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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0_3 김양희_새 정부는 북한의 배고픈 아이들에게 정치를 말할까?

by 어린이어깨동무 2022. 5. 18.

[평화의 눈으로 읽는 북녘] 

새 정부는 북한의 배고픈 아이들에게 정치를 말할까?

김양희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리아 

이 둘의 공통점은?

2년 넘도록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의 위세가 많이 꺾인 것 같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그 흔한 밥 한번 먹자는 인사조차 쉽게 건넬 수 없었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매일 수만 명 이상이 코로나에 걸리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지만, 이제는(22년 4월 22일 현재) 전 국민의 코로나 3차 접종률은 64.4%, 2차 접종률은 86.8% 수준일 만큼 국민들의 백신접종률이 높아 코로나의 치명률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하니 그래도 많이 안심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어떨까,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국가가 단 2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북한이다. 아프리카 에리트리아도 북한과 함께 백신 미접 종 국가이다. 그러나 국토면적은 북한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370만 명 정도에 불과해 인구 약 2,600만 명의 북한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국토면적과 인구수까지 감안한다면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에 취약한 것이다. 최근 주변에 코로나에 확진된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가볍게 코로나를 앓은 사람들도 많다 보니 코로나가 위 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백신접종률이 높고 영양상태가 좋아서 치명률이 낮은 것이지 북한의 의료 수준, 주민들의 영양상태, 접종률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코로나가 얼마나 맹위를 떨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 접종 최하위 국가
어떻게 북한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최하위 수준의 국가가 되었을까, 북한과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국가들도 코로나 19 국제 백신 공급기구인 코벡스(COVAX)를 통해 백신을 지원받았는데, 북한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코벡스 퍼실리티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공동 운영하는 백신 공급기구인데, 백신 공동구매 트랙과는 별도로 개도국들의 백신 확보를 도와주기 위한 재정 지원 ‘코벡스 AMC(Advance Market Commitment)’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부자국가’들이 백신 구매비와 별개로 코벡스 AMC에 기부금을 내고, 자선단체와 글로벌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후원하면서, 개도국들은 백신 1회 접종 분량당 최소 1.6∼2.0 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기부금 지원을 통해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북한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베냉, 부르키나파소, 브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예멘,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되며 북한을 포함한 86개국이 백신 지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코벡스는 최근 지난해 북한에 배정되었던 총 811만 회분의 AZ 백신 취소에 이어 올해 배정한 양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코벡스는 올해 북한에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코보백스’ 25만 2,000회분과 아스트라제네카 128만 8,800회분을 배정했었다. 북한의 코로나 백신 배정 취소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백신 물량을 배정받은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거나 거절하면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국주의 원조는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
북한은 왜 코벡스에 백신구매 신청서를 내고도 백신 지원을 수용하지 않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지난해 북한 당국이 코벡스의 코로나 백신 지원을 거절한 이유가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을 희망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지원하다 보니 받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백신도 신뢰성 때문에 받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북한이 백신을 골라 받으려고 한다는 말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미국 제약사에서 만든 노바백스 백신도 거부하면서 미국산 백신만 골라 받으려 한다는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또한 북한 당국의 의료 수준 등을 봐서 백신을 줘도 주민들에게 빠르게 접종하고 백신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이탈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진 바로, 북한에서는 집으로 직접 방문해서 주민건강을 살피는 ‘호 담당 의사’ 제도 덕분에 최근에도 예방접종 등이 효율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설득력이 낮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백신지원을 수용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유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는 글이 있다. 


지난 2020년 2월 25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제국주의 원조는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국주의자들은 원조를 통해 다른 나라들의 경제 명맥과 이권을 틀어쥐고 해당 나라들의 경제발전을 억제하며 예속시키고 있다”며 “제국주의자들은 원조를 구실로 정치체제의 변경까지 강요해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의 내정에 공공연히 간섭, 가치관과 사회구조를 이식함으로써 사회생활 전반을 서방화하고 일극화된 지배질서를 세우자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한 지난해 7월 11일 북한의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외우곤 하는 인권 문제는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고 주장했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인도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2019년 12월 21일자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부질없는 놀음’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이 불순한 광고놀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심지어 보수당의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도 2019년 6월 17일 <아시아 경제> 인터뷰를 통해 “대북 식량 지원을 놓고 인도주의와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고 했지만 바로 식량을 정치화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 정부”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태 의원은 “북한의 영양실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2017년에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면서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 궤도에 붙잡아두려고 800만 달러라는 식량지원 카드를 내놓았다”고 해석했다. 북한 식량난 완화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지원을 하며 북한을 대화로 이끌겠다는 것은 인도적 지원의 기본을 망각한 행위로 오히려 꾸준히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북한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도덕에 바탕을 두고 지지하여 돕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한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북협상에서 식량지원은 주요 카드로 쓰였다. 실제 2012년 북·미 2·29 합의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활동 중단과 미국이 24만t의 영양지원을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인도지원과 관련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냉전의 정점에서 공산주의 독재자 멩기스투가 통치하던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결정하면서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고 하며 식량위기에 처한 나라에 아무 계산 없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백신 및 식량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제타격·사드배치 논란 등 ‘대북 강경론’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북한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서 인도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은 말 그대로 정치와 무관하게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신임 대통령이 공약을 어떻게 지키면서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양희 | 전공을 살려 식품 전문기자로 일하던 중 운명처럼 <통일뉴스>의 민족음식이야기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이후 사람들이 친숙한 음식을 통해 북한을 떠올려보길 바라며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는 책을 발간했다. 독자들과 함께 옥류관에 평양랭면을 먹으러 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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