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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4_3 조진석_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11. 20.

[평화를 담은 공간]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조진석

 

올해 2월 이후, 집 나서기 무서워졌다.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워졌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다. 학교 가는 것도, 가게문을 여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추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자영업자 긴급지원금을 받았다. 소상인 긴급대출을 받았다. 1월에 꿈꾸었던 수많은 일이 백일몽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 모두가 위험천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화관, 카페, 책방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던 곳,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설이 기피시설이 되고 말았다. 늘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었던 동네책방으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패닉 상황을 맞았다. 

1월 말 책방이음에서 2km 떨어진 성신여대 입구 영화관에서 확진 환자 발생, 영화관 폐쇄. 2월 초 1km 이내인 올림픽기념생활관 확진 환자 발생, 모든 스포츠 프로그램 중단, 생활관 폐쇄. 올림픽기념생활관 근처 혜화초등학교 인근에서 확진 환자 거쳐 간 것으로 판명. 2월 중순과 말 500m 거리의 교회에서 확진 환자 연속 발생, 교회 폐쇄 및 밀접접촉자 추적 중. 코로나19는 점점 더 가까이 책방이음으로 다가왔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코로나 이전 사람과 사람이 만나던 <책방이음>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인한 사람들의 공포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버스나 기차 그리고 지하철을 탈 때 마스크를 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었으며, 그렇게 마스크를 쓴 이들을 의심의 눈으로 멀찍이 떨어져(보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국민들은 19일이나 병원 명단을 감춘 정부를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알파벳으로만 밝힌 실명을 여러 경로로 추적하여 알아냈다. 아무도 믿지 않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정부와 병원과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깨진 자리에서 어울리는 사자성어가 유행했다. 각자도생.” 메르스사태를 다룬 소설 <살아야겠다>의 문장이 되살아나는 상황이었다. 공포감을 줄이고, 절망을 넘어서면서, 각자도생이 아닌 길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단톡방 책모임을 만들었다. 6주 동안 매주 월요일 8시, 참여자 8명. 각자의 생존을 확인하고 1주일 동안의 생활을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우리가 맞은 유례없는 상황에서, <살아야겠다>. 그날이 오면 한 주 동안 읽은 것을 이야기했고, 마지막엔 짧은 감상평으로 마무리했다. 

 

“우리가 비겁한 다행에 안주하면 결국 언젠가 우리도 외롭게 불행을 만나게 된다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하며 나라면 어떠했을지 무섭지만 상상해보며 읽었다... 소설이 끝나도 전염병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전염병은 반복되어 언젠가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피해자들을 배척하지 않고 관심을 끌어안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병이 온전히 다 낫고 난 뒤에도 후유증은 남았고 타인의 편견도 남아 병균 취급을 당하는 ‘동화’가, 현실을 지옥이라 칭하며 자살까지 시도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코로나19에서 완치된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르스 환자의 병원에서의 삶과 완치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언론에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기억이 없다. 전염병이지만, 내게 닥친 일이 아니라 나와는 관계없다고 치부하고 넘어갔던 일로 인해서 누군가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저희 병원에도 지금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해 계신데 그 병동이 있는 층에 나는 안 가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것이, 생각의 끝이었다. 근데 책을 읽으면서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는 물론 본인의 부주의가 개입되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회시스템 때문에 걸린 분들도 분명 있을 텐데... 그분들은 어떻게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감염병 환자들이,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도 감염의 우려라는 이유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게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책 속에서 메르스 마지막 환자인 김석주가 림프종이 재발했고 원래 아픈 사람이라 메르스가 치료되지 않는 것처럼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도 어느 정도 반복되는 것 같다. 코로나 19 초기 사망자 10명 중 7명이 어느 지역 정신병동에서 나왔는데,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원래 나이가 많았고, 기저질환이 있었고, 정신병동 특성상 증상을 인지하기 어렵고 폐쇄 병동이었고 그래서 치료가 어려웠다고... 지금도 노인 사망자가 많은데 환자 개인에게 사망의 원인이 있었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소외받는 약자를 무관심 속에 방치했던 사회에 진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게 닥친 일이 아니어서... 메르스 때도... 이번 코로나 초기에도 먼산 불구경하듯 관심이 없었던 제가 부끄러웠어요...” 

“삶과 죽음을 재수나 운에 맡겨선 안 된다. 그 전염병에 안 걸렸기 때문에, 그 배에 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행운’은 얼마나 허약하고 어리석은가. 게다가 도탄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오히려 배제하려 든다면, 그것은 공동체가 아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천천히 모두에게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배우, 의사, 직장인, 취업준비생, 대학생, 그리고 비행기가 더 이상 뜨지 않아 출근하지 못하는 스튜어디스, 우리는 직접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시시각각 전개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단지 숫자로만 사람들의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확진자의 삶이 어떠한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완치 이후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도,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 이후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우한, 메르스, 사스...모든 것은 예견되었다!>를 우리는 읽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원인을 찾아서. 

 



조진석 ㅣ 시민단체 나와우리와 비영리공익서점 책방이음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북한 '고난의 행군'시기 DMZ에서 북한군의 동향 파악하는 경계근무로 군생활의 반을 보냈고, 홍수로 인해 유실된 남과 북의 지뢰탐지하는 것으로 군생활의 반을 보냈다. 군에서의 피스키퍼 역할을 마치고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는데 사회적 의미를 두고서,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갈등을 푸는 시민단체 활동과 평화의 확산을 위한 시민의 친밀한 공간으로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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