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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6_1 이우영_새로운 시대의 평화 이야기 : 경계를 넘어서는 공존을 위하여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9.

[이슈]


새로운 시대의 평화 이야기 : 경계를 넘어서는 공존을 위하여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늘 평화로운 삶을 이야기하지만 문자 그대로 낙원에서나 가능한지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평화롭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난 연말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어 매일 매일이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남한 사회가 어수선 했을 뿐 아니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조차 안보이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긴장의 수준만 높아졌습니다. 내가 뽑았던 아니던 우리 대통령이 그 자리를 잃었고, 우리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느라 즐거움을 잊고 있으며, 수백만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전쟁의 공포는 여전하고, 피부 빛깔과 믿음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부터 내 이웃 더 나아가 나라의 안팎이 전혀 평화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평화에 반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찾고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구나 자신들이 살아온 나날들을 돌아본다면 평화로움이 행복한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자신들의 일상이 평화롭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아이들은 폭력과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은 한결 같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를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갈등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생겨납니다. 경제적으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고, 권력을 둘러싼 싸움도 존재합니다. 신념이 다른 사람들 간의 다툼도 있고, 인종과 지역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도 있습니다. 더불어 더욱 많은 영토를 가지려는 국가 간의 싸움도 있습니다. 개인 간의 갈등에서부터 집단 간의 갈등 그리고 진영 간의 갈등도 있고, 국내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갈등의 원인도 현재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래된 과거에서 시작된 경우도 있으며, 서로 기억의 차이에서 시작한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고 신분이나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접촉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기에 겉으로 보기에 갈등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기술의 발전이 다른 문화나 문명과의 접촉을 쉽게 해주면서 사회적 갈등이 생겨날 여지는 더 커졌습니다. 반면 인구는 늘어나는 데 비해 얻을 수 있는 자원들은 그 만큼 늘어나지는 않아서 이를 둘러싼 투쟁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회에서도 갈등이 있고 갈등의 정도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근대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으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해방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두 개의 나라로 나뉘었습니다. 분단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동족상잔의 전쟁을 경험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전쟁이후에도 서로를 불구대천지의 원수로 여기면서 서로를 잡아먹을 생각만 해왔습니다. 밖으로는 남북이 서로 대치하면서 안으로는 이를 빌미로 사람들을 옥죄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통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고통의 역사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이 사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갈등이 전혀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줄여주는 것,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갈등을 처리하는데 대단히 미숙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그 강도를 높이는데 애를 썼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아픔을 주었던 한국전쟁의 상처를 보듬기보다는 그것이 아물지 않도록 계속해서 자극한 것이 대표적인 일입니다. 또한 국민적 합의혹은 국론통일이라는 이름아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나 집단을 배제하는데 급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 동안 국가의 경영을 책임지거나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갈등의 상처를 덧나게 하거나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여나가거나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정부의 수립도 중요합니다. 또한 힘 있는 국가가 평화를 지향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주위부터 갈등을 잘 받아들이고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바꾸어 가는 일입니다. 사회적 갈등이나 평화는 상대가 있는 것으로, 나나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작은 가능한 작은 일부터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한다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경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성별, 출신지역, 학교, 경제적 수준, 이념과 종교를 넘어서 더불어 지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무조건 다른 생각이나 사람들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경계 넘어서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구별짓기를 강조하는 사람이나 행동은 분명히 비판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 밖에 있는 의견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삶은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여야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노력 자체가 평화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와 내 주위를 바꾸어야 할 것이며, 아직은 구별짓기와 갈등에 덜 휩싸여 있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여전히 안팎의 환경들이 평화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평화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도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평화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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