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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28_6 정지영_모감주나무의 몸살

by 어린이어깨동무 2021. 11. 19.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모감주나무의 몸살

정지영

 

모감주나무를 교정에 심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학년도 평화통일연구중심학교를 마무리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뜻에서 쉼터 공간 앞에 나무를 심을 예정입니다. 코로나 19로 예정했던 활동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올해의 평화통일 활동을 기억하며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0월 중순에 모감주나무를 옮겨 심었더니, 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네요. 갑자기 쌀쌀해졌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했기 때문이겠죠. 혹시나 나무가 죽어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들 정도입니다. 사람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떠돌며 시든 나뭇잎을 보니 안쓰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의 생각을 열게 해주는 일을 위해서 소중한 나무가 힘을 내주었으면 합니다. 몸살과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다시 꽃을 찬란하게 피우며, 우리 학교에도 평화통일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통일비용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통일을 반대할 텐데.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죠?”

 

평화통일융합수업을 협의할 때 경제 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물론 그 선생님도 처음으로 설계하고 시도하는 수업이었기에 많은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이성적 접근을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올바른 통일비용 산출 방법과 그 비용을 뛰어넘는 무한의 통일편익이라는 주제로 참여형 수업을 실시해 주셨습니다. 2030세대들이 다른 세대보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 조사를 보여주면서, 올바로 산출된 통일편익을 따져보고 통일을 바라봐야 함을 역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체험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 평화통일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평화통일을 중심으로 융합 수업을 진행해 봤습니다. 갑자기 변경된 일정이기에 정규 교과 시간에 할 수 없어서 어우름 학교라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융합수업이 초기 단계였기에, 선생님 모집부터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생명과학 2, 지구과학 1, 수학 1, 경제 1분과 함께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생명과학 선생님들은 ‘DMZ와 독일 그뤼네스반트를 연구하고 교과와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팀장님께서 우리 학생들에게 틔워주신 평화통일 이후 DMZ의 변화과정을 수업과 연결시킨 것이었습니다. 한 분의 선생님께서는 교과 성취 기준에서 생명의 다양성DMZ와 연결시켜 수십 장의 참고자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다른 생명과학 선생님께서는 독일 그뤼네스반트를 공부하셔서 ‘DMZ 생태 공원 구상하기라는 멋진 상황 제시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는 STEAM수업의 진수를 보여주셨습니다.

 

지구과학 선생님께서는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통일 이후의 번영을 생각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수학 선생님께서는 북한의 지하자원의 통계 자료를 학생 스스로가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통해 평화통일의 가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미력하나마 창비교육에서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 평화기행처럼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 8 적군 묘지 앞에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평화기행 계획을 수립하는 활동을 수업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적군 묘지에서 중국군 유해 송환도 생각해 보고, 돌아오는 길에 파주시에 있는 남북산림협력센터의 뜻도 기려보는 예시를 통해 우리나라 곳곳의 평화기행을 설계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융합 수업을 체험한 학생들에게 평화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심화 탐구를 해보라는 과제를 냈습니다. 선생님들이 만든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의 관심 분야에 평화통일을 연결시키기 위한 과제였습니다. 1회 고사 일정을 고려해서 열흘 정도의 시간을 주었지만, 어우름 학교를 이수한 학생들의 90% 이상이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고 학교생활이 무지 바쁜 학생들이기에 탐구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나름 의미를 되새기며 밤을 지새운 것 같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면서 뚝딱 만들어 내는 학생들의 열정이 고마웠습니다.

자신만의 생각 확장이 아니라 우리 학교에 평화통일을 함께 고민할 학생들을 만들기 위해 학생이 제작한 포스터를 발표하고 전시도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생활 속에서 평화통일을 고민하고 숙고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관심을 키우는 씨앗을 만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전시된 포스터를 보지 않고 휑하니 건너가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친구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친구들의 발표 중에 한 학생의 발표를 인용해 봅니다.

 

"이 교육을 받기 전에는 북한을 적으로 보는 인식이 조금 있었습니다.

저희는 우리들의 적인 북한을 상대로 통일을 쟁취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갖고 북한에 관심을 두고, 북한에 대해 파악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평화통일융합 수업을 통해 북한을 우리 적이 아니라, ‘평화통일이라는 남북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중략) 평화통일 수업은 분단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생각 틔움으로 50도 가까운 기온 변화에도 모감주나무가 운동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내년에는 나무 한가득 핀 황금빛 꽃을 학교에서 보기를 기원합니다.

 

정지영 |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교사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다방면에 대한 관심과 실행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려는 북일고등학교 문학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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