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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21

피스레터 No21_3 김성일_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평화를 담은 공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가 된 '옛 남영동 대공분실' 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성일 지난 2016년 가을부터 17년 봄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피어 올랐던 촛불을 떠올려 본다. 꽁꽁 동여맨 부위를 여지없이 파고드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시청광장으로 광화문으로 종로로 안국로로 서로의 함성과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던 그 시간들. 그 겨울 우리는 그렇게 개인과 역사가 조웅하는 광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촛불의 힘을 계승하겠다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그렇게 2017년 한 해는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그리고 세월호 사건 등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소외, 슬픔과 고통, 권력자들의 막무가내식 부정과 부패에 대한 분노.. 2020. 2. 19.
피스레터 No21_4 남동훈_평범한 동네 주민들의 연극배우 도전기 [사람 사는 이야기, 연극] 무말랭이 연극 만들기 평범한 동네 주민들의 연극배우 도전기 남동훈 동네주민들이 연극을 한다고? 2008년 5월 중순경. 대학 연극반 동기 민규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주민들이 연극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자기 밖에 없어서 총대를 메고 연출을 구하고 있다, 해줄 수 있겠냐고 한다. 숨이 가쁘다. 차근차근 물어보니 2007년에 창단, 희곡을 몇 편 낭독 했고, 올해 마을축제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했는데, 연극이 아닌 시낭송과 노래 공연이었다고 한다. 명색이 극단인데 다음번에는 꼭 연극을 올려야 한다며 한마디 한마디가 절절하다. “그건 그렇고 극단 이름은 뭔데?” “어, 무말랭이라고...” “무말랭이? ㅍㅎ” 일단 한 번 만나.. 2020. 2. 18.
피스레터 No21_5 임요한_뜨겁게 뜨겁게 안녕 [죄충우돌 교실이야기] 뜨겁게 뜨겁게 안녕 임요한 2020년 2월. 학교는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다. 누군가는 학교를 떠나고, 누군가는 학교에 새로 오고. 나도 딱 1년 전인 2019년 2월에 인사 발령으로 이곳에 왔다. 부임한 지 3년밖에 안 된 송도국제도시의 신송고와 쿨내 진동하는 작별 인사를 하고, 이곳 옹진군 영흥면 내리에 있는 영흥고로 와서 부임 인사를 했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은 지난 2월 7일 2020학년도 중등교사 정기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몇 분은 학교를 떠나시게 되었고, 또 그 자리에 새로운 분들이 오게 되었다. 학생들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고3들은 6년 간 정들었던 영흥중고를 떠나 이 섬 밖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 반 영흥고 2학년 2반도 곧 .. 2020. 2. 17.
피스레터 No20_1 이기범_새로운 터전에서 ‘제대로 된 평화혁명’으로 나아갑니다 [이슈] 새로운 터전에서 ‘제대로 된 평화혁명’으로 나아갑니다 이기범 드디어 어깨동무를 오롯이 담을 수 있는 터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렇게 가까이 왔던 남북의 평화가 다시 질척거리고 있어서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쉽게 곁을 허락하지 않네요. 그야말로 ‘기나긴 혁명’을 거쳐야만 닿을 수 있나 봅니다. 과거의 남북 관계와는 또 다른 낯선 길을 열어갈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새 터전이 그렇게 각별하게 여겨집니다. 기나긴 길로 나설 채비를 할 수 있는 곳. 같이 걸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걷고 또 걷다 돌아올 수 있는 곳. 험한 봉우리 넘은 사연을 나누고 더 험한 봉우리 넘을 궁리를 하는 곳. 굽고 험한 길을 가다가 함께 모이고 먹고 웃을 수 있는 .. 2019. 11. 19.
피스레터 No20_2 정영철_희망의 근거_정부와 시민사회의 연대 [한반도평화읽기] 희망의 근거 -정부와 시민사회의 연대- 정영철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북의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은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선언했고, 그 이후 10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지시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정상회의’에 참석한 북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은 ‘역사적인 남북 선언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남조선당국의 외세의존정책과 사대적 근성’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남북관계의 개선은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북의 발언은 남북관계가 공동선.. 2019. 11. 19.
피스레터 No20_3 박정배_국수, 농마국수, 함흥냉면, 밀면 [음식으로 만나는 남과 북] 국수, 농마국수, 함흥냉면, 밀면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남북이 북한에서 만날 때면 평양냉면이 언제나 화제에 오른다. 중국의 면(麵) 요리를 한국인은 국수로 부른다. 국수란 단어의 최초 기록도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編)에 '국슈(麵)'으로 나온다. 면(麵)은 중국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면을 총칭하지만 한국에서는 밀가루, 메밀가루 등 모든 면을 총칭하고 국수도 마찬가지다. 서정범 교수는 한민족 고유어 '국'은 물이 중심인 음식을 말한다고 했고 '수'도 물의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서정범 교수에 의하면 국수는 국물 음식이란 뜻이 된다. 평양 사람들은 평양냉면을 국수라 부른다. 평양의 국수가 유명해지면서 평양의 찬 국수는 평양냉면이 되었다. 함경도 분들도 자신들의 면 음식을 .. 2019. 11. 18.
피스레터 No20_4 박종호_분노를 넘어 희망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필요한 까닭 [평화의 마중물] 코리밀라 공동체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4) 분노를 넘어 희망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필요한 까닭 박종호 지난 밤 김동진 박사 평화 책 잔치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최관의, 심은보, 댄 가즌, 김경옥 선생님과 ‘벨파스트의 마지막 밤’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면서 기네스 맥주를 신나게 마셨다. 젊은 두 사람을 남겨 두고 방에 올라와서 눈을 붙인 시간이 새벽 2시, 어찌어찌해서 맥주를 사느라고 지갑을 털린(^^) 최관의 선생님은 주무시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냥 눈을 감았다 뜨니, 오전 모이는 시간이 코앞에 와 있다. 오늘 마지막 방문지인 벨파스트 교육청 지원센터(Belvoir Youth Centre)에 들어섰다. 북아일랜드 사회통합을 위해 교육청이 하는 여러 일 가.. 2019. 11. 18.
피스레터 No20_5 김영환_친일청산과 역사정의의 실현으로 평화의 길을 열다 [평화를 담은 공간-1] 친일청산과 역사정의의 실현으로 평화의 길을 열다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역사박물관- 김영환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일본기업(일본제철)에 강제동원되어 강제노동 피해를 당한 원고들에게 역사적인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1997년부터 일본과 한국의 법정에서 자신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싸워 온 피해자들이 20여년의 기나긴 투쟁 끝에 마침내 승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은 국제인권법의 성과를 반영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식민지배와 직결된 강제동원·강제노동이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의 극복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 세계사적인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냉전과 분단체제 아래에서 .. 2019. 11. 18.
피스레터 No20_6 임요한_모래야 나는 얼마나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모래야 나는 얼마나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임요한 인천영흥고에 부임한 지도 여덟 달이 지났다. 추운 겨울에 처음 부임 인사를 와서 첫 만남으로 설레던 봄을 보내고,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싱그러웠던 여름도 보내고 영흥도에서의 첫 가을을 맞이한다. 아직까지 영흥에서의 생활이 대부분 평화롭고 행복하지만 가끔은 원인모를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주는 고립감, 농어촌 지역이기 때문에 누리기 어려운 문화적 혜택 등이 그 이유일 게다. 이를테면 어느 날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 세트가 너무나 먹고 싶다거나, 몇 달 동안 출시를 기다려온 한정판 운동화의 실물이 너무나 보고 싶다거나.. 2019. 11. 14.
피스레터 No19_1 정진화_평화의 시대, 우리 아이들의 평화를 찾아서 [이슈] 평화의 시대, 우리 아이들의 평화를 찾아서 정진화 평화의 시대에 청소년들은 안녕한가? 도무지 뚫릴 수 없는 철옹성같던 남북미 관계가 작년부터 놀라운 반전과 진전을 보여주고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반도의 평화 시대가 오고 있다. 식민지와 전쟁에 멍든 기성세대와 달리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청소년들의 일상은 그래서 얼마나 더 평화로울까. 어른들은 하루 8시간 노동, 주 52시간 노동이 정착되어 간다는데, 학생들은 학교 수업 끝나면 서둘러 저녁도 잘 못 먹고 학원 갔다가 한밤중에 돌아오는 일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자유학년제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중학교 1학년은 시험으로부터 자유롭고 진로탐색 할 여유시간이 늘어났다지만, 학원 가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활동도 하고 방과후 활동도 하면서.. 2019. 8. 16.
피스레터 No19_2 김동엽_판문점 회동 이후, 희망과 과제 [한반도평화읽기] 판문점 회동 이후, 희망과 과제 김동엽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잠시 만나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것 같았던 북미 정상 간 만남은 1시간 가까운 대화로 이어졌다. 사진 한 장 남길 것 같았던 상봉은 2~3주내 북미 실무회담 재개라는 성과까지 도출했다. 무언가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던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건만 북미 실무회담조차 언제 열릴지 깜깜 무소식이다. 말은 풍년인데 실제 수확된 것은 없다. 한미연합 연습은 계획대로 실시되었고 이를 핑계로 판문점 회동 이후에만 북한은 5차례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 올렸다. 2018년이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한반도의 시계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하기 전으.. 2019. 8. 15.
피스레터 No19_3 박정배_평양냉면, 서울냉면 [음식으로 만나는 남과 북] 평양냉면, 서울냉면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차가운 국물에 면을 말아먹는 음식문화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국물을 좋아하는 한민족의 음식 문화와 온돌의 뜨거움과 여름 더위를 견디기 위해 찬 육수에 국수를 말아먹는 냉면이 탄생한 것이다. 2018년은 몇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뜨거웠고 차가운 냉면은 주연급 조연으로 한민족은 물론 전세계인의 이목을 받았다. 서울의 냉면집들도 덩달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최근 들어 북한 이탈 주민들의 냉면집 창업도 이어지고 있다. 평양의 냉면 문화는 건재하고 서울의 냉면 문화는 세련되고 다양화되었다. 평양냉면에 견줄 실체가 서울냉면으로 구축되었다. 해방 전까지의 평양냉면 한민족 최초의 냉면 기록은 조선 중기의 문인 장유(張維,.. 2019.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