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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8_2 간우연_마을교육자원을 활용한 평화통일교육 사례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11. 19.

[한반도 평화교육] 

마을교육자원을 활용한 평화통일교육 사례

간우연


왜 지역의 평화통일교육인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통일교육은 바로 체험학습이다. 사전교육을 진행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 그 자체가 매우 기대되는 일이다. 체험학습을 가기 위한 학습을 진행하면 아이들과 일종의 계약이 생긴다. 재미없고 어려운 통일이야기지만 이 이야기 끝에는 체험학습이 있으니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다. 근무하고 있는 시흥에서 그렇게 매년 접경 지역인 파주에 가서 DMZ, 민통선, 임진각, 오두산통일전망대 등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하루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되는 체험학습에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이런 체험학습은 특별한 이벤트처럼 여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한 이벤트라고 해도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그러한 체험학습은 많은 부분 휘발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어려움을 줄이고 평화통일교육을 학생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정답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동네), 지역에 있었다.

 

마을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니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평화통일은 어느 한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은 파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흥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를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통일과 관련해서 지역에 어떤 공간이 있을까?
대부분의 지자체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 다만 이러한 공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시흥에서도 산속에 있어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이러한 공간을 찾아내 학생들에게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 그리고 평화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 통일이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이외에도 한국전쟁 UN군 참전기념비와 같은 공간도 같은 맥락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볼 때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과정은 어떠해야하는지 그리고 전쟁의 아픔은 또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3·1만세운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다. 지역마다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분들의 흔적을 찾아내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이분들이 꿈꿨던 독립된 나라는 지금의 분단된 나라였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시흥시는 지역의 애국지사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제시대의 평화롭지 못했던 시기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분들의 이야기와 그 분들이 꿈꾼 독립된 나라의 모습은 어떠한 나라였는지를 생각해 보고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교해 보게 되면 그 속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쟁의 아픔이 전해지는 장소도 활용할 수 있다. 국군 유해 발굴지 혹은 양민학살지와 같은 장소는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중요한 건 전쟁의 아픔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바로 평화와 통일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조금 더 공부한다면 한국전쟁 당시 지역의 전쟁자료를 찾아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하고, 그러한 아픔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할 수 있다. 또 실제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 가서 당시 전투에 참전한 군인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더불어 그 가족은 어떠한 마음이었을지 가늠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지금껏 전쟁은 주로 전투로만 기억했지,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했다. 이러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다.


지역 평화통일 체험학습
체험학습을 진행하기 전에 한국전쟁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과서에서는 한국전쟁의 발발과정과 진행과정을 전투 위주로 나타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과 북한과 중공군의 싸움이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전쟁의 피해가 숫자로 나타나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 하면서 교과서에는 전쟁을 숫자나 사건으로만 보고, 그 혼란 속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져 있음을 발견했다. 전쟁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았는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전쟁을 겪으며 지낸 가족의 이야기는 온양이그림책으로, 전쟁 속에 친구를 잃은 아픔은 그림책 숨바꼭질, 전쟁을 치른 군인의 이야기는 어느 학도병의 편지를 읽으며 생각을 나누었다. 전쟁 속에 서 사람들이 겪은 아픔에 대해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만약 내가 전쟁 속에서 살아갔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국군유해발굴지에 간다는 것과 그곳에서 벌어졌던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병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서 편지함을 국군유해발굴지에 놓고 오기로 했다. 각자 편지를 써서 준비한 편지함에 넣었다.

 

체험학습 당일 수리산 국군유해발굴지에 갔다. 시흥에서 가까운 수암봉에서 수리산 레이더 기지 쪽으로 가다보면 능선 아래쪽 등산로 주변에 있다. 이곳에 가려면 등산을 해야 한다. 아이들과 등산로 입구에 모여 우리가 만나러 가는 이름 모를 병사가 1951년 전쟁 당시 어떤 마음으로 저곳에 올랐을까? 라는 질문과 그 병사가 짊어졌을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무섭고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1시간여 등산은 정말 아이들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잠시 쉬면서 1951년 중공군과의 싸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쟁사에는 수리산 전투라고 되어 있고 미군과 터키군이 참전했던 곳이라는 말을 이어갔다. 국군유해발굴지에 도착하고 나서 주변을 돌아봤다. 이 병사는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묻혔을까?, 이 병사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비해간 추모 편지함을 놓고 헌화와 묵념을 했다.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나서 며칠 뒤 안산재향군인회에서 학교로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군인들을 기억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교장선생님이 전해주었다. 학생들에게 전하니 모두 뿌듯한 얼굴이었다.

국군유해발굴지에 헌화 및 편지함 설치 모습

다음으로 간 곳은 시흥 현충탑이다. 이곳은 시흥시가 생기고 나서 관내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영위를 모신 곳이다. 현충탑은 산속에 들어가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현충탑에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현충탑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나서 주변에 있는 영위를 닦는 활동을 했다.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한국전쟁 참전용사, 베트남 참전용사의 영위가 있었다. 아이들이 하나 하나 그들의 이름을 진지하게 닦았다. 나중에 나오며 들은 말은 눈물이 날 것 같아 참기 힘들었고 그분들이 정말 고마웠다였다. 현충탑을 나오면서 이런 시설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흥 현충탑 참배 및 영위 닦기 활동 모습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비이다. 학교 근처 은행동 근린공원 내에 있다. 규모는 작지만 한국전쟁 당시 다국적군으로 참전한 나라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공원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킥보드 탄 일, 가족 산책한 일 등 일상생활을 했던 곳을 체험학습으로 오니 이상하다고 한다. 비석 내용을 한 번씩 읽으면서 한국전쟁 당시 많은 나라들이 참전했고 멀리 다른 나라에까지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참전한 것을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다음부터 이곳에서 놀 땐 전쟁에 참여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기억하겠다고 한다.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나서
체험학습을 마치고 아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소감문을 통해 그날의 느낌을 오래도록 남겼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군인들이 이 산을 올랐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20kg~40kg 짜리 군장을 매고 뛰어간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한 상황인데도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다. 지금은 사람들이 편히 등산을 하기 위해 등산로가 만들어 졌지만, 그땐 그런 것조차도 없어서 아주 가파른 산을 뛰어 올라가야 했으니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들이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 싸운 것이 대단히 존경스럽고 감사했다.

 

"돌로 만든 지지대에 편지함과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린 잠시 묵념을 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과 지금의 우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70년이 지났지만 그 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묵념이 끝난 뒤 우리는 터벅터벅 산을 내려왔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당시 5학년 학생 김00 소감글)

 

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의 어떤 자원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 자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연결하여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각각의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구성하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군유해발굴지에서 그 당시 병사의 마음을 상상하여 글쓰기 활동을 진행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교사 혼자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할 순 없다. 그렇다면 마을에 이와 관련된 마을 교사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평화통일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마을 교사가 협력해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간우연 | 경기도 시흥에서 초등학교 학생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아이들과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려 노력합니다. 잘 안되지만 계속 시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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