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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9_1 전영선_‘남북 관계론’ 재고

by 어린이어깨동무 2022. 2. 18.

[한반도 이슈] 

‘남북 관계론’ 재고

전영선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덜 괜찮아지기도 하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 판단도 어쩌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보지 못하고 여전히 한 면만 보고 내리는 판단일 수도 있다. 그래서 판단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신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쩌면 우유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해야 할까? 게으른 것이냐, 신중한 것이냐는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아니면 내 판단 기준이 달라지면서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재미있게 보았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만년 꼴찌팀을 맡게 된 단장은 엉망진창이었던 야구단을 추스르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선수들은 열정을 갖게 되었고, 꿈을 키우게 되었다. 단장에게 팀을 맡겨 구단을 매각하려던 구단주의 계획은 어긋났다. 마지막에는 구단을 매각하려던 구단주의 조카를 설득하여 야구단을 지키게 하였다. 야구단 감독과 부단장도 단장의 능력을 인정했다. “싸가지는 없어도 일은 잘 하지 않습니까” 감독의 말에 부구단주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지, 일은 잘하는데, 싸가지가 없는 것이지”.

 

‘싸가지 없는데, 일 잘하는 사람’과 ‘일은 잘하는데 싸가지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같은 사람이다. 같은 사람을 평가하는 이 말은 같은 말일까. 절대 같은 말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그 단장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저 사람은 일은 잘하는데,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저 사람은 싸가지는 없는데, 일은 잘해”라고 말하는 것이 같을까. 당신이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관계

관계란 그렇다. 같은 것을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은 달라진다. 관계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관계는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관계, 나쁜 관계보다는 ‘통하는 관계’, ‘통하지 않는 관계’가 훨씬 더 많다. 가수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이 ‘좋은 사람’이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죠. 상순씨는 나랑 잘 맞는 사람이에요.” 그렇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랑 잘 맞는 사람과 덜 맞는 사람이 있다. 좋은 관계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맞추어 가는 것이다. 처음에 만나서 나쁘게 보였던 점도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왜 그런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된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결혼한 부부에게 물어본다. “처음 만났을 때 결혼하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만나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손사래를 친다. “결혼요? 아이구! 처음 만났을 때는 엉망이었어요. 이 사람을 또 만날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다시 만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부부가 되었을까. 만나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한 행동이나 태도도 그 사람의 가족사를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되면서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인정하고, 다르게 보게 된다. 관계란 그렇게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나쁜 관계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흉악한 죄를 저지른 사람도 자신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한 세상을 탓한다. 세상이 나를 좀 더 이해해 주었다면, 세상이 나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주었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까. 그럴 수 있다. 우리는 ‘말 한마디’의 힘을 알고 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누군가 나를 격려하는 그 한마디와 나를 비판하는 말 한마디의 끝은 엄청나게 다르다.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은 내 말이 아니다. 카네기의 말이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열두 가지 조언을 한다. 열두 가지 조언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상대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였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호적으로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작은 긍정을 이끈다.


카네기가 조언하는 열두 가지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책과 신문을 샅샅이 뒤지고, 인간관계에 대한 강의에서 얻은 결과이다. 카네기가 말하는 조언은 새로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조언이다. 그런데 왜 몇십 년 동안이나 이렇게 세계 사람들이 탐독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그것은 실천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부딪혔던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카네기의 열두 가지 조언의 첫 번째는 논쟁을 피하라는 것이다. 논쟁을 회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논쟁까지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상대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그 사람과 논쟁하여 이긴다면 나는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나는 합리적이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상대는 어떨까. 상대는 자신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동의할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 ‘아,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다 실수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를 ‘공격적인 사람’이거나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논쟁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상대가 실수해도 절대로 상대에게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의 잘못은 빨리 솔직하고 분명하게 사과하라고 조언한다.

 

인정 그리고 공감

 

관계에서는 일방적인 것은 없다. 잘하고 잘못하고는 100대 0의 관계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일방적이지 않다. 사장과 직원 사이가 일방적인 관계라면 그 회사가 잘 될까. 잘 되기 어렵다. 사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직원들의 근무태도는 달라진다. 직원들은 자기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사회적인 정의, 공감하는 목표에 자신이 기여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닌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회사가 잘 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관계가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단순히 말이 통하는 것 이상이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정확해야 한다. 상대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되고, 상대도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가 말하는 고상한 동기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는 바보가 아니다. 상대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알고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말하면 된다.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상대가 보는 것이 나의 능력일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나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공감이다.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얼마만큼 이해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 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말했다. 관계는 맞추어 가는 것이다. 좋은 관계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남북 관계도 다르지 않다.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희망하는 일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길게 해야 하는 일을 준비해야 한다. 분단 80년이 다가온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압축적으로 다가갈 수 없다. 남북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고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전영선 | 통일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통일디자이너이자 남북 문화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통일문화번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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