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레터(글)2020. 2. 19. 19:23

[한반도 에너지공동체 상상하기]

 

북한과 기후위기: 북한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정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이제는 ‘기후위기’나 ‘기후비상사태’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일 정도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제한하려면, 국가, 지역, 기업, 시민 모두가 동참해야 가능한 일이다. 작년 9월, 스웨덴의 청소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지구 곳곳에서 ‘기후파업’이라는 동시다발적 집회에 참여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운동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약 5천명이 모이는 역대 최대 행사가 열렸다.

 

유엔은 2021년부터 출범하는 신기후체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1992년 리우회의 결과 중 하나인 기후변화기본협약은 2008년부터 시행된 교토의정서로 구체화되었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2021년부터 선진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각자가 공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 의무감축 국가가 아니었던 남북 모두 기후행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1월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각 국가들은 유엔에 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장기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두고 최근 한국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데, 6월 서울에서 열리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이 발표되길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북한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체제위기 및 경제난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대북제제 속에서 자연재해와 식량위기와 에너지위기가 중첩되어 악순환에 빠진 결과다. 물론 정권의 대응실패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고난의 행군’을 지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북한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다. 왜 그럴까?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실가스나 기온상승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생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류 문명사적 과제로 규정된다. 지질학적 시간대로 볼 때, 우리는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인류세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해결하자면 인류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그 책임은 차별적이라는 원칙이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따져보면, 개도국보다 선진국이, 빈곤층보다 부유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비용과 편익의 공평한 분배가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홀로세 (Holocene, 完新世)
홀로세는 마지막 빙기가 끝나는 약 1만년 전부터 가까운 미래도 포함하여 현재까지이다. 지질 시대의 마지막 시대 구분이다. 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現世)라고도 부른다. 그 경계는 유럽 대륙빙상의 소멸을 가지고 정의되었다.
인류세 (人類世, Anthropocene)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시기를 구분한 지질시대의 이름. 공식적인 지질시대는 아니며 2016년 기준 국제층서위원회(ICS)에서 검토 중이다.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한 1800년대 산업혁명이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경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경제활동 수준이 낮아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 1990년대의 경제난과 에너지위기가 지속된 결과이다. 2015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남한의 1/13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런 사실은 북한이 기후변화 책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사회재난의 피해와 손실에 대해 선진국과 국제기구로부터 보상을 받거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보는 것이 맞다. 북한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산림황폐, 수질오염, 토질저하 등 환경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 스스로가 제시한 2030년 감축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에 회복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작년 연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회의가 열렸다. 이 소식을 전한 로동신문에는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하여 자연의 광란이 류달리 횡포하였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보다 앞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북한 대표의 연설 내용도 흥미롭다.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과 미래 세대에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기후비상사태에 필요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수력, 조력,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산림녹화 사업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우선에 놓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외교적 발언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우리에게 낯선 ‘북한’과 ‘기후변화’, 이 조합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선진국과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대목도 북한답기도 하고, 기후정의를 주장하는 빈국과 개도국의 입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연설 요지는 이렇다. 파리협정 하에서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빈국과 개도국이 겪는 기후변화 손실피해 비용이 엄청난 수준임을 고려하여 빈국과 개도국에 대한 재정과 기술 지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 즉 내정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리고 선진국의 감축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북한은 2030년 감축목표를 2016년 제출했던 것보다 상향 조정했다. 자체적으로 16.4%를 감축하고 해외 지원이 있을 경우 36%를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2007 년에 촬영한 평양의학대학병원 본관 태양광 발전 설비  ⓒ 어린이어깨동무

 

이 같은 북한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지원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후변화를 매개로 정상국가의 이미지도 얻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맞는 말이다. 작년 말에 유엔 산하의 녹색기후기금(GCF)은 북한이 신청한 능력배양사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중요하게 봐야할 내용이 있다. 감축목표도 중요하지만, 달성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주요 정책 수단으로 에너지 소비 저감과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 산림과 농업, 폐기물 관리, 국제협력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탄발전소를 신형으로 대체하고 핵발전소를 다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국제적으로 탈석탄 흐름이 형성되고 있고, 핵발전소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동떨어진 계획이다. 물론 동유럽과 개도국 일부에서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면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게 될지 모른다. 남한 내에서도 점차 탈석탄, 탈핵,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과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가까운 곳 북한의 대형 에너지시설은 남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기존 에너지 안보가 석유와 가스 확보를 통해 보장되었다면, 이제는 국가와 지역별로 잠재량이 풍부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점에 왔다. 그러나 무한한 자원도 아니고 무력충돌의 가능성도 큰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기후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 많은 미래학자와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기후전쟁의 양상은 다양하다. 기후난민을 막기 위한 국경 통제부터 내전이나 전면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위험천만한 지구공학 기술로 인한 자연재앙도 여기에 포함된다.

 

어느 국제 안보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악화된 식량난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 한국에 흡수되고, 한반도 전체가 곤경에 처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예견한 적이 있다(귄 다이어, 『기후대전』, 김영사, 2011). 실현되어서는 곤란한 미래상이다. 이제 우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에 이르렀다. 기후위기 시대에 ‘한반도 에너지공동체’라는 과제에 도전해보자

 

이정필ㅣ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정치외교학을 잠시 공부했다. 수업에 들어가기보단 학생회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교외활동은 주로 거리와 술집에서 했다. 10년 넘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적색과 녹색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정의로운 전환’ 개념에 매달려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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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이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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