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15_3 전현준_평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평화

by 어린이어깨동무 2018. 10. 18.

[시선-한반도 평화읽기]


평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평화

 

전현준

 



920일 역사적인 평양정상회담이 많은 파격을 남기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금번 평양정상회담은 북미관계가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은 물론 수많은 사변들을 남기고 종료되었다.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 중 한 사람인 트럼프 대통령도 대만족을 표시하였다.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평양선언 중 한반도 평화유지와 관련하여 군사적 부문만 요약하면 관련국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조속히 가동 등이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의해 규정된다. 그 동안 남북 간 적대관계와 북미 간 대결구조 때문에 한반도 평화는 늘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두 가지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는 한반도 평화유지가 불가능한데 금번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남북 간 적대관계는 거의 해소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북미대결구조이다.

 

북미 간 대결구조는 19537월 정전 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 때문에 지속되는 면이 있었다. 북한 김일성 수상(주석)1953년 정전협정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시적인 봉합일 뿐 언제 미제가 보복침략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미제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방어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재래식 무력증강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1989년부터 시작된 세계사적인 국제환경 변화는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였다. 사회주의권 붕괴와 소련 및 중국의 배신(?)은 북한으로 하여금 극심한 안보불안을 느끼도록 했고 핵무기라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동하였다. 1993년부터 본격화된 북핵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이 19946월 고려한 미국의 북침계획은 북한을 결정적으로 불안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기밀 해제된 미국 문건에 의하면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계획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해 선제공격을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2017128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당시 미 국방부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3개월간 주한미군 52000, 한국군 49만 명이 숨지거나 다칠 것으로 예상해 대북 공격 계획을 접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46월 당시 김일성 주석을 비롯한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은 미국의 대북 공격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일성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의 극적인 주선으로 실시 예정이었던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 78일 갑자기 사망하였지만 북한관료들은 19941021북미 제네바 합의를 도출하였다.

 

그러나 북미합의는 예정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북한은 미국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몰래 핵무기 개발에 나섰고 200210월 그것이 들통 나기도 했다. 북한은 안보유지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 필수라는 것을 1974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그러한 논리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지속했고 20059‘9.19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미국이 곧바로 북한 해외자금을 묶는 ‘BDA사건을 일으키자 또 한 번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핵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아 20061091차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이후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하였는데 특히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4회에 걸친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국도착 가능한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이유는 신속한 안보유지 및 미국과의 협상카드 마련 때문이었다. 20123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을 천명한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유지 없이는 국가체제 유지는 물론 경제발전도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한 이유는 미국의 협상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 판단이 반드시 성공했느냐의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에 대해 UN을 동원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여 북한경제를 곤경에 빠지게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UN안보리 제재를 피해 최대한 북한을 돕고 있으나 미국의 현미경 같은 감시로 인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예전에는 미국의 대북 공격을 두려워한 북한만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했지만 현재는 미국도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북한과의 직접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미국이 북한 핵무기는 물론 ICBM, SRBM 폐기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건곤일척 일합을 겨루고 있다.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김정은과 트럼프의 리더십 운명이 결정될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려하고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보장(CVIG)’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선 핵 폐기 후 체제보장, 북한은 선 체제보장 후 핵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간단계로서 북한의 핵관련 리스트 신고를, 북한은 미국의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여의치가 않다. 북한은 최소한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핵무기 수, 핵시설, 핵물질, ICBM 등에 대한 신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 없이 모든 것을 신고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성실한 핵 신고 없이 종전선언을 해줄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성실히 신고하지 않고 마냥 시간을 끌거나 속임수를 쓸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는 증거이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북한은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없이는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선제적인 핵무기 포기 없이는 거의 절대로 체제안정보장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 간 불신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북핵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에서 26.25 전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북핵문제가 아무리 중차대하다 할지라도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빈대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반도에는 평화공존이 유지되어야 한다. 남북한이, 북한과 미국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쟁과 평화는 똑 같은 두 글자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극과 극이다. 전쟁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반면 평화는 인간성을 극대화시킨다. 전쟁과 평화의 의미는 양극단에 있기 때문에 서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 매우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 전쟁과 평화가 동시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고 평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인간은 전쟁을 할 만큼 잔인하지만 평화를 만들만큼 선하다.

 

4세기경 로마의 학자였던 베게티우스는 그의 군사학 논고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보다 약 1천 년 전에 살았던 중국의 손자는 실질적인 전쟁을 벌이지 않고 정치, 외교 차원에서 적을 이기거나 적 군사력을 와해시킴으로써 승리하는 것을 최상으로 보았다.” 전쟁을 하지 않고도 문제해결방법이 있는데 굳이 전쟁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성경도 화평케 하는 자(peacemaker)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전현준우석대 초빙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북한연구학회 회장(), 통일연구원 기조실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