 정치적 분단부터 극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남북이 분단되고 처음으로 남녘 어린이들이 자기 얼굴을 그린 그림을 북녘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북녘 어린이들이 자기 얼굴을 그린 그림을 남녘으로 갖고 옵니다. 화려하고 겉치레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 단순하고 초라하게 생각할 것 같은 남북 어린이들이 그린 얼굴 그림 전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컥하는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어린이 얼굴 그림을 통해 평화를 손으로 붙잡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1996년 첫걸음부터 30년 동안 어린이어깨동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손잡고 평화행진(1997년부터)을 시작하고, 학교를 방문해서 어린이들한테 평화교육(1998년부터)을 하고, 6.25 이름을 ‘평화의 날’로 명명(1999년부터)하고, 방정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923년 어린이 해방 선언을 바탕으로 「새 천년 어린이 선언」을 했습니다. 이 선언은 공동육아연구원,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어린이도서연구회가 함께 준비하고, 어린이 대표 33명이 참여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5월 1일 동숭동 ‘어린이 평화의 집’에서 종로를 거쳐 세종문화회관 방정환 생가터까지 깃발행진을 했습니다.***
*** 이주영, 『어린이 문화 운동사』, 보리, 2014, 117쪽-126쪽.

어린이어깨동무는 많은 활동에서 어린이를 주체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린이 평화 캠프, 어린이 평화 지킴이 활동은 물론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개원식(2004년) 때는 직접 어린이 방문단을 만들어서 평양에 가서 북녘 어린이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 수 있게 했습니다. 2008년까지 4차례나 어린이 방문단을 만들어서 북녘 어린이들과 만나도록 했습니다. 분단 80년 역사에서 남북 어린이들이 공식으로 만나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잘 개척해 온 모든 길이 막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어깨동무는 굽히거나 피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 어린이들 얼굴 그림을 계속해서 모으고, ‘안녕? 친구야!’를 나눌 수 있는 길을 넓혀갔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뉴욕 국제연합 본부 현관 복도에서 지구촌 전쟁 지역 어린이들이 자기 얼굴을 그린 그림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유엔에서 전시했던 어린이들 얼굴 그림은 지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하고 있습니다.
1996년 분단 한국에서 시작한 ‘안녕? 친구야!’가 30년이 지난 지금은 지구촌 전쟁 지역 어린이들이 평화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나누는 길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 힘이 돌고 돌아서 언젠가는 다시 한반도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만나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손잡고 노래하고 춤추며 평화의 문을 열어가는 날을 만들 것입니다. 이렇듯 어린이어깨동무는 어린이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은 평화, 더 많은 평화, 더 진한 평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어린이어깨동무 바탕에는 방정환을 비롯한 어린이 운동가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했던 20세기 어린이 운동 정신이 깔려 있습니다. 그 맥을 잇고 있는 것입니다. ‘어깨동무’라는 이름부터가 윤석중 동요 ‘어깨동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윤석중은 1999년 5월 1일 ‘새 천년 어린이 선언’ 때도 직접 함께 하셨는데, 14살에 처음 방정환을 만난 이후로 어린이 운동에 평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또 ‘안녕? 친구야!’를 기획하고 어린이어깨동무를 결성하는 데 앞장선 정병호와 이기범은 1970년대에 방정환 정신을 따라서 어린이 걱정 모임을 만들고, 해송아기둥지를 만들고, 공동육아연구원을 만들었습니다. ‘해송’은 1920년대 방정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하셨던 해송 마상규의 호를 딴 것입니다.‘해송(海松)’은 조선 소나무로 바닷가에서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입니다. 곧 조선을 지키겠다는 마상규의 마음이 담긴 호이지요. 곧 20세기 어린이 운동이 어린이 해방을 이루기 위해서 조선을 지켜서 민족 해방을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방정환은 어린이들에게 「세계 일가」라고 했습니다. 곧 '세계는 평화로운 한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린이어깨동무는 그런 20세기 어린이 운동 정신을 계승하면서 21세기 어린이 운동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21세기 어린이 해방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분단을 극복하는 평화의 길을 개척하고 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3.1혁명으로 태어난 20세기 어린이 해방 운동이 독립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의 바탕이 되었듯이 21세기 어린이 평화운동이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로 갈 수 있는 힘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언젠가는 온 세계 어린이와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구촌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이 아니라 ‘참’입니다. 정병호가 좋아했던 어린이 노래 ‘앞으로 앞으로’처럼 온 세상 어린이가 ‘안녕? 친구야!’를 외치며 ‘하-하-하-’ 웃는 소리가 달나라까지 울리는 그 날, 참된 평화가 한반도와 지구촌에 하루라도 더 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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