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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4_1 신영전_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한반도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11. 20.

[한반도 이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한반도

신영전(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한반도

며칠 전 신문에는 충남 예산에서 방사한 천연기념물 제199호 암컷 황새가 한 번도 쉬지 않고 1100km 날아 타이완 남쪽 지역인 타이난까지 갔다는 소식이 실렸다. 새들에게는 국경이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이 꼭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음은 또 다른 며칠 전 신문기사다. 

지난 10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확진된 것은 2년 8개월 만이다.

조류독감은 닭·칠면조 등 야생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닭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감염되면 호흡 곤란으로 폐사(斃死)한다. 이에 농식품부는 항원 검출 지점 반경 500m 이내 사람·차량에 대해 출입 금지를 명령하고 통제 초소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있다. 야생조류 방역 지역(반경 10km)에 포함된 3개 시·군(천안·아산·세종)의 철새도래지에는 축산 차량 진입도 금지하고 있다. 이 조류독감이 피해를 입히는 건 닭을 포함한 새들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국경을 넘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환자가 주로 발생하는 곳은 휴전선 근방이라 남북은 오랫동안 함께 모기 방제를 해왔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등을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마침내 대북 말라리아 방역 지원까지 중단한 탓에 남한 내 말라리아 환자도 늘어나 서둘러 다시 협력을 재개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휴전선 인근에서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인근 양돈 농가의 약 10만 두가 살처분대상이 되었다. 

지난 3월11일 세계보건기구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결국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을 선언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역사상 세번째 선언이다. 

중국에 이어 유럽보다 먼저 코로나19의 유행을 맞았던 우리나라도 10월 말 현재 확진자 2만5천명, 사망자도 460명에 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4300만명의 확진자와 116만 명 넘는 이들이 사망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는 학교 개학연기와 함께 미사, 예배와 같은 종교행사까지 중단하는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졌고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1년 가까이 앞다투어 국경을 전부 또는 일부 닫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은 ‘코로나 블루’라는 집단적 우울감을 야기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고대하는 이들이게는 더욱 그렇다. 정치적 경색 국면가운데 남북관계가 더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세계 어떤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1월 22일 북한은 모든 외국인 관광을 중단하고, 25일부터는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 국경폐쇄조치를 신속히 시행했다. 2월 6일부터는 위생방역체계가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되어 중앙으로부터 도, 시, 군에 이르기까지 비상방역지휘부가 조직되었다. 최고 지휘 조직은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다. 2월13일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종래 격리기간을 14일에서 30일로 연장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후 모든 조직 단위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검역, 소독, 격리 등의 조치들을 수행하고 있다. 특별히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위생선전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길거리 방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하여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것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매체에서 매일 상당한 지면을 지속적으로 할애하여 세계보건기구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코로나19 발생실태, 임상·역학적 특징, 대응 방법, 의학관련 전문 정보들을 구체적인 수치들까지 구체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탈북민의 재월북에 따른 개성시 봉쇄와 최대 비상체제로의 전환 등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 발표의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은 검진, 방역, 방호 장비, 약제 등의 절대부족, 격리자들의 식량, 생활보장을 위한 지원물자 부족,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제적 정보교류 및 협력의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장기간의 경제제재, 최근 자연재해까지 맞물려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월2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정보·조기경보국(GIEWS)은 올해 과도한 강우량 등 불규칙한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 불안이 북한 내 많은 사람에게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해외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80일 전투’라는 이름으로 생산량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6월17일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총격 사건을 정점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통지문과 친서,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일 75주년 연설을 계기로 다시 희망의 불꽃을 살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과 과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고 있다. 

첫째, “우리 모두는 한 미생물의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한 브룬그란트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말처럼, 적어도 감염병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전 세계가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이다. 둘째, 감염병 유행은 한 나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일시적으로 격리와 국경 폐쇄 등은 필요할 수 있지만, 영원히 그것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남북한 모두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경우, 매년 600만명의 중국관광객과 200만명의 일본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인해 오지 못하고 있고, 북한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 있게 추진 하던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 등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넷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며, 언제든지 코로나20, 21, 22의 발생이 일어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에게 보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이며 전문적인 감염병 국제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특별히 감염병의 특성상 전문가 간의 지속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가축 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9월22일(미국 뉴욕시간)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습니다.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나는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잘사는 ‘평화경제’를 말해왔습니다. 또한 재해재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 간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나는 오늘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 주길 기대하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합니다.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 입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와 남북을 넘어선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은 그 방향 면에서 매우 적절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이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끌어 내는 정치력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정상간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진행하려던 타미플루 지원 사업이 지난 2019년 1월 유엔사가 경제제재를 이유로 트럭 이동을 문제 삼아 성사되지 못한 것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서해에서일어난 비극적 사건이 재연되지 않게 남북한 연락선을 즉각 개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 더 나아가 아시아, 세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그저 정치지도자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남, 한-미, 한-유엔사 간의 장애물 역시 제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시민세력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남북, 국제 협력이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보다 견고한 국제적 협력 없이는 경제성장도,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매우 절박하고 중요한 공간 중 한 곳이 한반도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기존 국가안보의 패러다임을 ‘적대’에서 ‘공존’으로 전환하고 보다 견고한 지역 공중보건·위생체계를 구축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 모범적인 사례가 한반도에서 나오기를 희망해 본다. 

나는 이 글의 시작을 “새들에게는 국경이 없다”는 말로 시작했다. 여기에 걸 맞는 노래 하나가 있다. 월북 작가 작사, 남한 작곡가 만든 ‘임진강’이란 노래다. 사연 많은 이 노래는 한 많은 재일 조선인의 삶을 담은 “박치기!(パッチギ!)”란 영화의 주제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가사의 1절은 다음과 같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새들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고대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로이 임진강을 넘나드는 날을 꿈꿔 본다. 

 


신영전 ㅣ 한반도 평화체제 구현이 인류사적 과제라 믿는 한양대학교/보건대학원 교수다. 2005년 전후 시작된 남북 모자보건사업 초기 제안서를 쓴 것을 계기로 남북 보건의료 전문가로 지내고 있다. 신축 건물로 바꾸기로 하고 남포 어린이 병원을 부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교류가 중단되어 지키지 못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남북 교류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요즈음 행동 슬로건은 “원 코리아 원 헬스(One Korea, One Health)’이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안정적인 방역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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