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18.12.20 11:31

[이슈]


내게 단비가 되어준 평화교육 워크숍

 활동가와 함께하는 평화교육 워크숍 후기

주희영


나는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길라잡이 1기 강사이다. 학교에서 평화통일수업으로 어린이들을 만난 지 4년이 되어간다. 올해 부쩍 내가 이대로 수업을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 평화라는 추상적이지만 소중한 의미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도 되고, 일상에서 내가 평화롭지 못할 때 평화수업을 하는 나의 이중적 모습에 내 스스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평화교육을 더 많이 접하고 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 내게 전달 된 메일 한 통 활동가와 함께하는 평화교육 워크숍은 내가 바라던 워크숍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청했다.

 

기대하던 워크숍 날이 다가왔다. 워크숍은 세션1, 2로 진행되었다. 세션1. ‘알시티 프로젝트의 교육 매뉴얼과 실제는 알란 화이트가 진행해주셨고 세션2. ‘평화교육 진행자를 위한 스토리텔링 워크숍은 포드릭 오투마가 진행해주셨다. 알란 화이트가 청소년의 창의적이고 자발성 높은 알시티의 교육 사례를 설명하고 뒤이어 포드릭 오투마가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것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워크숍 시작부터 끝까지 앉아서 진행했다. 앉아서 하는 워크숍이라 정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넘치는 동적인 워크숍이었다.






그는 대화를 할 때, 책을 읽을 때, 첫 문장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첫 문장에 담긴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읽었던 책 중 기억나는 책의 첫 문장을 적어보라고 했다. 한 참여자가 발표한 책의 첫 문장을 듣고 느껴지는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작가의 성격, 가족, 시대상황, 감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참여자들과 나누며 첫 문장이 이리도 많은 것을 내포한다는데 놀랐다.

 

다음은 자신에 대한 책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첫 문장에 무엇을 쓸지 적어보라고 했다. 2~3명이 자신이 쓴 첫 문장을 발표하고 포드릭은 참여자들에게 첫 문장이 전하는 느낌을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했다. 자유롭게 느낌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참여자들이 첫 문장을 쓴 한 참여자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놀랍고 흥분되고 새롭고 신나기까지 했다.

 

다음은 조국에 대한 책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첫 문장을 적어보라고 했다. 나는 얼른 첫 문장을 적고 발표하고 싶었다. 내 문장에 대한 나의 깊은 내면을 참여자들의 느낌을 통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첫 문장을 발표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면 눈물이 난다참여자들이 느낌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전쟁의 아픔이 느껴진다.’, ‘이국땅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등은 내가 쓴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에 나는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저항감이 든다. 너무 강하다’, ‘거부감이 느껴진다이러한 말들이 내게 불편하게 다가오면서 갑자기 마음이 굳어졌다. 저항감과 거부감 두 단어만이 내 머리에 맴돌고 모든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참여자들에게 섭섭하고 서운했고, 그들이 나의 감정을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은 회오리가 몰아치듯 혼란스러웠다. 발표하지말걸, 나의 의도와 다르게 말한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등 혼란스런 생각들이 내 마음과 몸을 얼음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았다. 워크숍은 계속 진행되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포드릭이 이 활동에서 전하고자 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태극기가 휘날리면 눈물이 난다는 내가 쓴 조국에 대한 책 첫 문장일 뿐 책은 그 책을 읽는 다양한 독자의 해석으로 읽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쓴 의도대로 읽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가 나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깊은 내면을 알고 싶어서 발표했고 나의 깊은 내면을 그 날 만났다. 나와 상반된 생각을 만났을 때 유연하지 못하고 내 몸과 마음이 경직되는 것을 내 스스로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다름을 만났을 때 편견과 혼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평화로움이 서로가 배우고 공감하는 관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뢰와 평화가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첫 문장에 각자의 느낌을 나누어 주고 워크숍을 함께 한 참여자들과 평화에 대해 고민했던 나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뭉클하게 만나게 해준 포드릭과 청소년과 평화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알란, 소중한 자리를 준비해준 사무국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때, 일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내 마음에 편견과 혼란은 없는지,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질문할 수 있는 새로운 나를 만나서 기쁘고 그런 나와 친하게 지내려 한다.

 

주희영어린이어깨동무 평화길라잡이 1기 강사이다. 성대골마을학교에서 3년간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어린이문화연대 소모임 '개구쟁이'에서 어린이 청소년 연극 읽는 활동을 했고,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책모임을 하고 있다.

 

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