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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9_4 김양희_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에 대한 기대

by 어린이어깨동무 2022. 2. 18.

[평화의 눈으로 읽는 북녘]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에 대한 기대

김양희

 

당전원회의서 ‘새로운 농촌건설 강령’ 발표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발표하고 농촌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식량문제’를 꼽았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매년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를 발표하며 한 해 동안 북한 당국이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 등을 제시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연말에 당 전원회의를 통해 참석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한 내년도 및 앞으로 벌여나갈 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전원회의란 북한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당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하는 기구를 말한다. 조선로동당 전원회의는 당 정치국 성원뿐 아니라 중앙위 위원과 후보위원 전원이 참가하며, 국가의 핵심 전략과 정책 노선이 논의·결정되는데 통상적으로 1년에 상·하반기 2차례 열린다. 북한은 2021년 연말에도 며칠에 걸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 성과를 결산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2년 차를 맞으며 여러 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는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1)당 및 국가 정책들의 집행정형 총화 및 사업계획 2)국가 예산 집행정형 및 국가 예산안 3)사회주의 농촌 문제의 당면 과업 4)당규약 수정 5)당조직 사상 생활 정형 6)조직 문제와 관한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말 그대로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새해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여러 논의들이 오고 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농업 생산 증산 등을 통한 식량문제의 해결에 대한 내용이다. 북한의 신년사나 전원회의 등에서 식량 등 농업과 관련한 논의가 빠진 적이 없었지만, 지난 1월 3일 <조선일보>가 ‘대남·대미 메시지는 딱 한문장.. 김정은 “농업·농촌” 143회 언급’이라는 기사를 냈을 만큼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그 어떤 부문보다 농업을 특히 강조했다.


식량문제 해결을 기본과업으로
2022년 1월 1일자 <로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2일 차에서 김 총비서가 “사회주의농촌 발전에서 중대한 변혁적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인 보고를 하시었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이날 ‘사회주의 농촌건설’과 관련한 새로운 강령을 발표했다. <로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농업 생산을 증대시켜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농촌발전 전략의 기본과업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10년 동안에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생산 목표와 축산물, 과일, 남새(채소), 공예작물, 잠업 생산 목표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발표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지난해 북한 당국이 5개년짜리의 국가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는데, 이와는 별도로 10년짜리의 농업 관련 목표를 세운 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문제’를 단일 의제로 놓고 논의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회의 ‘결론’ 보도에서도 농촌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같은 사실은 현재 북한에서 먹는 문제의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는 상황임을 방증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에서 지속적인 농업생산 증대를 통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 “종자혁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농사체계와 방법을 확립하며 농업기상예보의 신속성과 과학성, 정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중단 이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대북 제재 및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조치에다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부족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른 부분은 북한 당국이 해결할 수 없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는 자연재해로 인해 수확을 앞둔 식량이 손실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높은 관심을 뒀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모든 시·군들에서자체의 힘으로 국토관리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자기 지역을 그 어떤 자연재해에도 끄떡없게,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의 핵심 사상”이라고 강조하며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비한 국토환경 관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은 이의 일환으로 자연재해에 대비한 식량증산 정책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


인민들의 주식을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겠다
김 총비서는 또한 “나라의 알곡생산구조를 바꾸고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도 당이 중시하는 과업”이라며 “그동안 감자와 옥수수 등으로 배를 채우던 주민들의 주식을 쌀과 밀가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남한의 평야지대와는 달리 북한은 국토의 다수가 지형적으로 척박해 쌀농사가 어려웠고,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일성 시대에는 옥수수 재배를 육성해 강냉이밥, 강냉이죽, 강냉이국수 등 강냉이 관련 요리가 적극적으로 개발되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산 삼지연 일대를 감자농업기지로 적극 개발하며 ‘감자농사혁명’을 추진했고, 김정은 시대에는 쌀과 밀가루를 주식으로 삼기 위해 쌀과 밀 농사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그동안 취약계층의 식량부족의 문제가 지속 제기되긴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쌀이나 밀가루에 대한 소비가 늘었고, 코로나19로 외부 식량 원조나 수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밀을 최대한 자력으로 생산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 사회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섭취하는 주식의 곡물 비율을 보면, “거의 입쌀을 먹었다”는 응답률이 2015년에는 61.4%였으나 2016년 60.1%, 2017년 52.3%, 2018년 45.3%로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급상승하여 69.0%에 이르렀다. 또한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2019년 조사에 이어 2020년 조사에서도 높은 입쌀 섭취 응답률이 계속 유지될 정도로 북한 주민들의 입쌀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밀가루의 수입량도 2019년에는 20만톤 이상이었으며, 코로나19로 무역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2020년 밀가루 수입량은 10만톤이 넘었다.


농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
이외에도 김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하는 특별 조치를 선포하고 농촌마을을 현대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책도 논의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곡물 중 토지·관개·전기 사용료나 비료 등 국가가 제공한 지원 비용을 반납한 나머지를 농민이 가져가는 포전담당제 등의 정책을 도입했는데, 국가지원을 갚을 만큼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생긴 빚을 탕감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농촌마을을 현대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며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농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농업 부분을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업 부분 독려는 지난 1월 27~28일 개최된 조선농업근로자동맹 9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서한을 통해 “앞으로 농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더욱 구체화 되었다. 또한 “벼와 밀 재배 면적을 늘리고 생산을 장성시켜 우리 인민들에게 백미와 밀가루를 공급하려는 당의 구상을 빛나게 실현해 나가도록 정치사업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며 “밭으로 전환된 논들을 ‘환원복구’해 논벼를 심고 밀농사를 많이 하라”는 등의 방침을 제시했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우선 지난 1월 21일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내각 행정기관인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하기도 했다. 북한이 내각 체제에서 농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성’에서 ‘위원회’로 격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 내각에서 ‘위원회’ 지위를 가진 곳은 국가계획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규모와 비중이 큰 업무를 관장하는 8곳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농업성은 그동안 농사와 축산, 농촌 정책 등을 총괄해왔으나 규모와 권한을 위원회로 키움으로써 농업 생산 증대는 물론 각 시군 등에서 진행하는 살림집 건설 등 농촌 정책 전반을 지휘·지도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10년간의 농업 발전에 대한 계획 수립을 통해 농업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농민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쏟아붓는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계획이 주민들에게 쌀과 밀가루를 부족함 없이 주는 정책이 될지, 아니면 주민들의 기대를 외면하는 말뿐인 정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김양희 | 전공을 살려 식품 전문기자로 일하던 중 운명처럼 <통일뉴스>의 민족음식이야기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이후 사람들이 친숙한 음식을 통해 북한을 떠올려보길 바라며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는 책을 발간했다. 독자들과 함께 옥류관에 평양랭면을 먹으러 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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