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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7_2 카테리나 안토니우_평화구축 관광의 정치적 효과

by 어린이어깨동무 2024. 2. 19.

[글로벌 리포트] 

평화구축 관광의 정치적 효과

 

카테리나 안토니우 Katerina Antoniou (사이프러스 센트럴랭커셔대학교 교수)

 

평화구축 관광은 평화 관광의 한 종류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평화지향적인 여행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Antoniou, 2022). 다시 말해, 평화 연구자와 평화지향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업무를 위해 다른 지역을 방문할 경우, 평화구축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239, 어린이어깨동무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에 연사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직접 평화구축 관광객이 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4일 동안의 한국 여행에서 저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 참가자들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현장에서 한국인들과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한국 여행은 의심할 여지 없이 교육적이고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주최자인 어깨동무와 포럼 참가자들이 각자의 사회에서 화해를 위해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만남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 평화 전문가들과 지속가능한 평화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분단 사회의 잃어버린 잠재력에 대해 일치된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남북한은 정부 차원의 모든 관계가 단절되었고, 최근 몇 년 동안 두 지역을 넘나드는 접촉과 이동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사이프러스의 경우, 2024년은 사이프러스 섬이 지리적으로 분할된 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2003년부터 분단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유엔의 중재로 진행되던 협상 노력이 2017년에 중단된 이후로 정치 지도자급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진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화지향적 분야에서 일하는 개별 전문가들과 그들이 속한 국가의 외교 및 정치 활동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시민이 국가와 별개의 정치적 행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과 사이프러스는 국가와 시민이 분리된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로, 평화 전문가들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반면, 정부는 분단의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사이프러스는 정부 차원의 화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시민사회는 분단을 넘어 평화구축을 하기 위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린이어깨동무가 남북한 어린이들의 만남을 성사시켰고, 경계를 넘나들 수 없던 시기에는 과거 방문 사례를 통해 한국 어린이들이 상대방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사이프러스에서는 평화 지향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경계를 넘는 움직임을 통해 스포츠, 언어, 예술, 환경, 교육 및 연구를 위한 공동 프로그램에 다양한 연령대의 양쪽 공동체 구성원을 참여시킬 수 있었습니다. 니코시아(사이프러스 수도)의 평화지향적 시민단체들의 평화구축 활동을 통해 수많은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의미 있고 긍정적인 접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시민사회의 평화구축 활동은 화해에 대한 정치적 인식과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치적 평화협정과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평화구축과 화해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은 평화 프로세스와 국제 정치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독립적인 정치 행위자로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시민의 정치적 행위는 반드시 국가의 경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즉 개별적인 정치 활동가나 평화구축 활동가들이 반드시 자국의 정치 담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고 시민운동이 초국가적 규모로 성장하는 시대에 개인은 자국의 경계를 넘은 정치적 행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메리 캘도어는 국제적인 규모에서 조직화된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는 초국가적 시민운동을 나타내기 위해 세계시민사회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평화구축분야에서는 초국가적 활동을 하는 평화활동가들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의 국제적 네트워크 참여가 세계시민사회의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평화라는 세계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개별 시민들이 국제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입니다. 최근의 한국 방문 경험에서 저는 한국과 사이프러스 평화활동가들의 활동이 자신이 살고있는 국가의 정치적 움직임보다 서로 더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화구축 관광은 평화구축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연결하고 그들의 정치적 활동과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저서 <국제관계의 한 형태로서의 관광>(2023)에서 관광을 통해 우리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개인의 정치적 주체성을 강조했습니다. 평화활동가뿐만 아니라 어떤 개인이라도 평화 지향적 여행에 참여하여 공감하고 문화 간 이해를 확장함으로써 편견을 줄여나간다면 국제적인 평화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형태의 관광은 공정하고 안전한 구조를 생성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시민 주도의 외교, 틈새 관광을 통한 새로운 평화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평화구축 관광은 분단된 사회에서 공식적인 국가간 접촉 경로가 막혔다고 여겨질 때도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참고 문헌 :

Antoniou, K. (2023). Tourism as a Form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toniou, K. (2022). Peacebuilding Tourism. In Encyclopedia of Tourism Management and Marketing. Edward Elgar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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