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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5_6 강주원_2017년 남북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9.

[팩트체크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2017년 남북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강주원



 2017년과 비교되는 2007년 신의주 풍경이다. (2007년) Ⓒ강주원


▲ 2017년 신의주 풍경에서 한국 사회가 놓치고 있는 시각과 역사는 무엇일까? (2017년) Ⓒ강주원



2016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1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

 

201616,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이외에도 다양한 대북제재 조치를 꾸준히 발표했다. 1년이 지난 201716일 아침, 나는 중국 단둥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날짜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7번 갔지만 2017년 처음으로 대북제재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단둥과 압록강에 간다는 사실에 설레었다.


나는 버스 안에서 한 시간 남짓 북한 4차 핵실험대북제재등의 키워드를 활용해서 뉴스를 검색했다. 그런데 능력 부족인지 아니면 최순실 사태이후로 북한과 대북제재 관련 뉴스 비중이 확연히 줄어든 여파인지, “내일 4차 핵실험 1…… 출구 없는 남북 단절’”(<뉴스1> 201715) 보도 이외에는 검색되는 뉴스를 찾기가 힘들었다.

 

북한은 지난해 16일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한 달 후인 2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남북교류 협력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발맞춰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KBS> 201716일-

 

위의 뉴스는 중국 다롄에서 단둥행 고속열차에서 그나마 검색한 몇 개의 뉴스 가운데 하나이다. 나만의 관심사일까? 그래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 그리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준 사건이자 다양한 대북제재 조치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그렇다면 “20171월의 한국 사회는 남북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자문을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압록강으로 달려가는 기차 창밖을 바라보면서 했다.

 

 

개성공단 폐쇄는 모든 남북관계의 단절일까?

 

지난 1년 동안의 남북관계를 정리한 위의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가져보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대북제재안 발표는 사실이다. 하지만 201716일 이후에도, 한국의 언론은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가장 강력하다고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대북제재안들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어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남북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개성공단 폐쇄남북교류 협력의 완전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언론은 보도를 하고 한국 사회는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경협기업인들의 표현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5.24조치와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100일 철야농성이 11일 막을 내렸다. …… 이들은 성명서에서 1998년 남북경협 시작을 되새기며, “남북경제협력은 남과 북의 정치군사적 긴장에 흔들리며 요동쳤다. 20162월 드디어 마지막 남은 개성공단마저 중단되며 이로써 모든 남북관계는 단절되었다고 꼬집었다. (<통일뉴스> 2017111)

 

과연 마지막 문장은 사실일까? 그동안 남북경협에서 일했던 그들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놓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쓴 공식적 역사와 시각 그리고 휴전선만을 놓고 보면 2017년 모든 남북관계는 단절되었다. 하지만 1998(금강산 관광사업 협의)이 아닌 1988(북한 교역품목 최초 반입 승인)부터 공식적인 남북경협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또한 20105.24 조치, 2016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에도 남북관계가 단절되지 않은 공간이 있다.(구체적인 내용은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눌민출판사 2016) 참고)

 

 중국 단둥에서 북한 여권은 제재의 대상이 아닌 선물을 받는 기준이다. (2017년) Ⓒ강주원

 


2017년 단둥의 한반도 달력들과 호텔의 선물

 

넓게는 두만강과 압록강의 중국 국경도시들, 좁게는 단둥에 살고 있는 남북의 사람들이 기록하고 있는 비공식적인 남북관계와 경협 그리고 공존과 공생의 삶은 멈춘 적이 없다.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망각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단둥에 눈이 자꾸만 간다. 그곳에는 1992년 한중 수교 전후부터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만남의 현장들이 산재해있다. 2017년 인류학의 기록 남기기 작업은 단둥 호텔 프런트의 문구를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본 호텔에 숙박하는 조선 손님들은 여권으로 작은 선물을 받아갈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에 도착한 단둥 호텔 로비에는 중국 사업 파트너들을 기다리는 북한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랍권 사람들이 섞여있었다. 북한사람들이 선물한 여러 종류의 북한 달력을 주겠다고 했던 북한화교 지인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고려항공 승무원들이 등장하는 달력도 들려있었다.


나는 북한 달력을 한국에 가지고 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단둥사람들에게 선물한 한국 달력은 2017년 한 해 내내, 북한 주재원들의 왕래가 비번한 조선족과 북한화교의 대북사업 사무실의 한 면을 차지고하고 있을 것이다. 남북을 연결하는 사업을 하는 그들에게 한반도의 두 개의 달력은 사업 일정을 계획할 때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호텔 직원은 여권을 흔들면서 북한사람들에게만 선물을 준다고 설명을 하였다. “이 호텔의 주 고객은 북한사람인 것을 안다. 그래도 나 역시 7년 넘게 이 호텔에 다니는 사람인데라는 말을 하자, 직원은 당신에게만!”이라고 하면서 작은 선물을 주었다.


2017년 북한과 한국 달력이 공존하는 단둥,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북한 여권이 제재의 대상이 아닌 선물을 받는 기준이 되는 공간이 단둥이다. 나는 호텔 프런트 문구를 보면서 휴전선만을 상정한 남북교류 협력의 완전 중단이라는 한국 사회의 시각과 역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2017년 한국 사회는 남북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강주원 |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부터 중·조 국경과 연을 맺고 있다. 주 연구대상은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이다. 이들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의 길을 걸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저서는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2013)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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