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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6_6 강주원_남북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배우는 다른 창(窓) 만들기

by 어린이어깨동무 2017. 5. 9.

[팩트체크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남북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배우는  다른 창(窓) 만들기


강주원


 압록강변의 북한 사람들이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를 보고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해석을 할까 (2016년)  Ⓒ강주원



있는 그대로 본다혹은 배운 대로 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배운 대로 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자문화중심주의란 넓은 의미에서는 자신의 문화에 대한 성찰이나 비판 없이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나 자신의 문화의 여러 특질들의 존재에 대해 무관심을 공유하는 것도 포함된다.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한국문화인류학회 편, 2003-

 

2010년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한국 사회는 남북 관계와 관련되어 평화로운 만남 보다는 단절과 반목의 이정표가 세워진 길을 걸어가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새이다. 그리고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그때 태어난 아이가 가짜 뉴스가 화두인 2017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학원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 친구들이 그러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네, 엄마 위험하니까 집 밖에 나가지 마!”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나는 남북 관계의 모습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고민하였다.


답답한 마음은 2010년의 중학생들이 20대가 되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남북 관계를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게 하였을까?’ 아니면 배운 대로 보게 하였을까?’ 참으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목탄차는 한국 사회에서 북한 사회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대명사이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는 신형화물 트럭도 운행을 한다. 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한국 사회의 자화상 아닐까! (2016년) Ⓒ강주원

 

 

압록강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2000-

 

이러한 생각의 꼬리 물기는 이어졌다. 몇 달 전, 압록강의 수풍댐으로 유람선을 타고 가다가 십년 넘게 북한을 공부했다는 30대의 북한 연구자가 강박사님, 저기 보이는 북한의 마을과 건물들 그리고 화물트럭들이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신형이네요! 모두 선전마을과 선전물이죠?”라고 질문을 하였다.


그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80년대 초반)에 배웠던 낯익은 단어이자 몇 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년의 학자가 압록강변의 북한 아파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던 북한의 선전마을과 선전물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였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 앞에 잠시 할 말을 잃은 나를 대신해 40대의 조선족은 한마디 했다. “휴전선의 북한 마을은 그럴 수 있겠지만, 북한사람들이 압록강에 기대어 어울려 사는 중국사람들에게 왜 보여주기를 합니까? 여기는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배운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세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한국 사회의 높고 견고한 두 개의 장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수풍댐 근처 북한 마을을 보고 한국사람은 선전 마을이라 단언을 하고 단둥사람은 고개를 젓는다. (2016년) Ⓒ강주원


나는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에서 한국 사회는 이 국경(압록강) 지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는 질문을 하면서 압록강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설명하고자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나는 2017년에도 압록강과 남북 관계와 관련되어 반복되는 한국 언론의 오보와 왜곡 앞에서 내가 이러려고 연구하고 책을 출판 하였나 자괴감이 든다!”


단둥사람들은 단순 음주단속 정도로 생각하는 행위를 , 접경지역 경비 대폭 강화”(<SBS> 2017216일자)라는 제목과 함께 단둥시내 대낮에도 검문한다고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장벽이 높게만 느껴진다. 여기에다 2010년부터 한국 언론으로부터 남북 관계를 배운 대로 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대들이 한국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힘은 더 빠진다.


그렇다고 두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 남북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배우는 다른 창 만들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될까? 나는 압록강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어깨동무가 걸어가는 길에서 찾고자 한다. 그 작은 공이 한국 사회와 남북 관계에 놓인 장벽들을 넘나드는 꿈을 꾸어본다.


 

강주원 |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부터 중·조 국경과 연을 맺고 있다. 주 연구대상은 한국어와 삶을 공유하는 북한사람, 북한화교, 조선족, 한국사람이다. 이들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저서는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2013)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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