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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싶은 이야기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다

by 어린이어깨동무 2019. 2. 26.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다

-2019 어린이어깨동무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 



어린이어깨동무는 2019년 1월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속에서 우리 평화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내용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북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준비하고자 초중고 선생님, 연구자, 활동가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했습니다.  


북아일랜드는 우리보다 앞서 20년간의 평화프로세스 과정을 통해 대립과 폭력의 역사를 화해와 공존의 삶으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해온 평화교육의 경험, 성과, 한계를 모두 함께 나누며 앞으로의 평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이번 연수는 교육청, 학교, 민간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책입안자, 교육자, 활동가, 학생 등을 모두 만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작

기나긴 일정의 시작인 첫 날. 우리는 벨파스트 시내를 15분가량 걸어 코리밀라의 벨파스트 사무소로 갔습니다. 가정집들 사이에 위치한 소박한 공간에서의 첫 일정은 북아일랜드 사회의 분쟁과 평화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어 북아일랜드 교과과정 저자 Carmel Gallagher이 북아일랜드의 교과과정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북아일랜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후에는 구교도지역과 신교도지역을 나누는 Peace Wall을 둘러보고, 두 지역의 경계에서 청소년들의 통합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R-City Project를 방문하여 청소년들의 활동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코리밀라 벨파스트사무소 앞에서


 Peace Wall


▲ R-City Project 청소년 활동모습


코리밀라에서의 이틀

벨파스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코리밀라로 간 우리 일행은 이틀간 코리밀라에 머물며 다양한 평화교육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 인형극, 역사교육, 대화활동 등 분쟁지역에서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다양한 평화교육 활동은 한반도평화시대를 맞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또한 Derick Wilson 등 평생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의 길을 걸어온 활동가, 교육가, 학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은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 Corrymeela 공간설명


▲ 역사교육에 대해 이야기 중인 Sean Pettis


▲ Colin Craig와 함께하는 워크숍 모둠활동


공존의 첫 걸음, 만남 

코리밀라의 일정을 마친 우리들은 Derry로 이동했습니다.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사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은 양측의 갈등 또한 첨예했던 곳이고 그 만큼 통합을 위한 노력도 어려운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통합학교 방문은 우리를 긴장과 설렘의 그 어디쯤에 있게 했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된 통합학교의 학생들은 의외로 신구교의 갈등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만나보지 않은 어른들의 오해와 고집’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만남’이 통합과 화해의 첫걸음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 통합학교 전경


▲ Peace Bridge


현실적인 고민, 교육청의 공유교육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우리의 현실과도 그 고민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교육청은 통합교육에 대해서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통합정책에 기반을 둔 공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모든 학교가 신구교의 통합학교로 구성될 수 없기 때문에 교육과정 일부를 공유하는 것에서 통합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우리 교육현장으로 고민이 돌아오는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 교육청관계자들과의 만남

 

Peace Wall과 Peace Bridge

짧지 않은 시간을 북아일랜드에 머물며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본 경험을 아주 짧게 줄이면 Peace Wall과 Peace Bridge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교도와 구교도가 서로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담장 Peace Wall은 최소한의 평화를 위해 더 이상의 화해와 진전을 막는 벽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한반도의 모습이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남과 북은 휴전선으로, 남한 내부에서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불인정과 외면으로 나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북아일랜드의 사람들이 양측 지역을 연결하는 Peace Bridge를 만들고 통합학교를 만들며 조금씩 만남의 장을 넓혀가며 평화프로세스를 발전시켜 온 것 또한 Peace Wall과 동시에 존재하는 평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우리가 70여 년간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며 다섯 번의 정상회담과 셀 수 없는 민간교류를 해온 역사가 있듯이 말입니다.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지만, 가만히 앉아있다고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평화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반드시 올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 Corrymeela 앞바다의 무지개



어린이어깨동무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 주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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