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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4_4 심은보_삶 속에서 평화를 함께 그려가기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11. 20.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삶 속에서 평화를 함께 그려가기

심은보

 

두 주 전 목요일이었다. 갑자기 학교에 온라인 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 주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회의 알림 메시지 안에는 바로 다음 주 실시간 쌍방향 공개수업을 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 동안 줌(Zoom), 줌, 줌 거리셨던 어느 분께서 이제는 교사들에게 줌을 사용하라는 압박을 이런 방식으로 하실 모양이구나 싶었다.

선생님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줌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여 빛깔 있는 수업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머리를 맞대며 애 쓰고 있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에겐 힘 빠지는 일이었다. 선생님들의 볼멘소리들이 내게 너무나 크게 들려왔다.

회의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발언 기회가 3분 주어졌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려다 3분 시간 제한으로 발언을 중지해야 했고, 이런 방식의 회의에 동의할 수 없어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회의장을 퇴장해버렸다. 퇴장 후 생각해보니 학교의 시스템과 구조 아래 숨어있는 불만과 불신의 씨앗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정성껏 편지를 썼다. ‘신뢰’라는 낱말을 열쇳말 삼아 나름 정중하게 적어 전체 교직원들에게 메신저를 이용하여 보내드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고 보니 내 메시지를 읽은 한 선배 선생님께서 내 생각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내용으로 길게 본인의 생각을 적어 전체 교직원 메시지로 또 보내놓으셨다. 그 동안 어느 누구도 학교 안에 숨어있던 문제에 대해 이런식의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었던 지라 관리자들이 겪는 당혹감이 엿보였다. 하루 종일 학교엔 편치 않은 공기가 감돌았지만 그 가운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도 하였다. 

여기저기 선생님들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오후엔 6학년 선생님이 우리 학년(5학년) 선생님들과 간담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찾아오셨다. 우리 교실에서 함께 둘러 앉아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함께 나눴다. 또 학급에서 하고 있는 시도들에 대해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 주에도 우리 교실에 찾아오셔서 함께 우리 아이들과 내가 하고 있는 시도들을 구체적으로 나눠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교장, 교감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엔 내 생각에 동의하는 메시지를 보내셨던 선생님도 함께 하셨다. 내가 왜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하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드렸다. 교감 선생님은 사과를 하셨고, 교장 선생님은 본인의 본뜻과는 달리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을 해주셨다. 나는 선생님이 하고 있는 노력과 시도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며 몇 가지 제안을 드렸다. 선생님들과의 소통과 선생님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원하시거든 수업을 잠깐 보는 것 말고 차라리 학년군별로 선생님들과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그 내용을 포함하여 특정 수업도구(줌)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부터 몇 가지 약속을 해주셨다. 마무리하며 생각을 꺼내놓는 방식에 있어서 불편과 상처를 드렸던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렸다. 다음 날 전체 메신저를 통해서도 사과글을 보내드렸다. 

이어 펼쳐진 공개수업은 수업공개라기보다는 교실을 돌며 선생님들이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해나가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며 어떤 부분을 더 지원하며 좋을지를 듣고 살피는 시간으로 펼쳐졌다. 뒤이어 학년군별로 교장, 교감 선생님과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되어 학년을 넘나들며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문제를 드러내는 일을 하면서 나라고 마음이 편했겠는가. 불편하지만 갈등과 문제의 요소를 적당히 감추어 놓고 서로 좋은 척 하며 지내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조금 불편하더라도 문제를 잘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소통을 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과 시도들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갈등을 잘 드러내고 마주하며 그 갈등을 넘어서서 더 나은 문제해결을 함께 찾아나가는 과정이 바로 평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요즘 나의 화두는 ‘어떻게 주인이 될 것인가?(어떻게 주인으로 서게 할 것인가?)’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학교의 교사들 한 명 한 명이 주인으로 서게 하는 일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일은 학교의 역동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이다. 관리자들과 선생님들께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교사들이 주인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방식으로 제 할 노릇 잘 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얻길 바랐다. 나아가 함께 연결되어야 더 다채로운 빛깔을 갖고 잘 살아나갈 수 있음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연결 덕에 우리 반에서 아이들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실제 이번 상황 이후에 6학년 어느 교실로 퍼져나가고 있기도 하고, 우리 학년 어느 반으로 퍼져나가고 있기도 하다. 

 

 

계속 온라인 상황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우리 반에선 함께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도 각자 해야 할 일들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상황이지만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움직이고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직업을 갖거나 부서에 속해 온라인 공부를 해 나가는 일에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 기여에 대해 일정한 급여가 지급되는데 우리반 화폐가 지급된다. 

우리 반에선 ‘오이~알’이라는 화폐가 사용되고 있다. 함께 이름을 정하고 함께 공모전을 통하여 디자인을 해서 정해진 화폐다. 온라인 상에서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어 현재는 패들렛을 활용하여 온라인상의 통장을 만들고 이 곳에 차곡차곡 숫자로 기록되고 있다.

통장의 관리는 오이은행 은행원 친구들이 하고 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해당 친구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여 수업수당을 지급하고, 직업활동에 따른 급여를 지급한다. ‘출석부’ 친구들이 정해준 출석체크 미션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배달부 친구들은 날마다 책이나 음악, 시 따위를 배달해 주는 일을 하며, 하트뿅뿅부 친구들은 우리 반 밴드에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는 일을 한다. 또, 공무원 친구들은 주에 한 번 정도 줌에서 놀이활동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복권판매부는 오이복권을 판매하고 추첨하는 일을 하고, 편집부는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 직업별/부서별 카톡방을 통하여 직업별/부서별 회의를 하며 움직여가고 있다.

또 주마다 도전해볼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하여 대회를 열어가고 있으며 최고 기록자를 모아 상금을 주고 오이 기네스북에 기록해두고 있다. 

 

선생님이 줌을 통하여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하든, 영상을 찍어 게시하고 과제를 내든 결국은 아이들 주인공이 되어 무언가를 하고 또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그 일에 서로 연결되며 오고 가는 게 있어야 하는 일 일게다.

이번 주에 들어선 ‘삶의 힘’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내 스스로 꾸준히 시도하거나 익힐 수 있는 과제들을 선정하고 집에서 실천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집에서 홀로 보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 스스로의 삶을 엮어나갈 수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갖기를 바라며 나도 이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아직은 너무 어설프고 쉽지 않은 시도들을 아이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다. 

 


역시 수업은 만나서 부대껴야 맛이다. 등교수업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만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등교수업이 열리게 되면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여기저기서 움직이고 서로 연결되며 겪어갈 수 있는 장을 더 많이 열어갈 생각이다. 

평화 그림 수업 이야기를 부탁하셨지만 평화 수업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가치들에 대해 패들렛을 통해 이야기 나눴고, 그를 바탕으로 함께 평화의 가치들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활동을 펼쳐가 긴 했다. 하지만 어느 한 활동의 결과로서의 그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네 삶의 공간에서 우리가 삶으로 함께 그려가는 평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요사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나눠보고 싶은 나의 요즘 커다란 삶의 화두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어떻게 주인으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 세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심은보 ㅣ 자란초를 배움터이자 삶터 삼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호와 이론보다는 실천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믿음과 교육이 희망 을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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