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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4_2 이정필_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에너지공동체를 상상하면?

by 어린이어깨동무 2020. 11. 20.

[한반도 에너지공동체 상상하기]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에너지공동체를 상상하면?

이정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한반도 야경 *출처와 원본: NASA 웹사이트 (https://www.nasa.gov/content/korean-peninsula-seen-from-space-station)

남한과 북한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이해하는 데 시각적 심상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2014년 1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힌 한반도 야경 사진을 보자. 한반도와 인근 국경선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우리가 알고 있는 남한은 섬나라이고 북한은 서해와 동해가 연결된 바다라는 심상지도를 그릴 것이다. 남한 중소도시 밝기 정도의 평양은 남한과 중국의 어딘가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남한에 비해 해안선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북한, 이 둘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전력소비 때문이다. 이런 심각한 전력 불균형에 주목하면서 한반도 에너지전환 경로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에너지공동체를 상상해보자.  


에너지전환 경로와 시나리오 작성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한반도 에너지전환에 상상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망적 접근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바람직한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지향하는 일련의 흐름이 형성됐고,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생태위기 상황에서 미래를 비우고 채워나가는, 즉 서로 경합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관통하면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의 에너지 미래학적 접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컨대,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의 ‘1.5도 특별보고서’는 공동 사회경제 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에 따른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 경로(SSP1)는 완화와 적응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도 진로(SSP2), 지역간 경쟁(SSP3), 불평등(SSP4), 화석연료 의존 발전(SSP5)이라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 시스템은 기후위기 대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좌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경로 전망은 한반도의 경우 좀더 복잡하다. 한반도 에너지공동체의 예비적 구상은 독일처럼 급작스런 흡수 통일이나 북한의 급변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의 유형과 단계가 다양하다는 점을 전제한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국가, 따라서 분단국가라는 정체성, 그리고 국제관계에서 개별 독립국가라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특수관계’라는 규정을 따라 한반도 에너지공동체의 존재론적 출발점에 서보자. 일군의 북한학자들이 검토한 것처럼, 남북관계를 남한과 북한이라는 행위자와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산출되는 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남북관계 = 남한 + 북한 + 남북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한반도 에너지시스템(전환) = 남한 에너지시스템(전환) + 북한 에너지시스템(전환) + 남북 에너지시스템의 상호작용’이라는 잠정 결론에 도달한다. 

‘남북 에너지시스템의 상호작용’이라는 관계적 속성은 새롭게 구성되는 에너지전환의 열린 공간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 상이한 남과 북의 에너지시스템을 동시적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한반도 에너지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시나리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2050년 한반도 에너지 미래를 상상하고 바람직한 에너지전환 경로를 모색하면서 다양한 쟁점을 도출하여 관련 이론과 실천을 활성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범적 원칙과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남한과 북한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글로벌 공정성과 기후정의 실현방안 중 하나로 제출된 감축&수렴(Contraction and Convergence) 원칙을 수용한다. 선진국과 이들 국민은 자원 소비를 줄이고, 반대로 개도국•빈국과 이들 국민은 자원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수준에 이르는 미래 시점까지 수렴 과정이 진행된다. 생태적 지속성과 사회적 공정성을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수렴선에 대한 판단과 합의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대략적으로 적용하는 차원에서 경제 수준의 지표인 1인당 GDP 격차를 줄이고,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인 1인당 전력소비량 격차도 줄이도록 방향을 잡는다.

다음으로, 목표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다.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에서 규범적 목표가 되고있는 배출제로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 부문에서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100%가 돼야 한다. 석탄과 LNG 화력발전의 비중이 제로가 되어야 하고, 동시에 핵발전의 비중도 제로가 되도록 한다. 대규모 집중형인 경성에너지시스템에서 소규모 분산형 전력공급시스템인 연성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전제로 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50년 한반도에 펼쳐질 에너지공동체의 모습을 다음의 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확장불안’, ‘격차유지’, ‘축소전환’은 최악-최상의 스펙트럼에 걸친 다양한 시나리오 중 각 유형을 대표하는 경우에 속한다. 우리는 이 중에서 어떤 에너지 미래를 선택해야 할까? 에너지전환과 기후대응 측면에서, 나아가 경제성장에서 생태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포함해서, 축소전환 시나리오가 한반도 에너지공동체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축소전환 시나리오 내에서도 여러 경로들로 세분화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 격차 해소와 배출제로 달성이라는 규범적 에너지전환 시나리오를 통해 한반도 에너지공동체를 둘러싼 쟁점을 도출하고 토론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예비적 구성물을 재해석하는 환류작업은 전환 과정에 내재된 긍정과 부정의 이중의 계기를 파악하고 관련 쟁점을 토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외에 한반도 에너지공동체 실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동북아시아와 국제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남한과 북한, 각각 내부에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세력들의 존재와 이들의 연대의 공간에 주목해야 한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실용주의 등의 기존 통일관을 넘어서 평화, 인권, 정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리고 외부의 절대적 시선이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처럼, 북한은 텅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며 새롭게 창조될 공간으로 수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안보와 개발이라는 한반도에 대한 지배적 인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공간적 복합성과 역동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 

전환적 상상 자체가 우리가 지향할 방향과 경로를 설정하는 실천이지만, 이와 동시에 정해진 시간대에 맞는, 공동의 그렇지만 차별화된 과제를 남과 북이 함께 실천할 때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정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정치외교학을 잠시 공부했다. 수업에 들어가기보단 학생회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교외활동은 주로 거리와 술집에서 했다. 10년 넘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적색과 녹색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정의로운 전환’ 개념에 매달려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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